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간다] 집집마다 악취와의 전쟁..'30억 강남 아파트'에 무슨 일?

김세영 2022. 8. 22.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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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바로간다, 사회팀 김세영 기자입니다.

이곳은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서울 방배동인데요.

제 뒤로, 1년 전 재건축이 완료된 새 아파트가 보이실 겁니다.

시세가 30억 대에 달하는 고가 아파트인데 집집마다 화장실에서 악취가 진동하고 단지 내 나무들이 말라죽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무슨 일인지 바로 가보겠습니다.

지난해 7월 신축된, 750세대 규모의 아파트.

전용면적 84㎡ 집이 30억 원 안팎에 거래되는 초고가 단지입니다.

그런데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지독한 화학약품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아파트 주민] "엘리베이터 타면 그 독한 냄새 때문에 걱정돼서 계단을 이용하려고 하면 계단은 더 심한 냄새가 나요."

주민들은 입주 직후부터 화장실을 중심으로 퍼지는 약품 냄새에 시달렸습니다.

집집마다 청소는 물론 배수구를 정비했지만 소용이 없었고, 환풍기를 틀면 오히려 더 심해졌습니다.

[아파트 주민] "환풍기를 켜면 고약한 냄새 때문에 아이들이 코를 막고 '우웩우웩'하면서 굉장히 괴로워해서‥"

시공사에 호소해도 해결되는 게 없자 입주자들이 직접 원인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리고 이달 초 지하주차장 5층 바닥에서, 같은 냄새가 나는 정체불명의 화학 물질이 뿌려져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김형섭/아파트 주민] "이거 치운 거예요. 여기가 다 이런 유독물질이 다 (방치)돼 있었는데‥"

심지어 주변에선 방치된 폐기물 더미까지 발견됐습니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있는 창고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페인트 통이 열린 채로 방치돼 있고 공사장에서 사용되는 안전 펜스가 쌓여 있습니다.

그리고 바닥에는 건축 자재가 담겨 있는 자루들이 방치돼 있습니다.

공사를 끝내고 남은 각종 화학물질과 자재 등을 1년 넘게 지하에 그대로 쌓아둔 겁니다.

[김형섭/아파트 주민] "이 곰팡이 썩는 냄새에 쥐, 벌레, 모기, 바퀴벌레, 여기서 다 나옵니다. 냄새 기가 막히죠."

악취가 극심한 지하 4층과 5층 주차장은 주민들이 기피해 텅 비어버렸고,

[아파트 주민] "저는 임신을 했으니까, 제가 내려가면 아이가 그거를 맡을 수도 있으니까 거의 (지하) 4층은 내려가지 않고‥"

집안에선 배기관으로 올라오는 냄새를 막느라 문과 창문을 다 닫은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파트 주민] "잠자다가도 '그 유독물질이 들어오겠구나' 싶어서 자다가도 거실문, 안방 문, 다 닫고 이렇게 되니까 1년 2개월 동안 얼마나 우울했는지‥"

몇 달 전부터는 단지에 심은 나무들까지 잇따라 말라죽기 시작했습니다.

소나무는 앙상하게 가지만 남았고, 팽나무는 뿌리가 썩어 기둥 부분이 벗겨진 채로 검게 변했습니다.

나무 주변의 흙을 파봤더니 역시 온통 폐자재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박종훈/아파트 조경자문단장] "철사, 그 다음에 콘크리트 폐자재, 폐콘크리트. 대리석 자르고서는 막 (방치)돼 있는 거, 폐목재 자르다 만 거, 노끈‥ 나무가 살지 못하는 그런 환경입니다."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조사한 결과, 전체 수목의 30%인 197그루가 고사했거나 고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폐기물을 방치한 것 만이 문제가 아니라 조경 자체도 부실하게 됐다는 건데 문제는 또 있습니다.

올 여름, 비가 오면 엘리베이터 틈새로 빗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누수가 번지면서 복도의 벽과 천장은 물론 집 안 곳곳까지 곰팡이가 생겼습니다.

겨울에는 창틀과 세탁실에 결로현상이 생겨 집 안에 고드름까지 열렸다고 합니다.

[아파트 주민] "너무너무 억울하고 분한 거예요. 시공도 굉장히 유명한 건설사에서‥ 굉장히 기대를 가지고 거액의 분양 대금을 치르고 들어왔는데‥"

취재가 시작된 지 이틀 만에 아파트 관리업체 측은 폐자재를 치우겠다며 현장에 나왔습니다.

[관리업체 관계자] "'폐기물' 그 말이 틀린 얘기는 아니에요. 단지 반출 시기가 조금 늦었다, 뭐 그거는 얘기할 수 있는 건데‥"

시공사인 GS건설은 아파트 하자 보수 때 쓰던 자재들이 일부 남아있었다며, 민원을 받고 전부 치웠다고 해명했습니다.

조경과 엘리베이터 등 다른 문제도 보수 조치를 진행하고 있고, 겨울철 결로 문제는 해결됐다고 밝혔습니다.

바로간다 김세영입니다.

영상취재: 장영근 김재현 임지수/영상편집: 유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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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장영근 김재현 임지수/영상편집: 유다혜

김세영 기자 (threezero@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400574_357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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