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LG, 1년 만에 급등한 원재료 비용에 수익성 '빨간불'
삼성전자, 상반기 원재료 매입비 12조 증가
가전 주재료 철 가격 22% 상승, 구리 40% 급등
경영부담 커지고 있으나, 마땅한 해결책 없어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전이나 IT 기기의 수요 둔화와 이로 인한 반도체, 디스플레이의 부진으로 경영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기업들은 공급선 확대와 제품 다변화로 어려움을 넘어보겠다고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18일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상반기 58조521억원을 원재료 매입에 투입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46조6039억원과 비교해 12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원재료 부담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스마트폰, 가전 등 완제품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의 상반기 원재료 매입비는 39조3319억원으로 전체의 67.75%를 차지했는데, 지난해 31조5150억원에 비해 8조원 가량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주요 원재료인 모바일 칩(AP) 가격은 전년 대비 약 58% 상승했고, 카메라모듈 가격은 10% 늘었다”라고 했다. 반면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은 액정표시장치(LCD) 가격 약세로 전년 대비 45% 하락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상반기 반도체 웨이퍼(원판), 인쇄회로기판(PCB) 등 원재료와 저장품에 6조1408억원을 썼다. 지난해 상반기 4조2540억원에서 2조원 가까이 원재료 비용 부담이 늘었다. SK하이닉스는 “코로나19로 수축됐던 산업 생산이 급격히 회복돼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소재 공급량 감소와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서 원재료 단가 상승폭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20조6590억원을 올해 상반기 원재료 매입에 사용했다. 17조5411억원을 투입한 지난해 상반기 대비 3조원 이상 비용 부담이 더해진 것이다.
세탁기와 냉장고, 에어컨 등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H&A사업본부는 전년 상반기보다 원재료 매입비가 15% 늘어난 7조4692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가전 주재료인 철(steel) 평균 판매가격이 전년 대비 22% 증가한 영향이다. 또 레진(수지)의 경우에도 20.3% 가격이 올랐다. 철과 레진은 지난 2년간 연평균 20% 이상 가격이 뛰는 중이다. 구리 역시 지난해 전년에 비해 15.1% 상승한 데 이어 올해도 40.2% 가격이 오르면서 원재료 매입 부담을 늘리고 있다. LCD TV 패널 가격은 전년에 비해 18.2% 가격이 떨어졌지만, TV용 반도체 가격이 42.6% 급등해 역시 부담이 증가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는 데 따라 전방산업 수요는 둔화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TV 출하량은 전년 대비 3.8% 감소한 2억200만대로 예상된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PC와 태블릿 출하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8.2%, 6.2%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을 전년에 비해 3% 감소한 13억5700만대로 전망했다.
소비재 등 전방산업 수요 둔화는 부품 등 후방산업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 가격을 2분기보다 10%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애초 내놓은 3~8% 전망치보다 하향 조정한 것이다. PC용 D램 5~10%, 모바일용 D램 8~13% 하락 등 전반적인 가격 약세가 예고되고 있다.
업계는 부정적 시장 상황에서 원재료 비용 상승은 회사 수익성에 큰 어려움을 줄 것이라 본다. 실제 지난 2분기 삼성전자는 역대 분기 두 번째 매출 기록, SK하이닉스는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으나, 3분기는 실적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전방산업 수요 둔화에 따른 반도체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것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방시장 약세에 출하 둔화로 고전했다”라며 “3분기에는 메모리 판매 가격 하락폭이 커 반도체 부문 실적 감소가 불가피하다”라고 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부문은 가격 하락 영향이 출하량 증가와 원가 절감 효과보다 크게 나타나며 전 분기 대비 큰 폭의 실적 감소를 기록할 전망이다”라고 했다.
LG전자는 2분기 HE사업본부가 28분기 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상황이 더 어렵다. 여기에 3분기 영업이익 감소 또한 예상되는 중이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불안정한 중국 시장,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비우호적인 대외 환경이 지속되며 하반기 세트(완성품) 부문의 양적 성장이 불투명하다”며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 전략에도 경쟁 심화로 마케팅비를 줄이기 쉽지 않고, 물류비 역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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