'李 방탄' 당헌 개정 멈춰섰지만.."실질은 꼼수 방탄" 비판도

김준영 2022. 8. 1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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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7일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도록 한 당헌은 바꾸지 않기로 했다. 당헌 개정 시도가 ‘이재명 방탄’ 논란을 낳고, 특히 전날 의원총회에서 계파 갈등 양상으로 폭발하자 재빨리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당직이 정지되더라도 ‘정치 보복’으로 판단하면 당직에 복귀시킬 수 있는 길은 넓혀 놓아, 일각에선 “무늬만 현행 유지, 실질은 꼼수 방탄”이란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당적 정지 시점’은 현행 유지, ‘정지 취소 주체’는 변경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비대위 회의 직후 “비대위는 당헌 80조 1항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전날 전당준비위(위원장 안규백 의원)는 부정부패 관련 당직자의 직무 정지 시점을 현행 ‘기소 시’에서 ‘하급심(1심) 금고형 이상의 유죄판결 시’로 늦추는 수정안을 의결했는데, 하루 만에 원상태로 복귀시켰다.

다만 비대위는 구제 절차인 80조 3항을 완화하는 절충안을 택했다. 현재는 독립기구인 중앙당윤리심판원의 의결을 거쳐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는데, 비대위는 이 판단을 윤리위가 아닌 당무위에 맡기기로 했다. 최고위가 직접 징계를 취소할 수 있게 했던 전날 전준위 수정안보다는 당 대표 입김이 줄었지만, 절반 이상이 외부인사로 구성된 윤리심판원과 비교할 때 당무위는 아무래도 독립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날 손질된 당헌은 당무위(19일)와 중앙위(24일)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방탄 논란 자초할 필요 없다”…비대위원 7명 중 4명 반대


이재명 의원의 적극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들이 요구해 온 당헌 80조 1항 개정에 제동이 걸린 건 전날 의원총회 영향이 컸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예상외로 강한 반박이 쏟아지자, 한정애(3선)ㆍ박재호(재선)ㆍ이용우(초선) 비대위원은 선수별 의원단 의견을 재빠르게 취합했다.

이날 오전 비공개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선 비대위원 7명 중 4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회의에서 “굳이 방탄용 개정이란 비판까지 들어가며 고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견을 전달했고, 또 다른 참석자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데, 도와줄 일 있느냐”고 말했다. “검찰 정부의 선의에 기대면 안 된다”는 찬성 의견은 소수였다. 당초 개정에 적극적이었던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비대위원 과반수가 반대해서, 전준위 안으로 통과시키는 게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비대위 결과가 나오자 비명계는 환영했고, 친명계는 반발했다. 당헌 개정은 “정치적 자충수”라고 비판해온 박용진 당 대표 후보는 페이스북에 “민주당 바로 세우기의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썼다. 반면 친명계 최고위원 후보 사이에선 “도덕적 완벽주의에 빠져 최소한의 방패마저 내려놓고 맨몸으로 적과 싸우라고 종용하는 것”(박찬대 의원), “우리 당의 동지를 노리는 수구세력의 회심의 미소가 떠오른다”(장경태 의원) 같은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홈페이지 권리당원 게시판에도 ‘개딸’들의 항의 글이 쏟아졌다.


“교묘하게 ‘셀프 방탄’ 길 열었다”…당무위에 취소 권한


다만 표면적인 친명계의 반발과 달리, 향후 선출되는 당 지도부가 기소되더라도 당직을 유지하는 데엔 별 어려움이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징계 처분을 취소할 수 있게 한 주체가 당무위로 변경된 게 중요하다”며 “윤리심판원은 외부 인사들이 법률에 근거해 의사 결정을 하지만, 당무위는 당내 인사끼리 정무적 판단을 하는 곳이다. 이들이 당내 유력 인사에 불리한 결정을 내리겠느냐”고 말했다.

당헌에 따르면 당무위는 당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집행기관이다. 당 대표가 선임하는 최대 5명의 위원을 비롯해 원내대표ㆍ최고위원ㆍ사무총장과 시ㆍ도당 위원장과 민주당 소속 시ㆍ도 지사 등 100명 이하로 구성된다.

지난해 10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무위원회에서 ‘경선 무효표 처리’ 관련한 이의제기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가운데 회의를 마친 당무위원들이 송영길 당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당시 이낙연 후보는 경선에서 중도사퇴한 정세균ㆍ김두관 후보의 표를 유효표로 처리해달라고 주장했으나, 당무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현동 기자


집행기관 특성상 당무위의 성향은 당 대표나 주류 의견에 기우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대선 경선 때도 ‘경선 시기’나 ‘중도 사퇴자의 무효표 처리 방식’ 등 비명계와 친명계의 이견이 생길 때마다 당무위는 번번이 친명계의 손을 들어줬다. 당내에서 “친명계가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민주당 비대위는 이날 강령에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기치였던 ‘1가구 1주택’과 ‘소득주도성장’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의결했다. 대신 민주당은 해당 문구를 ‘실거주ㆍ실수요자 중심 내 집 마련 기회 보장’ ‘포용성장’으로 대체했다. 강령 개정안은 28일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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