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김여정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윤 대통령 맹비난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2022. 8. 1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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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제안한 '담대한 구상'을 거부했습니다. 김여정 담화의 제목부터가 "허망한 꿈을 꾸지 말라"입니다.
 

담대한 구상, '어리석음의 극치' 비난

김여정은 '담대한 구상'이 "검푸른 대양을 말리워 뽕밭을 만들어보겠다는 것 만큼이나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비난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내세웠던 '비핵개방 3000'의 복사판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이렇게 담대한 구상을 혹평한 이유는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이라는 전제부터가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김여정의 주장입니다. '담대한 구상'은 비핵화 협상 초기부터 경제지원을 적극 강구한다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는데, 북한이 어쨌든 비핵화에 나설 의지를 갖고 협상장에 나와야 구상이 실현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비핵화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김여정이 다시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여정은 "세상에는 흥정할 것이 따로 있는 법"이라며, "우리(북한)의 국체인 핵을 경제협력과 같은 물건짝과 바꾸어보겠다는 발상이 … 정말 천진스럽고 아직은 어리기는 어리구나"라고 비아냥댔습니다. "어느 누가 자기 운명을 강낭떡 따위와 바꾸자고 하겠는가"라며, "아직 판돈을 더 대면 우리(북한)의 핵을 어째볼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부질없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자들에게 보내줄 것은 쓰거운 경멸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정권의 생존과 결부되는 핵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질적인 거부감 표출

담대한 구상에 대한 거부도 거부지만, 김여정은 윤 대통령에 대해 비난하는 것을 넘어 체질적인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김여정은 "오늘은 담대한 구상을 운운하고 내일은 북침전쟁연습을 강행하는 파렴치한이가 다름 아닌 윤석열 그 위인"이라며, "남조선(남한) 당국의 대북정책을 평하기에 앞서 우리(북한)는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북한)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여정의 과장된 어법을 고려하더라도 북한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접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김여정의 윤 대통령에 대한 비난과 비아냥은 그대로 옮기기도 민망한 수준입니다.
 
"권좌에 올랐으면 2-3년은 열심히 일해봐야 그제서야 세상 돌아가는 이치, 사정을 읽게 되는 법이다."
"할 말이 그렇게도 없었거나 또 하나마나한 헛소리를 했을 바에는 차라리 입을 옹다물고 있는편이 체면을 유지하는데 더 이로웠을 것이다."
"개는 엄지든 새끼든 짖어대기가 일쑤라더니 명색이 대통령이란 것도 다를 바 없다."
"참으로 그쪽 동네 세상이 신기해 보일 따름이다."
"정녕 대통령으로 당선시킬 인물이 저 윤 아무개밖에 없었는가."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겠는지, 또 북남관계를 아는 사람들이 어떻게 평할런지도 전혀 개의치 않았으니 그 나름대로의 용감성과 넘치게 보여준 무식함에 의아해짐을 금할 수 없다."
 

'거대 담론'보다 '미시적인 실용주의' 필요

김정은의 "윤석열 정부 전멸" 발언에 이어 김여정의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으로 볼 때, 당분간 남북관계의 진전은 어려워 보입니다. 남북 간에 험한 말이 오가는 것을 떠나,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해 유엔의 대북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의 한계가 명확한 것도 현실입니다.

지금은 '담대'하거나 '한반도 냉전구조의 해체' 같은 거대 담론보다 미시적인 실용주의를 고민해볼 때입니다.

유엔의 대북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남북 간에 가능한 것은 인도지원이나 사회문화 인적교류, 농업 보건 산림 분야의 협력 같은 정도입니다.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하는 한 남북 간에 가능한 것은 이런 정도의 것들이라는 것을 북한에 명확히 얘기하고, 북한이 호응하면 좋고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식으로 쿨한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북한이 자신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비정치적인 분야의 교류마저 거부하고 남한을 비난하는 것은 남한을 여전히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쿨한 자세를 견지해 남한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여지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비로소 남북 간에 미시적인 차원에서 실용적인 접근이 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쿨한 남북관계'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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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파일] 도발 강도 높이는 북한, 가능한 남북관계는? - '쿨한 남북관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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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식 북한전문기자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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