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 42%..10년래 최고
한국의 대외지급능력과 외채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악화했다. 외환보유액 대비 만기 1년 이하의 단기외채 비율은 2012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나빠졌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외채 건전성 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 6월 말 기준 대외채무는 지난 3월 말보다 79억 달러 늘어난 6620억 달러(약 875조원)로 집계됐다. 대외채무액으로는 역대 최대치다. 단기외채(1838억 달러)는 3월 말보다 89억 달러 늘었다. 반면에 만기가 1년이 넘는 장기외채(4782억 달러)는 3월 말보다 10억 달러 줄었다.
대외지급능력과 외채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는 일제히 악화했다. 6월 말 기준 단기외채 비율(41.9%)은 지난 3월 말보다 3.7%포인트 올랐다. 2012년 2분기(45.6%)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해당 비율이 40%를 넘어선 것도 2012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단기외채 비율은 지난해 4분기 이후 3분기 연속 상승하고 있다.
대외채무액 875조원 역대 최대 … “재정 건전성 확보해야”
단기외채 비율(단기외채/준비자산)이 높아진 건 분모인 준비자산(외환보유액·4383억 달러)이 195억 달러 감소한 반면, 분자인 단기외채가 89억 달러 늘어난 영향이다. 대외채무 중 만기 1년 이하인 단기외채의 비중(27.8%)도 3월 말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유복근 한은 경제통계국 국외투자통계팀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해외 직접 투자 확대로 늘어날 국내 기업의 외화자금 수요에 대응해 (은행 등) 예금 취급기관이 단기 차입금을 늘렸다”며 “달러 강세로 인한 기타 통화 외화 자산의 달러 환산액 감소에 따른 외환보유액 감소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한은은 외채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단기외채 비율은 10년 평균(33.8%)보다 높지만, 2008년 세계금융위기(78.4%) 때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일반은행도 외채 상환 능력이 충분하고, 최근 건전성 악화 배경이 외국인 자본 유출이 아닌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에 따른 달러 외 기타 통화 표시 자산의 평가액 감소 등 비거래요인이 상당하다는 것도 자신감의 이유다.
기획재정부는 “외채 건전성은 과거 추이와 상환 능력, 세부 원인 등을 종합 고려할 때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단기외채 증가세는 이어질 수 있다. 지난 2일 공개된 7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도 이런 우려가 담겼다.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최근 단기외채가 증가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데 앞으로도 원자재가격 상승과 수출여건 악화 등으로 기업의 외화 수요가 늘면서 외채 증가 압력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0일까지 올해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229억3000만 달러(약 29조9000억원)로, 이미 역대 최대 적자 기록(1996년 206억 달러)을 넘어섰다.
외환보유액도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386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말(4631억2000만 달러)보다 245억1000만 달러가 감소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한국은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미국만큼 기준금리를 올릴 수 없어 외국인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다 무역수지 적자도 심각한 상황”이라며 “외채 건전성 등의 문제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재정 건전성을 미리 확보하는 등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시작된 ‘1달러=1300원’ 시대도 이어지고 있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10.4원 내린(환율 상승) 달러당 1320.7원까지 밀렸다. 원화가치가 달러당 1320원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달 15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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