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없는X" 女승객 따라내려 폭언한 천안 버스기사

김수련 2020. 11. 20.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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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시내버스 불친절 고질적" 비난 여론
왼쪽은 해당 기사가 운전했던 버스(제보자 제공), 오른쪽은 제보자가 올린 글(페이스북 캡처)


천안의 한 시내버스 기사가 버스 카드가 찍히지 않아 하차하는 여성 승객에게 욕설해 논란이다. 유독 천안에서 버스 기사 불친절 문제가 반복되고 있어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높다.

제보자 A씨는 지난 15일 오후 6시경 부영행 12번 시내버스에 올랐다. 그는 “멀리서부터 승차표시를 했으나, 버스 기사는 정류장을 지나쳐 차가 다니는 도로 가운데서 차를 멈춰 세웠다”고 입을 열었다.

A씨는 “애매한 위치에서 차에 올라탄 뒤 버스 카드를 기계에 갖다 댔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오류로 카드가 제대로 찍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버스가 출발한 터라 바로 내리지 못한 A씨는 “‘버스카드가 안 찍혀서 내려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한 뒤 하차 벨을 누르고 (다음 정류장에서) 뒷문으로 내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때 갑자기 운전대를 잡고 있던 기사가 버스 앞문으로 따라 내렸다. 그리고 ‘카드가 안 찍히면 죄송하다고 말한 뒤 내려야 한다’며 폭언을 퍼붓기 시작했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버스 기사는 “씨XX” “싸가지 없는 X” “불친절로 신고하지 말라” “신고할 거면 신고해 씨XX아”라며 말끝마다 욕설을 이어갔다.

A씨는 “당시 버스 내부에는 승객 10명 정도가 타고 있었고, 버스 바로 뒤에는 차 한 대가 서 있었다. 많은 사람 앞에서 최소 2~3분간 욕설을 들어야 했다”며 당시의 정신적 충격이 매우 컸다고 토로했다.

이어 “욕설을 퍼붓던 기사는 쓰고 있던 마스크까지 내리며 폭언을 이어나갔다. 말대꾸를 하면 신체적 폭력을 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제대로 대응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대신 다음 날인 16일 천안시청에 민원을 넣었다. 버스 기사의 사과를 받기 위함이었다.

천안시청의 민원을 전달받은 버스회사는 자체적으로 버스 내에 설치된 CCTV 영상을 확인한 뒤 17일 A씨에게 연락을 해 왔다. A씨는 “버스회사 측이 CCTV 확인 결과 기사가 나를 따라 내린 뒤 밖에서 욕하는 정황을 포착했다면서 회사 차원의 사과를 건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측이 “해당 기사를 불러 얘기를 나눠봤는데 원래 화가 좀 많은 사람인 것 같다. (그 기사를) 권고사직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러나 인사 조처는 아직 이뤄지진 않았다.

A씨는 “버스회사 근무 환경이 열악하고 배차 시간이 촉박해 버스 기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승객에게 지나친 욕설을 퍼부으며 공포감을 준 행동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면서 “가장 원하는 것은 (욕설한) 기사 본인으로부터 사과를 받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을 통해서라도 CCTV 영상을 받아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천안시 민원통합관리시스템 캡처

A씨 사례는 그동안 반복돼 온 천안 시내버스 업계의 불친절한 현실을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A씨가 당시 상황을 목격한 이를 찾기 위해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에는 “천안 시내버스 불친절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며 공분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천안시청 민원 홈페이지뿐 아니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일부 천안 시내버스 기사들의 불친절 및 난폭운전 개선을 요청하는 글이 게시된 바 있다. 2018년 한 해 동안 천안시 시내버스 관련 민원만 450건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간 사업체가 운영하는 시내버스에 대해 시 차원에서 직접적으로 조치할 방법은 많지 않다. 천안시청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민원이 발생하면 버스회사 관리자, 버스 기사에게 조치를 요청하고, 민원인이 사과를 받고 싶다면 의사를 전달해 돕고 있다”면서도 “민간 사업체가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불친절, 난폭운전에 대해 특별히 조치할 방법은 없다”고 전했다.

시 차원에서 진행하는 교육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집합 교육이 불가능해 실시되지 않았다”면서 “통상은 시 차원에서 1년에 2번 전체 운수종사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련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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