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차량폭사 이틀만에 '우크라요원' 실명 지목..서방은 의심
CNN "러 심장부서 '차량 폭파', 1990년대 무법천지 돌아간 듯"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푸틴의 브레인'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폭사의 배후에 우크라이나 비밀요원이 있다는 러시아 정보당국의 전광석화와 같은 수사 결과 발표에 서방의 의심스러운 시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22일(현지시간)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 사망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건 발생 이틀 만이었다.
FSB에 따르면 용의자는 우크라이나 비밀요원 나탈랴 보우크(43)다. FSB는 그가 우크라이나의 민족주의 성향 군사조직 '아조우 연대' 출신이라고 주장했다. 얼굴이 찍힌 그의 동영상도 공개됐다.
그러나 영국 가디언 신문은 "FSB가 동영상 증거까지 갖고 나타나는 '속도'를 보면,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푸틴 반대파에 대한 암살사건 등 주요 사건 처리는 차일피일 미루던 러시아 보안 당국이 유독 이번 사건만 번갯불에 콩 볶듯 처리한 데에는 모종의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수사 내용에 대해서도 가디언은 "극단적인 비판에 맞닥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FSB에 따르면 용의자는 당국의 눈을 피해 러시아 심장부인 모스크바 인근까지 침투했다. 이 용의자는 전문가급 장비를 다루며 요인을 암살하고는 체포되지 않고 유유히 러시아를 빠져나가는 데 성공했다. 이 대부분 과정에 12살까지 딸까지 대동했다. 가디언은 이 모든 일이 FSB의 눈을 피해 이뤄졌다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연관성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가짜 깃발' 작전을 의심하고 있다.
사건을 우크라이나 소행으로 몰아간 뒤, 응당한 보복 조치를 하려고 러시아가 전체를 조작했다는 주장이다.
알렉산드르 두긴은 유럽과 러시아에서 이름이 잘 알려진 인물로, 장기간 우크라이나를 향한 고강도 무력 조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로서는 그를 제거할 동기가 있는 셈이다.
실제 이번 사건은 두긴의 차량을 노렸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막판에 차량 탑승자가 바뀌면서 두긴이 아닌 딸이 피해자가 됐다.
가디언은 다만 러시아가 이미 우크라이나에 공세를 퍼붓는 상황에서 또 다른 공격 구실이 필요한지는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사건이 러시아 수도 인근에서 발생했고, 전쟁 중인 러시아 보안 당국이 용의자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러시아 당국이 자신의 평판에 해를 입힐 테러 사건을 조작할 이유가 크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가디언은 봤다.
이번 사건으로 러시아의 사회 분위기가 무법이 활개를 치던 1990년대로 돌아온 듯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집권하기 전인 1990년대 러시아는 폭력조직이 서로 보복전을 펼치면서 청부살인, 차량 폭탄테러 등이 난무해 극도로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푸틴의 부상으로 러시아에 권위주의가 들어선 이후엔 폭력조직이 자취를 감췄다. 그 대신 러시아 당국이 암살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는 사례가 증가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6년 10월 7일 언론인 안나 폴릿콥스카야 암살 사건이 꼽힌다. 그는 자택으로 가는 아파트 계단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은 푸틴 대통령의 생일이었다.
그 한 달 뒤에는 영국으로 망명한 전직 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한 호텔에서 전 동료가 전해준 차를 마시고 숨지는 유명한 '홍차 암살사건'이 벌어졌다. 문제의 찻잔에서는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기 어려운 방사성물질인 폴로늄이 발견됐다. 생산·유통·보관이 극도로 어렵다는 점에서 러시아 당국의 연루 의혹이 강하게 일었다.
2015년에는 보리스 넴초프 전 총리가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괴한들의 총에 맞아 숨지기도 했다.
CNN은 "다리야 두기나 사건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며 "확실한 것은 러시아 정부가 이 공격을 써먹을 방법을 찾아낼 거라는 점"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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