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미애 '판사 불법사찰' 주장에 "법무부도 중재인 성향조사" 비판
[경향신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재판부 불법사찰’ 의혹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명령과 징계 청구를 한 것에 대해 한 검사가 법무부도 비슷한 정보 수집을 했다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입장을 내고 “해외 중재인들에 관한 것으로 기본적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차호동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검사(41·사법연수원 38기)는 27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2013년 2월 언론 보도를 인용해 법무부가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ISDS) 분야에서 활동하는 중재인의 성향에 대해 조사한 용역 보고서를 지적했다. 박주선 당시 무소속 의원이 법무부가 2008년 4월 김·장 법률사무소에게 용역을 맡긴 ‘세계 투자자·국가소송제 중재인 연구’라는 보고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법무부가 거부했다. 이 보고서에는 중재인 72명의 국적, 법·문화적 배경, 판정 성향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설명자료를 내고 “통상 ISDS 사건 중재판정부는 3인의 중재인 중 양 당사자가 각 1인을 선정하며 의장중재인도 협의해 선정한다. 정부가 우리 측 중재인을 선정하기 위해서는 미리 후보군을 검토해 둘 필요가 있다. 재판부 구성에 당사자에게 선택권이 없는 국내 형사소송과 큰 차이가 있다”며 “보고서는 특정 중재판정부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향후 한국을 상대로 제기될 ISDS 사건에 대비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에 의해 작성됐다”고 밝혔다.
차 검사는 자신의 글에 미국의 형사소송 저서 등에서 ‘재판부 정보 수집’을 권하는 내용과 판사들의 정보를 축적한 법률정보사이트를 찾아 실었다. 차 검사는 “공판중심주의와 당사자주의의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절차에서 검사 측 또는 피고인 측이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당사자주의 형사소송절차를 채택하는 미국의 예에서 찾아보겠다”며 “공소유지와 무관한 경찰·국정원이 아닌 공소유지의 일방 당사자인 검사가 법관의 정보를 취합·분석하는 것은 논의의 평면과 차원 자체가 다르다”라고 적었다.
차 검사는 미국 법률정보사이트 검색으로 캘리포니아주의 한 판사에 대해 “고집이 센 판사” “통제에 집착한다” “법정이 혼잡하기로 유명하다” 등의 세평 정보를 찾아 올렸다. 미국 검사협회의 ‘검사를 위한 기초 공판기법’에서 “검사는 판사의 스타일에 익숙해지도록 해야 하고, 공판전략과 스타일을 맞춰 조정해야 한다. 그 판사가 이의제기를 허용해주는지, 법적인 행정 판단에 앞서 판례를 요구하는지, 시한 제한을 부과하는지, 기타 다른 강제사항들이 있는지”라는 부분을 인용하기도 했다.
차 검사는 지난 8월 추 장관이 검찰 직제개편을 추진할 때 검찰 내부 통신망에 ‘직제개편안의 가벼움’이라는 글을 올려 “아무런 연구나 철학적 고민이 없다”고 비판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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