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칠 노릇"..'대외비' 尹일정 유출에 여당도 '부글부글'

대통령실 "더 살피겠다" 사과에도..여당 일각 "팬클럽 해체하라" 비판 목소리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등신대가 설치된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대외비 일정이 부인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을 통해 유출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뒤늦게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김 여사 팬클럽과 관련한 논란이 되풀이되자 여권 일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대외비인 26일 대구 방문 일정이 부인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 '건희사랑'을 통해 유출된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 대구시당 차원에서는 참석하려는 당원들이 적지 않아서 익히 일정이 알음알음 알려졌던 상황"이라며 "(김 여사의) 팬클럽이 주어가 아니다. 당원이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일정이 한 차례 취소된 바 있었던 상황에서 대구시당에서 행사 준비하면서 당원, 현역 국회의원, 보좌관, 행사 참여 원하는 많은 분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으로 알고 있다"며 "특정한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당의 행사로서 마음을 보태 주려다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같은 일(대통령 외부 일정 유출)은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며 "재차 벌어지지 않도록 어떻게 하든 충분히 더욱 더 긴장하면서 살피도록 하겠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김 여사의 팬클럽 '건희사랑' 페이스북에 한 이용자는 24일 "공지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대구 서문시장 26일 12시 방문입니다. 많은 참석, 홍보 부탁드린다"는 댓글을 적었다. 경호 문제 때문에 행사 종료까지 비공개 사안인 대통령의 외부 일정이 김 여사의 팬클럽을 통해 유출된 셈이다. 대통령의 외부 일정은 출입기자단에도 경호를 이유로 개략적인 일정만 공지된다.

이에 야권뿐 아니라 여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김 여사의 팬클럽이 논란을 부른게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어서다. 지난 5월에는 김 여사의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 방문 사진이 대통령실을 거치지 않고 '건희 사랑'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가뜩이나 (이준석 전 대표의) '신군부' 발언 탓에 시끄러운데 김 여사의 측근이란 사람들이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며 "미칠 노릇"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건 당을 떠나 정부의 아마추어적인 모습이 노출된 것"이라며 "사태를 일으킨 당사자를 찾아내 무겁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한 재선의원실 보좌관은 "대통령의 정확한 동선은 당직자들조차 알 수 없는데 (팬클럽을 통해) 유출된다는 게 이해가가지 않는다"며 "황당하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팬클럽 해체를 주장했다. 홍 시장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 행사는 경호 때문에 공식적인 발표 직전까지는 철저하게 비밀이 되어야 한다"며 "대통령의 동선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 한지 26년이 되고 많은 대통령을 거쳤어도 영부인 팬카페가 있다는 소리는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얼마전까지 이상한 사람이 영부인 팬카페 회장이라고 하면서 정치권에 온갖 훈수까지 하더니 이제 대통령의 동선까지 미리 공개하는 어처구니 없는 짓들도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런 카페는 윤 대통령을 국민들과 멀어지게 하고 나라를 더욱 어렵게 할 뿐"이라며 "그만하시고 이젠 해산하라. 나라 운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홍 시장은 "이준석 전 대표가 스스로를 막시무스라고 자칭하는 것 보다 더 웃기는 코미디"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