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검찰총장의 최우선 덕목, 검찰의 독립성 수호 의지다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총장 후보군이 4명으로 압축됐다.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총추위)는 지난 16일 회의를 열어 여환섭 법무연수원장과 김후곤 서울고검장, 이두봉 대전고검장,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했다. 한 장관은 조만간 이들 중 1명을 총장 후보자로 임명 제청한다. 후보군 가운데 깜짝 놀랄 만한 인사는 포함돼 있지 않다. 4명 모두 윤 대통령·한 장관과 마찬가지로 검찰 내 ‘특수통’으로 꼽히는 현직 고위간부들이다. 이런 후보군을 압축하는 데 도대체 왜 100일이나 걸렸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총추위는 “공정과 정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수호할 후보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후보군 면면이 총추위 설명에 부합하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가장 문제되는 인사는 이두봉 고검장이다. 이 고검장은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탈북민인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앞서 간첩 혐의로 기소됐던 유씨의 재판 과정에서 증거조작 사실이 드러나 관련 검사들이 징계받은 데 대한 ‘보복 기소’라는 비판이 일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며 “검찰의 공소권 남용”으로 판단했다. 이 고검장은 “판결을 존중한다”고 했을 뿐 사과는 하지 않았다. 검찰은 수많은 권한을 갖고 있지만 그 핵심은 ‘공소권’이다. 공소권을 남용한 검사는 검찰 수장이 될 자격이 없다.
이번 총장 인선이 각별히 주목받는 이유는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공화국’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집권한 데 이어 역시 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이 ‘정권의 2인자’로 운위되는 터다. 검찰 출신은 대통령실과 다른 부처에까지 줄줄이 진출하고 있다. 제도적으로도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졌던 검찰개혁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상황이다. 차기 총장의 최우선 덕목은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을 수호하겠다는 신념과 용기일 수밖에 없다. 새 총장이 세간의 우려대로 ‘식물 총장’으로 전락한다면, 이는 검찰은 물론 국가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한 장관은 정치적 이해를 떠나, 시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최적임자를 인선하기 바란다. ‘친윤(친윤석열)’ ‘비윤(비윤석열)’을 기준으로 삼아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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