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생일 강제로 바꿔 가족 못 찾게 해"..48년 만의 상봉

황보혜경 2022. 8. 2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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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과거 군사정권 시절 수용자들에게 각종 인권 유린행위를 저지른 부산 형제복지원 실태가 정부 차원의 조사를 통해 오늘(24일)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아동의 이름과 생년월일 등을 강제로 바꿔 부모가 찾지 못하게 막았던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습니다.

형제복지원에 끌려간 지 48년 만에 극적으로 가족을 찾은 피해자를 YTN 취재진이 직접 만났습니다.

황보혜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올해 쉰 네 살인 설수영 씨는 6살 무렵, 부산 형제복지원에 끌려갔던 상황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자전거를 타다 친구들과 잠시 떨어진 사이 순식간에 형제복지원 관계자들에게 납치됐고, 탑차에서 내린 순간부터 지옥이 시작됐습니다.

[설수영 /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 묻지도 않고 짐짝 던지듯이 저를 (탑차에) 던져버린 겁니다. 수도 쇠 파이프를 가지고 와 엎드리게 하더니 내가 그만할 때까지 쳐라. 쟤를 갖다가…]

설 씨 아버지가 아들을 찾고자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어떤 흔적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형제복지원에도 찾아갔지만 일치하는 수용자가 없다는 말에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설수영 /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 아버지가 저를 찾기 위해서 안 가본 데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형제복지원을 알고 많은 부모가 찾아 왔던 거로 들었어요.]

어떻게 된 걸까?

설수영 씨의 본래 이름은 '설수용'입니다.

하지만 형제복지원이 기록한 신상카드엔 이름은 물론 생년월일까지 바뀌어 있었고, 주소도 완전히 다르게 적혀 있었습니다.

[설수영 /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 주소는 (부산) 영도구 봉래동이고 어머니는 장사하신다고 다 말했는데도 형제복지원에선 찾아줄 생각도 안 했습니다.]

결국, 설 씨는 잘못된 신상정보를 바탕으로 새 호적이 만들어졌고 가족들은 설 씨가 성인이 될 무렵 사망한 거로 보고 원적을 말소 처리했습니다.

그렇게 가족과 생이별한 지 48년 만인 지난 1월, 설 씨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모임을 통해 우연히 동생을 찾게 됐습니다.

[설수철 /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동생 : (형제복지원 출신) 아는 목사님을 통해서 형의 연락처를 받았어요. 형이 문자를 보내온 거예요. 어떻게 내 하나밖에 없는 동생 철이를 잊을 수 있겠느냐….]

수십 년 세월이 흘러서야 그리던 가족을 만났지만, 형제에겐 지울 수 없는 깊은 상처가 남았습니다.

설 씨는 형제복지원에서 당한 폭행으로 한쪽 다리를 못 쓰게 되었고, 죄책감에 가족과 떨어져 살던 아버지는 치매 증세로 아들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처지입니다.

[설수영 /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 아버지는 48년 만에 만났는데 심한 치매로 요양원에 계시고, 저는 형제복지원에서 겪은 후유증으로 수급자가 됐는데, 이건 누가 책임져야 합니까.]

내무부 훈령에 따라 형제복지원은 수용자들의 신상기록카드를 토대로 연고자가 있는지 확인 절차를 거쳐야 했습니다.

하지만 멀쩡히 부모와 살던 아동을 납치해 부랑자로 둔갑시킨 뒤 개인식별 정보까지 강제로 바꿔 가족을 찾지 못하게 한 사실이 정부 차원 조사에서 새롭게 드러난 겁니다.

40년 넘는 세월을 고통 속에서 보내야 했던 설 씨 가족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책임 있는 사과와 보상이 이뤄지길 바라는 심정입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다음 달, 형제복지원 진실 규명 추가 신청인들을 상대로 2차 조사에 들어간다는 방침입니다.

YTN 황보혜경입니다.

YTN 황보혜경 (bohk10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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