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 반지하주택, 20년 안에 없앤다는데..뜻밖의 '역차별' 논란
"옥탑방과 고시원 거주자는 어디로 가나"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반지하주택 거주자에 입주 순번이 밀리는 것 아니냐", "임대가 아닌 자가 반지하 집주인들은 어떻게 이사를 가게 하느냐" 등의 부정적 의견이 적지 않다.
참여연대는 시가 발표한 공공임대 11만8000호 재건축과 관련 "대다수는 서울시 마음대로 재건축을 할 수 없는 주택이며 안전진단 상 문제가 없는 주택을 30년이 됐다고 재건축을 하겠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며 "현재 거주 중인 주민들을 위한 이주대책과 대체 주택 없이 무작정 재건축을 이유로 쫓아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신축 공공임대 아파트 건축 비용과 매입 임대주택 확보를 위한 예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실적으로 20만호의 대체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최근 5년간 시내 공공택지에 공급한 아파트 평균 건축비는 3.3㎡당 600만원으로 전용 59㎡(옛 25평) 기준 1억5000만원 수준이다. 고밀 재건축으로 4000가구를 짓는다면 공사비만 약 6000억원에 달한다. 최근 공사비 인상분을 반영하면 비용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SH공사는 부채 감축을 위해 올해부터 연평균 약 2500억원 사용한 매입 임대주택 예산을 줄여나갈 계획이었다.
현재 연평균 6000호 수준인 공공주택 공급량을 매년 1만호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구상도 시내 신규 택지 부족과 예산상의 제약이 걸림돌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반지하주택을 줄이는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한다. 유명 건축가인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본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셜록현준'에서 "위험에 노출된 반지하는 결국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주거환경이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층수 규제를 푼다든지 반지하를 지상으로 바꾸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는 이번 반지하주택 일몰제가 20년을 시차를 두고 중장기적으로 진행하는 긴 호흡의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주거급여 확대, 반지하 지상층 이주 시 월세 지원, 기존 반지하 비주거용 리모델링, 배수시설 개선 등 단기 대책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반지하 외에도 주거 취약층을 아우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강조했다. 그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울시에서 20년 이내에 (반지하주택을) 다 없애겠다는 의욕적 계획은 환영할만하나 지금 반지하만이 문제가 아니라 고시원, 쪽방, 옥탑방 등 많은 비정상 거주들이 있다"며 "이런 부분도 종합적으로 개선을 해야되기 때문에 연말까지 시간을 가지고 정밀한 대책을 철저하게 만들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른바 '지·옥·고'(지하, 옥탑방, 고시원)로 불리는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이 소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다만 그는 "지하, 옥탑방, 고시원 중에 제일 먼저 줄여나가야 하는 것은 반지하가 선순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입주민 건강과 추가 침수 피해 등 안전사고 위험을 고려할 때 정책 우선순위를 명확히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부와 시는 주거실태 조사를 거쳐 연내 종합대책을 함께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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