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뒤통수, 일본은 호시탐탐..尹정부 어쩌나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입력 2022. 8. 2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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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보따리 안고 떠난 바이든, 韓 전기차 보조금 제외
尹대통령 '관계 회복' 의지에도 日 상응한 움직임 없어

(시사저널=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8월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날아든 '외교 청구서'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에 '생크 코리아'를 외쳤던 미국은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지원 중단을 선언했고, 일본은 강제징용 배상 등 현안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미·중 패권 전쟁 한 가운데 서게 된 한국이 북한 이슈와 더불어 얽히고설킨 난제를 어떻게 돌파해 나갈 지 정부의 외교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22일 외교가에 따르면, 박진 외교부 장관은 최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게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한국산 차량을 제외한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에 우려를 표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박 장관은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으로 한국 기업이 입을 타격과 피해를 언급하며 '유연한 이행'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을 했지만, 세부 내용에서 조정 여지가 있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박 장관은 앞서 국회에서 해당 사안과 관련해 현대·기아차 전기차 보조금이 중단될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내국민 대우 원칙과 세계무역기구(WTO) 최혜국 대우 원칙 등에 위반될 소지가 있는 점을 언급하며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 대응이 한 발 늦었다며, 더 빨리 움직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 서명 전 외교 채널을 동원해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적극 관철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국 대통령이 서명까지 한 상황에서는 한국의 선택지나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만일 이번 법안 추진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면 그 자체로 외교력에 심각한 누수가 생긴 것이란 분석도 있다. 

윤석열 정부에게 바이든 행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이 더 아픈 것은 불과 석달 전 바이든 대통령 방한 당시 '양국 간 긴밀한 유대와 혁신, 협력'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방한해 미국에 나란히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에 사의를 표하며 막대한 '투자 보따리'를 안고 떠났다. 미국의 이번 법안 통과를 놓고 '한국이 뒤통수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바이든 방한 당시에도 '한국은 얻은 것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는데,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지급 제외로 '득'은 커녕 '실'만 커진 셈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21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도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거듭 관계 회복을 손짓한 일본도 냉랭한 반응이다. 동맹과 공조에 힘을 실어 온 윤 대통령을 향해 일본은 보란 듯 한국을 자극하는 언행을 이어가며 '호시탐탐' 기선제압을 노리는 분위기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5일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 대금을 봉납하고, 관료들은 신사 참배를 강행했다.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외친 날 일본 정부가 곧바로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당시 대통령실은 일본 총리가 직접 야스쿠니 신사를 찾지 않은 것에 대해 "고민한 것"이라고 평하고, 관료들의 참배도 "멈출 수 없는 관습"이라고 표현해 논란을 낳았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관료들은 윤 대통령 취임을 '절호의 기회'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자국에 우호적 입장을 갖고 있는 윤 대통령을 통해 강제징용 배상이나 위안부 문제 등을 유리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29일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 "일본이 우려하는 주권 문제의 충돌 없이 채권자들이 보상 받을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런 시각은 더 강화됐다. 일본 언론은 윤 대통령이 실제 내놓을 '카드'에 주목하면서 일본에 유리한 해결방안 모색을 반색했다. 

일본이 한국을 수출관리 우대 대상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 복귀시키지 않고 한국 측 움직임을 지켜보는 것도 '유리한 고지'를 위한 기싸움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산케이신문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4일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박 장관이 화이트리스트 복귀와 반도체 재료 3개 품목의 수출관리 해제를 요구했지만, 일본이 응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야당은 미·중 갈등과 복잡한 국제 정세, 북한 문제까지 더해져 '줄타기' 외교가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윤석열 정부의 전략적 외교와 접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지만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박 장관은 '저자세 외교' 등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저자세 외교가 절대 아니다"며 미국, 일본 등과 당면한 문제를 여러 경로를 통해 적극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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