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尹에 폭탄발언 "국민 동의 없이 靑 폐쇄..'개방'이라는 허울로 포장"

권준영 2022. 8. 2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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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왼쪽)과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국민의힘 제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오랜 침묵을 깨고,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청와대라는 대한민국 역사의 중요한 상징적 공간을, 과반의 국민적 동의 없이 폐쇄한 것"이라면서 "다만 폐쇄하는 것에 그친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개방이라는 허울로 포장하여 역사적으로 단절시켜 버린 것이다. 이러한 권한은 누구도 부여한 바가 없다"고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새 정부의 광복절 경축식과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한 관전평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했었다. 거절한 이유는 3가지 정도인데, 가능하면 거리를 두겠다고 하면서 자꾸 훈수를 두는 태도가 쿨하지 못한 것 같고, 이것 저것 이야기를 하더라도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으니 아무리 그럴듯한 말이라도 훈장질에 다름 아니고 새 정부가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이유를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탁 전 의전비서관은 "그런데 얼마 전, 어느 외신과 청와대 이전과 관련한 서면 인터뷰 요청을 받고 보니, 비록 쿨하지 못해 보이고 훈장질이라도, 역사적으로 분명히 밝혀 두어야 할 부분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이렇게 글을 남긴다"고 해당 게시물을 작성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분명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은 단순히 집무실을 이전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라면서 "청와대를 유지하며 대통령의 집무공간을 이동한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미국에서 차기 대통령이 이제까지의 백악관을 폐쇄하고 백악관 전체를 펜타곤으로 옮기겠다고 하면 그게 가능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원했던 것이라고 사실을 호도하기도 하는데,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이전 계획은 검토 후 백지화 하기도 했지만, 애초부터 청와대를 폐쇄하는 것이 아닌 대통령 집무실만을 옮기거나 이원화 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던 계획이었다"라며 "그러니 애먼 트집을 잡기 전에 이미 당시에 밝혀진 계획을 살펴보기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청와대의 폐쇄는 절차와 과정 그리고 기대효과 면에서 모두 실패한 결정"이라며 "나는 윤석열 정부가 청와대 폐쇄로 인해 연쇄적이고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미 의전, 경호, 보안, 소통, 업무연속성, 위기대응 등 모든 면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탁 전 의전비서관은 "여기에 대한민국 '대통령사'라는 역사의 단절과, 대통령과 국가의 권위, 외교행사 등 다양한 부분에서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자업자득인데, 참으로 속상한 것은, 그 자업이 대한민국의 국격과 많은 국민들의 부끄러움으로 전이된다는 것"이라며 "이번 광복절 경축식의 장소가 용산의 새 대통령 집무실 앞마당인 것도 청와대 폐쇄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얼마 전까지 그저 국방부 연병장에 불과 했던 장소를 광복절 경축식의 장소로 결정하고 어떤 상징도, 역사성도, 미래에 대한 메시지도 없이 파리한 행사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간단하다"면서 "새 정부가 광복절을 용산 이전의 당위를 설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용산에 새로 만들어진, 아직 변변한 이름조차 붙이지 못하는 '대통령실'이라는 공간을 부각시키기 위해 광복절 경축식을 소재로 이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무리수는 여전히 청와대 폐쇄와 관련한 국민들의 부정적 여론이 사그라들지 않는다는 데에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급조한 개방행사, 관람객들의 쓰레기 하나 제대로 대처 못하는 관리부실의 문제, 총독관저 모형 복원 논란, 상업광고 촬영과 같은 설익은 활용 계획은 부정 여론을 더욱 공고하게 하고, 직, 주 공간의 분리와 새 공간의 구축에 따라 여전히 진행 중인 문제들은 더욱 깊어 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은 새 정부가 청와대의 폐쇄가 아니라 단순 이전만을 계획했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차고 넘쳤다"며 "국민적 동의는 물론이거니와, 대통령과 그 부속기관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상징적 공간을 어디로 할 것인가. 그 상징공간에 어떤 형식의 건축을 할 것인가와 어떤 기능을 담을 것인가. 장기간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결정하고 실행해야 할 일이었다. 그것을 단순무식하게 '폐쇄'하고, 땜빵식으로 건물을 꾸미고 날림으로 건물을 구성하고, 검증되지 않은 채 설비를 서두르는 것. 결국 청와대 폐쇄는 아마도 윤석열 정부의 시작은 물론, 정부가 끝난 이후에도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며, 그 값을 치뤄야 할 것"이라고 직격했다.

탁 전 의전비서관은 "대한민국, 청와대는 영욕의 공간이다.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부분적으로 혹은 전체적으로 대한민국 최고 권력의 상징적 공간이었다. 그 모든 시대가 아름다웠던 것은 물론 아니다. 지우고 싶고, 가리고 싶고, 숨기고 싶은 역사도 그 안에 있다"면서 "하지만 그 또한 역사다. 미국이 백악관을 영국에게 점령당했었다고 폐쇄하지 않았듯이, 역사는 그러한 치욕까지도 유지하고 보존되어 새로운 시대 새로운 권력에게 엄중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고 윤 대통령을 거듭 저격했다.

또 "새 정부는 기회가 될 때마다 청와대 관람객이 얼마가 들었다며 자랑하고, 뜬금없는 공연을 하고, 근거가 박약한 경제효과를 들먹인다"며 "전에도 말했듯 일본이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만들고 사쿠라를 심고, 벚꽃 가지를 흔들며 야간 개장 행사를 했듯이 아마도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내 청와대와 용산 사이에서 엄한 짓들을 하게 될 것"이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끝으로 그는 "일본이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만든 이유는 식민지 백성들에게 오락거리를 제공하면서, 대한제국의 권위를 떨어트리고, 새 권력인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호감을 얻기 위한 수단이었다"며 "과연 윤석열 정부의 청와대 폐쇄는 어떤 이유인가…역사의식과 인문적 소양이 없는 정치권력이 얼마나 국가의 품격을 떨어트릴지 슬프지만 우리는 지속적으로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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