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가장 운 없는 사람이 행운을 찾아 떠난다···영화 ‘럭’[오마주]

오경민 기자 2022. 8. 2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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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은 운 없고 칠칠 맞지만 마음이 따뜻합니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식빵 한 장을 토스터에 넣어 굽습니다. 딸기잼을 바르다가 실수로 떨어뜨립니다. 하필 잼을 바른 면이 바닥에 철썩 붙습니다. 토스트가 두 면이니 잼 바른 면이 바닥에 닿는 건 반반의 확률이어야 할진대, 왜 항상 나는 항상 이 면이 먼저 떨어져서 빵도 버리고 바닥도 닦아야 하는 걸까. 이 바빠 죽겠는 아침에.

여기 100%의 확률로 잼 바른 면을 바닥에 떨어뜨리는 한 여자가 있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부엌 찬장에 있는 물건들이 와르르 쏟아지고,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밖에서 문이 잠기고, 약속 시각이 빠듯한데 자전거 바퀴 바람이 빠져버리고, 마트에서 물건을 들고 나가는데 쇼핑백 바닥이 터져버리죠. 애플tv플러스 오리지널 영화 <럭>의 주인공, 지지리도 운 없는 여자 샘입니다.

샘은 만18세가 되어 그동안 지내던 ‘그룹홈’을 떠납니다. 보호가 필요한 아동들이 모여 사는 시설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아동양육시설, 위탁가정, 청소년 쉼터 등 보호시설을 퇴소하고 공식적으로 독립해야 하는 이들을 두고 ‘보호종료아동’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샘은 18살이 될 동안 아무도 자신을 입양하지 않은 것, 자신만의 가족을 찾지 못한 것도 운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호종료아동인 샘은 새 직장에서 일을 시작합니다. 애플tv플러스 제공.

독립해 살던 어느날 샘은 길에서 검은 고양이를 만납니다. 사람들이 “재수없다”며 쫓아낸 고양이에게 먹던 파니니를 나눠주죠. 샘은 행운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고양이가 떠난 자리에, 동전이 하나 남아있습니다. 이 동전을 손에 쥐고 나니 불운의 상징이었던 샘에게 마법 같은 하루가 펼쳐집니다. 아무렇게나 물건을 던져도 제자리에 착착 들어가고, 고장 났던 토스터가 한 번에 작동하고, 토스트를 아무리 떨어뜨려도 접시 위에 먹기 좋게 안착하죠. 행운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화장실에 들어가 잠깐 동전을 손에서 잠깐 놓자마자 동전을 잃어버리죠. 샘은 행운의 동전을 줬던 고양이를 쫓아갑니다. 그렇게 ‘운의 왕국’에 도착하죠. 운의 왕국과 불운의 왕국은 자석처럼 붙어있습니다. 샘은 이곳에서 검은 고양이 밥과 함께 행운의 동전을 빼돌리기 위한 모험을 시작합니다.

<럭>은 행운은 좋은 것, 불운은 나쁜 것이라는 기존의 사고를 뒤집어 보는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기쁨과 슬픔을 다룬 영화 <인사이드 아웃>과 비슷한 비틀기 방식을 사용합니다. 불운은 정말 나쁘기만 한 걸까요? 행운과 불운은 어딘가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검은 고양이는 보통 불운의 상징이지만, 스코틀랜드에서는 행운의 상징이라고 합니다.

운의 왕국과 불운의 왕국은 무작위로 행운과 불운을 인간세계로 전달합니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샘이 의도치 않게 당도한 불운의 왕국에서 만난 이들의 모습은 어쩐지 마음 속 공포와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불행한 상황을 이겨내는 노하우와 사소한 불운 정도는 웃어 넘기는 유머가 있죠. 문제해결 능력도 뛰어나고, 서로에게 기대는 법도 알고 있습니다. 여행이 끝나갈 때쯤 샘은 말합니다. “제가 불운하지 않았다면 헤이즐이나 밥(영화 속 친구들)을 못 만났을 거예요. 당신은 생명체들이 불운을 견디지 못할 거라고 하지만, 견딜 수 있어요. 분명히 견뎌낼 거고요.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겹겹이 쌓인 불운 속에 만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불운도 친구처럼 여길 수 밖에요. <럭>은 예상되는 깨달음을 익숙한 형식으로 전달하는 영화입니다. ‘아는 맛이 무섭다’고, 가끔은 이런 익숙한 즐거움이 필요한 주말이 있습니다. 디즈니와 픽사 출신 제작진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애플tv플러스에서 지난 5일 공개됐습니다.

‘지구 부숨’ 지수 ★★★★★ / 토끼가 춤을 출 때까지 재생을 멈추지 말 것. 최근 본 중 가장 귀여움.

고구마 지수 ★★★ / 주인공이 운 없으니 필연적.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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