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빚투족, 왜 정부가 도와주나"..'빚투 구제' 논란에도 尹, 선제 조치 결정

조성신 2022. 7. 16. 15: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속채무조정 특례제도 신설 계획' 발표
빅스텝에 따른 이자부담 취약계층 지원
"성실하게 빚 갚으면 바보" 반발
영끌·빚투족이 낸 빚이 공동 책임 돼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빚 탕감'이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막기 위한 선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 청년층 채무 탕감 방안을 놓고 '역차별' 지적이 나오자 직접 이해를 구했다. 방치해서 비용이 커지기 전에 적기에 선제적으로 조치하는 게 국익을 위한 일이라는 것이다.

앞서 지난 14일 윤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금융당국은 '빚투' 등으로 큰 손실을 본 저신용 청년층을 구제하는 내용의 신속채무조정 특례제도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 가파른 이자부담 증가로 금융 취약층에 큰 타격이 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지원책을 공개해 파급 효과를 줄여보겠다는 정부의 복안으로 풀이된다.

먼저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금융 채무는 대출 채권을 자산관리공사가 매입해서 만기 연장 금리 감면 등을 통해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이어 고금리 차입자에 대해서도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통해 저금리로 대출을 전환해서 부담을 낮출 방침이다. 이밖에 연체 발생 전 이자 감면 및 원금 상환 유예, 청년 안심전환 대출을 통한 부담 완화, 주택담보대출자에 대한 금리 인하와 장기 고정금리 대출 전환 등을 제시했다.

이번 '빅스텝' 단행으로 월급쟁이는 물론 빚으로 버티던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을 감안한 것으로 윤 대통령은 "고물가·고금리 부담이 서민과 취약계층에 전가되지 않도록 관계기관은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의 채무 부담 경감방안 추진 지시에 따른 금융위의 조치도 빠르게 이뤄졌다. 선제 조치 발표 직후 금융위는 자영업자·소상공인 금융부담 완화를 위해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설립해 부실 채권을 매입하고 8조5000억원 규모의 저금리대환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내용의 '금융부문 민생안정 추진 계획'을 내놨다. 여기에는 주거 금융부담을 줄이고자 안심전환대출을 5조원 추가 확대, 25조원을 공급하고 저소득 청년층에는 추가로 금리를 인하하는 등 우대 혜택도 담겼다. 전세대출 시 이자부담 경감을 위해 저리 전세대출 보증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4억원으로 확대하는 지원책도 넣었다.

윤 대통령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출이 늘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부동산 가격 폭등에 불안한 마음으로 내 집 마련을 위해 영끌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서민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한 청년들 모두가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가 선제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안고 가야 할 사회적 더 비용이 커질 것이고 우리 미래인 청년 세대들은 꿈과 희망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인 빚투를 왜 도와줘"…불공정에 분노하는 청년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14일 정부가 발표한 '125조원+α' 규모의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는 정책이라는 반응이 들끓고 있다. 투자손실의 책임을 개인이 아니라 정부가 세금으로 떠안는다는 지적이다. '빚을 잘 갚은 사람만 바보'라는 역차별 논란이 2030세대에서 중요 가치로 떠오른 '공정'의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안심전환대출과 저신용 청년 특례채무조정 제도 등을 놓고는 '영끌'과 '빚투'를 지원한다는 뒷말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돕는 것은 이해하지만 '빚투 손실'을 정부가 일부 보전하는 것은 시장경제 시스템을 중요하게 여기는 새 정부의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취약층 부실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지는 것보다 이들을 선제적으로 먼저 지원하는 것이 사회적 충격이나 비용적 측면에서 더 합리적이라고 강조한다. 청년층이 일시적인 위기로 신용불량자가 돼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없다면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5일 "코로나19와 급격한 금리 인상 등의 사태는 전례가 없었던 상황이고, 소상공인이나 2030 청년들이 일시적인 외부충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침체기 동안 그분들이 일탈하지 않고, 시장경제 시스템에 계속 있도록 하는 것이 '도덕적 해이' 측면과 상충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취약차주 지원이 윤석열 정부 기조와 배치된다고 보지 않는다고도 했다.

되레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열린 금융위 간부회의에서 "전일 발표한 대책은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서민·취약계층 안정을 위해 집행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은 보완?보강하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대책들도 미리미리 발굴해 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현재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이자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NICE 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취약차주가 보유한 채무는 93조원에 이른다. 이 중 2030세대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다중채무 중 20~30대의 빚이 26.4%에 이른다.

청년층은 주택 구입시 대출 비중이 56.7%로 다른 세대(36.4%)보다 대출 의존도가 큰 데, 2020년 하반기부터 지난해까지 주택가격 급등기에 주택거래를 활발하게 했다. 수도권 주택거래 3건 중 1건이 청년층이었다. 또 많은 청년들이 저금리 환경에서 재산 형성수단으로 저축 대신 돈을 빌려 주식·가상자산 등 위험자산에 투자한 상태다. 주요 10개 증권사의 2030세대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해 6월말 기준 3조6000억원으로 1년 사이 1조7000억원이 늘었다. 가상자산 투자는 20~30대가 55%를 차지한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