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치매환자 찾는 데는 사람보다 네가 낫다, '드론'[주말N]

윤희일 선임기자 입력 2022. 8. 20. 08:00 수정 2022. 8. 2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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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소방본부가 열화상카메라가 탑재된 드론을 이용해 실종된 치매 환자를 수색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충남소방본부 제공

지난해 8월 25일 아침 충남 홍성군 서부면 어사리에서 “치매 증상이 있는 90대 어머니가 새벽에 일어나보니 보이지 않는다”는 실종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신고를 한 사람은 실종된 사람의 60대 딸이었다.

소방당국과 경찰 등은 인근 농장의 폐쇄회로(CC)TV를 통해 치매 증상을 갖고 있는 K씨가 마을 밖으로 벗어나는 모습을 확인하고 의용소방대, 방범대, 마을 주민 등과 함께 수색에 나섰지만, 이튿날 오전까지 찾지 못했다.

이 시점에서 당국은 열화상카메라가 탑재된 드론을 투입했다. 드론이 하늘을 떠다니면서 마을 일대를 수색하던 중 같은 날 오후 3시 30분쯤 영상에서 작은 생체 신호가 포착됐다. K씨가 실종된 지 40시간 정도가 지난 시점이었다.

벼가 무성하게 자란 논의 가장자리 물 속에 쓰러져있던 K씨 곁을 지키던 반려견 백구의 높은 체온을 드론에 탑재된 열화상카메라가 탐지해 낸 것이다. 당시 K씨는 물속 에 있어서 체온이 크게 떨어져 생체 신호가 탐지되지 않은 것으로 당국은 분석했다.

발견 당시 저체온증을 보인 K씨는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됐고, 이후 건강을 회복했다. 이 과정에서 백구가 3년 전 유기됐다가 K씨 가족에게 구조된 사연이 알려졌고, K씨에게 은혜를 갚은 백구는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또 충청남도 ‘명예119구조견’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이 일을 계기로 드론은 치매환자 수색의 주역으로 등장하게 됐다. 열화상카메라 탑재 드론의 치매환자 수색 능력에 특히 주목한 것은 충남소방본부였다. 연간 100건 이상의 치매 환자 실종 사건이 발생해 수색에 애를 먹어오던 터였기 때문이다.

실종 치매 환자 수색 기술을 첨단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충남소방본부는 바로 열화상카메라가 탑재된 드론의 수를 5대로 늘렸다. 충남소방본부 관계자는 “상공에서 수색하는 드론에 탑재된 열화상카메라가 사람의 체온을 탐지하는 경우 육상의 드론 조종용 모니터에 붉은 색으로 표시된다”고 설명했다.

소방본부는 향후 열화상카메라 탑재 드론을 추가로 확보해 관내 16개 소방서에 1대씩 보급하기로 했다. 현재 충남소방본부가 보유한 수색용 드론은 열화상카메라 탑재 드론을 포함해 모두 41대에 이른다.

충남소방본부의 분석 결과, 열화상카메라 탑재 드론을 이용해 수색하면 치매 환자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이 크게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광진 충남소방본부 구조팀장은 “구조대원 등이 치매 환자의 평소 이동 경로를 파악해 추적하는 등의 기존 방식으로 수색하는 경우 환자 1명을 찾는 데 평균 10.5시간 걸렸지만, 열화상카메라 탑재 드론을 투입해 수색을 하면 환자 1명을 찾는데 걸리는 시간이 6.5시간으로 약 4시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충남소방본부는 또 위치확인시스템(GPS)가 내장돼 치매환자가 실종되는 경우 동선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배회감지기’를 치매환자가 있는 가정에 보급하는 사업도 펼치기로 했다.

김연상 충남소방본부장은 “실종환자이력관리시스템 등 치매 환자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열화상카메라 탑재 드론과 치매환자 배회감지기 등 첨단 장비를 대폭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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