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신해철 '국악천재' 지영희..경기도로 음악여행 떠나자

송용환 기자 2022. 8. 2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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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관광공사 '성남 신해철거리·가평 음악역1939' 등 소개
‘마왕’은 죽지 않았다 '성남 신해철거리'.(경기관광공사 제공)

(수원=뉴스1) 송용환 기자 = 음악은 사람의 정서적 불균형을 치유하는 강력한 치료제다. 무용한 말을 뛰어넘는 강력한 언어가 되고, 성난 파도 같은 마음을 잠재우며, 밋밋한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경기도에는 음악에 몰입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 여럿이다. ‘마왕’ 신해철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거리에서부터 빈티지 오디오로 클래식을 들려주는 음악감상실까지.

무더위에 몸과 마음이 꺾이는 어느 날, 꿈결 같은 멜로디에 이끌려 음악여행을 떠나보자. 경기관광공사가 ‘성남 신해철거리’ 등 4곳의 음악여행지를 소개했다.

◇‘마왕’은 죽지 않았다 <성남 신해철거리>

신해철거리는 ‘마왕’이라고 불리던 가수 신해철의 삶과 음악을 기리는 거리다. 그의 작업실이 있던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위치해 있는데 신해철 동상을 중심으로 한 160m의 짤막한 구간이다. 밴드 넥스트의 첫 글자 ‘n’ 을 형상화한 상징게이트가 길의 시작을 알린다.

신해철 동상은 살짝 굽은 등에 마이크를 잡은 손,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무릎 위에 올린 그의 털털한 포즈를 재현했다. 입구 계단을 오르면 왼편 건물 지하에 그가 노랫말을 쓰고 곡을 만들던 음악작업실이 있다. 그야말로 마왕의 음악과 정신이 집결된 곳이다.

서재에는 책이 빼곡한 서가와 소파, 테이블이 고스란하다. <앎의 의지>부터 <반지의 제왕> 시리즈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책을 통해 그의 방대한 독서 취향을 가늠해본다.

서재 옆 음악 작업실은 마왕의 흔적이 유난히 짙은, 그래서 가슴이 더 아리는 공간. 그가 피우던 담뱃갑, 미니 칠판에 직접 쓴 마지막 스케줄을 보노라면 마왕이 불쑥 말을 걸어올 듯하다. '굿바이 마왕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우리가 그의 음악을 기억하는 한 마왕은 죽지 않는다. 잠시 안녕을 고할 뿐'. 복도 벽 포스트잇에는 마왕을 그리워하는 팬들의 마음이 절절하다.

구전 민요를 오선지에 붙들다 '평택 지영희국악관'.(경기관광공사 제공)

◇구전 민요를 오선지에 붙들다 <평택 지영희국악관>

천재가 능력과 열정, 혜안까지 겸비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국악 천재’ 지영희는 이 질문의 좋은 예다. 1909년 평택시 포승읍에서 태어난 그는 대중에게는 낯설지만 국악의 대중화·현대화·세계화를 이끈 기념비적 인물이다.

구전 민요 채보(곡조를 듣고 악보로 만듦), 국악관현악단 창단, 한국인 최초 미국 카네기홀 공연 등 선생의 업적을 열거하려면 지면이 부족하다. 가장 눈부신 업적은 민요를 오선지에 옮겨 국악의 얼을 집대성한 일이다. 비파와 아쟁 같은 국악기를 직접 개량하고 국악 장단을 서양 관현악으로 편곡해 국악 오케스트라를 가능케 한 것도 선생의 공적이다.

평택호관광단지에 자리한 지영희국악관은 현대 국악의 아버지, 지영희의 생애와 업적을 다각도로 소개한다. 161㎡(약 48평)의 아담한 전시관에는 조선 최고 무용수인 최승희와 세계 순회공연을 다니던 젊은 날부터 하와이에서 눈을 감은 말년까지 그의 드라마틱한 생애가 담겨 있다.

선생이 생전에 사용한 해금과 피리, 태평소, 친필 악보 등 소장품도 가지런하다. 피리와 태평소 연주에도 천재적이었던 그가 악기를 매만지며 국악의 앞날을 고민했을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일생을 국악에 몸 바친 선생의 헌신 덕에 우리 가락의 흥이 평택에 흐른다.

빈티지 오디오와 클래식으로 쌓아 올린 거대한 성채 '파주 황인용 뮤직스페이스 카메라타'.(경기관광공사 제공)

◇빈티지 오디오와 클래식으로 쌓아 올린 거대한 성채 <파주 황인용 뮤직스페이스 카메라타>

“난 클래식을 모른다. 그래도 소리는 느낄 수 있다.” 황인용 뮤직스페이스 카메라타에 누군가가 남긴 구글 리뷰다. 지난 2004년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들어선 카메라타는 아날로그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클래식 음악 감상실이다.

주인은 1970~80년대 아나운서 겸 라디오 DJ로 맹활약했던 방송인 황인용씨. ‘밤을 잊은 그대에게’ 위로를 건네던 그가 오늘날에는 숨 가쁜 일상에 음악을 잊은 이들에게 선율의 아름다움을 일러준다. 카메라타 건물은 한국 대표 건축가 조병수의 솜씨다.

무덤덤한 노출 콘크리트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황홀한 음악의 세계가 펼쳐진다. 100살 먹은 빈티지 오디오와 1만5000여 장의 LP,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이가 쌓아 올린 거대한 성채다. 기둥 하나 없이 3층 높이로 툭 터진 공간을 가득 메우는 건 오직 피아노 소리뿐.

카메라타는 이탈리아어로 ‘작은 방’ 또는 ‘동호인의 모임’ 을 뜻한다. 16세기 말 피렌체의 예술 후원자인 조반니 데 바르디 백작의 살롱에 드나들던 예술가들의 모임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2022년 파주에서 카메라타는 여전히 건재한다. 클래식 공연, 토크 쇼, 음반사·출판사와 함께하는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통해 방문객과 음악으로 교류한다.

기차의 낭만을 닮은 음악의 낭만 '가평 음악역1939'.(경기관광공사 제공)

◇기차의 낭만을 닮은 음악의 낭만 <가평 음악역1939>

음악역1939는 구 가평역 일대 3만7257㎡(약 1만2000평) 부지에 자리한 음악 복합문화공간이다. ‘1939’는 가평역이 개장한 해다.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2019년에 음악역1939가 조성됐으니 문화예술과 도시 재생이 어우러진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음악역1939는 평화로운 음악 마을을 연상시킨다. 중앙의 뮤직센터를 중심으로 스튜디오·연습실·레지던스 등의 음악 관련 시설, 레스토랑·로컬푸드 매장 등의 편의시설이 알차게 들어섰다. 공간의 랜드마크는 시선을 사로잡는 대형 콘트라베이스 조형물. 실제 콘트라베이스를 5배 크기로 확대한 10m 높이 조형물은 음악도시 가평을 상징한다. 이 조형물에는 비밀 하나가 숨어 있다. 저녁 8시부터 밤 10시까지 뮤직센터 벽에 눈부신 미디어 파사드를 보여주는 것. 악기 뒤편에 설치한 빔프로젝터가 건물 벽에 LED 영상을 쏘아 올리는 원리다.

방문객이 주로 머무는 곳은 실내공연장, ‘1939 시네마’ 영화관, 북카페 등을 갖춘 뮤직센터다. 공연장에서는 연간 25개의 음악 프로그램이 열리는데 매주 토요일에 진행되는 G-SL(가평 Saturday Live)은 금방 매진이 될 만큼 인기다. 기차의 낭만을 닮은 음악의 낭만이 곳곳에 흐른다.

야외공원에는 경춘선 기차여행을 추억할 수 있도록 ‘시간여행거리 열차’라는 이름으로 실제 운행하던 무궁화호 열차를 전시해 볼거리를 더한다. 멈춰 선 열차 안은 경춘선을 주제로 한 책과 시, 1980년대 강변가요제 음반을 진열해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sy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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