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부채비율'인데, 왜 뉴스에는 '부채액'만 나올까

이상민 2022. 8. 21.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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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평가할 때 '부채액'은 경제적으로 중요한 지표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경영평가에서는 순자산 대비 부채의 양을 비율로 나타내는 '부채비율'이 쓰인다.

공공기관 부채비율 증대 등 경영지표 악화는 어떤 의미일까? 둘 중 하나다.

왜 언론은 일반 기업을 평가할 때는 '부채비율'을 쓰면서 공공기관 평가에서는 '부채액'을 쓸까? 최근 정부가 부채비율이 아닌 부채액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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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터러시] 언론에 대한 반감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좋은 언론'을 향한 갈구는 더 커지고 있다는 의미이겠지요. 매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 곧 '미디어 리터러시'가 중요해지는 시대, 우리 언론의 방향을 모색합니다.
기재부는 6월20일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주요 결과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기업을 평가할 때 ‘부채액’은 경제적으로 중요한 지표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경영평가에서는 순자산 대비 부채의 양을 비율로 나타내는 ‘부채비율’이 쓰인다.

‘공공기관 부채’라는 검색어로 뉴스 검색을 했다. ‘부채비율’을 찾기가 어렵다. 대부분의 뉴스는 부채 규모 절대금액을 전하고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5년간 공공기관 부채는 84조원 늘어 지난해 말 사상 최대(583조원)였다”라고 한다.

부채가 84조원이 늘어서 사상 최대 액수인 583조원이 되었다는 뉴스를 보면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84조원이라는 부채 증가 액수와 583조원이라는 부채 총액은 그 자체로 아무런 정보를 담고 있지 않다. 공기업 순자산 액수 변화를 외우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는 정보가 아니라 이미지만 줄 뿐이다. 공공기관 부채가 매우 크다는 이미지 말이다.

차분히 생각해보자. 한국의 GDP는 거의 매년 사상 최대 액수를 갈아치우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뉴스도 GDP를 전할 때 “올해 GDP 사상 최대 달성”이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공공기관도 매출액, 순자산액, 부채액 모두 매년 사상 최댓값을 기록하는 것이 정상이다. 만약 사상 최댓값을 기록하지 않았다면 그것이 오히려 뉴스거리다.

그런 의미에서 공공기관의 부채액은 중요하지 않다. 공공기관 순자산액으로 부채를 나눈 ‘부채비율’을 구해야 한다. 2012년 부채비율은 220%였다. 거의 매년 지속적으로 낮아져서 2021년에는 151%가 되었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 167%보다 낮아진 수치다.

ⓒ시사IN 최예린

경영실적 ‘탁월’한데 ‘재무위험’?

좀 더 근본적인 얘기를 해보자. 공공기관 부채비율 증대 등 경영지표 악화는 어떤 의미일까? 둘 중 하나다. 방만 경영의 결과일 수도 있지만, 공공정책이 요인일 수도 있다. 정부 시책에 따른 공공요금 인상 억제로 경영지표가 악화되었는데, 이 요인으로 페널티를 받는다면 억울할 수도 있겠다.

민간 전문가 109명으로 구성된 ‘공기업 준정부기관 감사평가단’은 지난 6월20일 발표한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한국동서발전에 유일하게 ‘탁월(S)’ 등급을 주었다. 그리고 발전 자회사 4개와 지역 난방공사들은 ‘우수(A)’ 등급을 받은 바 있다. 방만 경영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런데 기획재정부는 불과 열흘 뒤인 6월30일 한국동서발전을 포함한 14개 공공기관을 ‘재무위험 공공기관’으로 선정했다. 한국동서발전은 고작 열흘 만에 탁월 등급에서 ‘부채비율이 200% 미만이지만 향후 경영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고 판단한 별도 관리 기관’으로 추락했다.

공공기관 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평가 기준은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다시 언론 얘기를 해보자. 왜 언론은 일반 기업을 평가할 때는 ‘부채비율’을 쓰면서 공공기관 평가에서는 ‘부채액’을 쓸까? 최근 정부가 부채비율이 아닌 부채액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기 때문이다. 언론은 관행대로 부채비율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탁월 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이 열흘 만에 재무위험 기관으로 전락한 것에 대해 의문을 갖는 언론까지 기대하면 욕심일까?

이상민(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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