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경제교류 30년 명암..中 중간재 자립→韓 수출 둔화→對中 무역적자

세종=전준범 기자 2022. 8. 22. 15:5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쌍순환' 앞세워 수입 중간재 국산화 속도내는 중국
中 의존도 높은 한국 무역수지 악화 결과로 이어져
IPEF·칩4 등 중국 견제하며 한국 참여 요구하는 미국

한국의 대(對)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의 도시 봉쇄, 중국산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을 최근 대중 무역 적자의 원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대중 교역 악화를 이런 단기 이슈에 근거해 바라봐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주요 첨단산업을 내재화해 한국산 중간재 의존도에서 벗어나려는 중국의 산업 정책이 서서히 결실을 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핵심 소재의 안정적인 수입 공급망 확보와 더불어 중국과 기술 격차 유지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 연합뉴스

◇ 5월부터 8월 20일까지 대중 무역 적자 이어져

관세청이 22일 발표한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이달 1~20일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액은 81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중 수입액은 87억7700만달러로 14.2%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8월 1~20일 대중 무역수지는 6억67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대중 무역 적자 행진은 지난 5월(10억9900만달러 적자)부터 시작됐다. 6월 12억1400만달러 적자에 이어 7월에도 5억7500만달러 적자를 냈다. 8월 남은 열흘 동안 플러스로 전환하지 못하면 한국은 중국과 수교를 맺은 1992년 이후 처음으로 4개월 연속 무역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최근 대중 무역수지 악화의 배경에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중국 정부의 봉쇄 조치가 있다. 상하이 등 주요 도시의 발이 묶이면서 자연스레 수요가 둔화했고, 올해 2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4% 성장하는 데 그쳤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차질의 여파로 중국산 원자재 가격이 치솟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 가격은 지난해 8월 1kg당 100위안 수준에서 1년 만에 450위안을 웃돌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한국의 수산화리튬(산화리튬 포함) 수입액 17억4829만달러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4.4%(14억7637만달러)에 이른다.

그래픽=손민균

◇ 中 반도체 제조장비 국산화율 21→32%

전문가들은 그러나 도시 봉쇄나 원자잿값 급등과 같은 단기 요인에 기반을 두고 대중 무역 적자 이슈를 봐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그간 중국 정부는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의 내재화를 꾸준히 시도해왔다. ‘쌍순환’이란 불리는 내수 강화 정책을 앞세워 수입에 의존해온 여러 중간재를 자국산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 성과가 ‘한국의 대중 무역 적자’ 형태로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무역협회가 이달 18일 발표한 ‘최근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제조용 장비 국산화율은 작년 말 21%에서 올해 상반기 32%로 크게 올랐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올해 상반기 대중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출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1.9% 감소했다. 또 올해 상반기 대중 교역 품목 5448개 가운데 적자 품목 수는 3835개(70.4%)로, 작년 상반기(3581개·69.4%) 대비 254개 늘었다.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처음 시작한 1992년부터 올해 7월까지 쌓인 대중 흑자 규모는 무려 7099억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연도로 끊어서 보면 웃을 수 없는 현실이 보인다.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 흑자는 2013년 628억달러를 기점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두 나라 무역 규모가 사상 처음 3000억달러를 돌파한 지난해에도 무역 흑자는 2013년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242억달러에 머물렀다.

중국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 26년 동안 한국은 대중 교역에서 흑자를 가장 많이 내는 나라 2위(1위는 대만) 자리를 지켰으나 올해 들어서는 대만·호주·브라질에 이은 4위로 주저앉았다. 홍지상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중 무역수지를 개선하려면 차세대 수출 신산업과 관련한 핵심 소재의 안정적인 수입 공급망 체계를 확보해야 한다”며 “기술집약 산업에서 중국과 기술 격차를 유지해 수출 경쟁력 기반도 갖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국 베이징의 한 시장 앞에서 인부들이 상품 상자를 트럭에 싣고 있다. / AP 연합뉴스

◇ 尹정부, IPEF 참여하며 대중 관계도 유지해야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주요 산업 내재화가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무역 생태계를 악화하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중국을 강력히 견제하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통상 질서 재편 요구에도 호응해야 하는 난제에 빠졌다. 현재 미국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와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등을 잇달아 구축하며 중국 비중 축소를 시도하고 있다.

윤 정부는 미국이 만든 신(新)통상 질서에 적극 참여하는 동시에 중국과 교역 관계 유지에도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공급 네트워크를 다변화해 지나친 중국 의존도를 낮출 필요는 있지만, 급격한 변화에 따른 산업계 피해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대중 무역 의존도는 최근 10년 평균 15.7%에 육박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달 말 발표하는 종합 수출 대책에는 대중 교역 관련 내용도 담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 16일 “정부는 현재 한국 무역이 직면한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범부처 수출 대응 체계를 구축해 수출 확대와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이 장관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주력 산업의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편 프리미엄 소비재, 친환경 산업, 유망 신산업 등이 제2의 반도체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육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