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85년생, 약한 대표" 이준석 가처분 탄원서..尹에 "절대자, 신군부의 비상계엄" 파문

한기호 2022. 8. 23.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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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비대위 가처분신청 법원심문 이틀 뒤 자필 탄원서 내
광주 유혈사태 빗대..비대위 추진에 "절대자가 면책특권 준 듯"
"바로잡지 않으면 신군부 비상계엄처럼 선포권 더 행사"
상임전국위 유권해석 부정.."尹측 모멸적 제안 거절" 주장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8월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의결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공동취재·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심문 이후에도 자필 탄원서를 내 줄곧 '약자'를 자처하는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을 '이 사태를 주도한 절대자'로 지칭하거나 '신군부'로 빗대며 비난 수위를 높인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탄원서 내용에 당내에서 고강도 비판이 나오자 이 전 대표는 "하여간 자기들이 '열람용'까지 찍힌 거(탄원서)를 셀프 유출해 놓고는 셀프 격앙하는 걸 보니 가처분 결과에 부담이 많이 가는가 보다"라며 조소했다.

이날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지난 19일 A4용지 4장 분량으로 손으로 직접 쓴 탄원서를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에 제출했다. 지난 17일 직접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에 참석한 지 이틀 만에 재판부에 재차 자신의 논리를 호소한 것이다. 탄원서에서 그는 정치의 영역에 대한 사법부 판단을 구하게 돼 송구하다고 인사한 뒤, "저는 1985년생입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1980년 찾아왔던 '서울의 봄'에도 물줄기가 바뀔 수 있는 지점들은 있었다. 서울역에 모인 학생들은 유혈충돌을 우려해 해산했지만 군인들은 그 선의의 해산을 폭력의 성공가능성으로 잘못 받아들였고 비상계엄을 확대했다"며 "그들의 오판에 따라 결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전선에 서도록 강제된 것은 민주주의 수호가 그들의 역할인지도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광주의 시민이었다"고 1980년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소환했다.

이어 "매사에 오히려 과도하게 신중한 모습을 보이며 복지부동하는 것을 신조로 삼아온 김기현·주호영 전 원내대표 등의 인물이 이번 가처분 신청을 두고 법원의 권위에 도전하는 수준의 자신감을 보인다"며 "그들이 주도한 이 무리한 당내 권력쟁탈 시도가 법원의 판단으로 바로잡아진다고 하더라도 면을 상하지 않도록 어떤 '절대자'가 그들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최근 일련의 과정이 잘못됐다는 민심이 여론조사를 통해 누차 전달되고 있지만, 당원과 국민의 마음은 절차적 하자 치유라는 법적 용어를 그들이 아무리 되뇌인다 하더라도 완전하게 치유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 사태를 주도한 '절대자'는 지금의 상황이 사법부에 의해 바로잡아지지 않는다면 비상계엄 확대에 나섰던 신군부처럼 이번에 시도했던 비상상황에 대한 선포권을 더욱 적극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프레임을 씌웠다.

이 전 대표는 이어 "그 비상선포권은 당에 어떤 지도부가 들어온다 하더라도 뇌리의 한구석에서 지울 수 없는 위협으로 남아 정당을 지배할 것"이라며, 당 상임전국위원회의 '당 비상상황' 유권해석 권한부터 부정했다. 그는 "상임전국위가 비상선포권을 가지게 된다면 이것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지금은 비상상황에 대한 선포가 절대자의 당 대표 쫓아내기에 이용되고 있지만 역으로 당 대표가 본인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사용할 수도 있다"고 예를 들었다.

아울러 "상임전국위는 규정 제2주에 따라 당 대표가 20인 이상에 대해 직접적인 임명권을 가지고 있어 대략 40인가량이 참석하는 상임전국위에서 비상상황의 선포권은 당 대표가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며 "또한 상임전국위 의장인 전국위 의장의 지명권도 당 대표가 가지고 있다"면서 "당 대표가 본인과 친소관계가 강한 인사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임해 실질적인 임기의 연장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때에 따라 공천 등과 같은 중요한 정치적 일정과 결합해 이것은 매우 심각한 정당 민주주의의 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며 "또한 저와 같이 원내 경험이 없고, 당내 세력 기반이 약한 당 대표가 국민과 당원의 전폭적 지지를 통해 선출될 경우, 마찬가지로 기득권 세력이 20여 명의 상임전국위원을 모아 비상선포를 하게 되면 비대위 출범 강행을 통해 당 내 절차가 엄격하게 규정하는 당원 소환제를 우회해 당대표에게 실질적인 협박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을 '절대자'로 거듭 지칭하면서 일부 폭로발언도 했다. "올해 6월 지방선거가 끝나고 저는 절대자와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당 대표직에서 12월까지 물러나면 윤리위원회의 징계절차와 저에 대한 경찰 수사 절차를 잘 정리하고 대통령 특사로 몇 군데 다녀올 수 있도록 중재하겠다'는 제안을 받은 바가 있다"며 "이 시점에 이르기까지 며칠 간격으로 간헐적으로 비슷한 이야기를 여러 다른 주체들에게서 듣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에게 (2013년 성접대 수수 의혹 및 증거인멸교사 의혹 관련) 징계절차나 수사절차에 대해 언급을 하면서 그것에 대한 타협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매우 모멸적이고 부당하다는 생각에 한마디로 거절했다"며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한 이후로 발생하는 이런 일련의 당내 내분 상황이 '오비이락(烏飛梨落)'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던 적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경과는 그렇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의 당 대표에 대한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는) 텔레그렘 메신저 내용이 노출된 이후 그것에 대한 해명보다는 TV조선의 단독보도로 대통령실에서 당 지도부에 비대위 전환 의견이 전달됐다는 내용이 나왔고, 다음날 비대위 전환에 반대해 왔던 권성동 원내대표 등의 당내 인물들이 별다른 설명없이 마음을 바꿔 비대위 전환에 박차를 가했고 특히 대통령이 휴가를 간 기간에 그것을 완수하도록 군사작전과도 같은 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당과 대통령 간의 관계가 정상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치닫는 것을 확인했다"며 "저는 정치에서 덩어리의 크고 작음에 따라 줄을 서는 것이 아니라 신념과 원칙을 지킨 사람이 이기는 결말을 맞이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저도 정치를 하면서 언젠가는 현실과의 타협이나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생각을 더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그날이 오늘은 아니고 그날이 너무 일찍 오기도 바라지 않는다"며 "(재발 시) 제 뒤를 잇는 후배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저항했으면 좋겠고, 비슷한 무리수를 두면서 권력투쟁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결국 바로잡힌다는 경종이 울리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전 대표는 당 비대위 전환이 의결된 지난 10일 당과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 지난해 6·11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이 전 대표는 비대위 전환을 기해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1년2개월 만에 자동해임된 상태다.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 결정을 미뤄온 재판부는 이날 "이 전 대표 가처분 사건은 다음주 이후에 결정이 날 예정"이라고 밝혀, 이르더라도 다음주가 될 수밖에 없으며 여권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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