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내는 대표, 딸은 이사'..위탁 청소업체 '가족 경영' 논란

안승길 입력 2020. 7. 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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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주]
[앵커]

전주시의 한 위탁 청소 업체가 미화원들에게 대표 가족의 집 수리 등 온갖 잡일을 시켜 갑질 논란이 불거졌는데요.

경영진을 들여다봤더니, 일가가 운영하는 업체였습니다.

시민들이 낸 세금을 가족들의 배를 불리는데 쓰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

안승길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대표 집수리에 미화원들을 동원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전주의 한 위탁 청소 업체.

지난 2천13년, 당시 22살에 불과하던 육 모 씨가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립니다.

알고 보니 이 여성, 업체 대표 박 모 씨의 딸이었습니다.

박 씨의 남편이자 창업주인 육 모 씨는 지난 2천7년 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아무런 직함을 갖고 있지 않지만, 회장 또는 이사장으로 불리며, 아내 대신 회사를 실질적으로 경영해왔습니다.

[○○업체 대표/음성변조 : "직원 관리라든가, 애로사항이 있다고 하면 상담도. (사업 경영은?) 그건 이사장님(남편)이."]

전주시에 제출한 2천17년 한해 치 건강보험료 납부 내역입니다.

이름과 금액이 적힌 다른 직원들과 달리, '기타' 항목에 총액만 쓰여 있는데, 천6백만 원이 넘습니다.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입수해 대조를 해보니, 실체가 드러납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미화원보다 많게는 다섯 배 넘는 보험료를 낸 이들, 업체 대표 가족들이었습니다.

낸 보험료를 기준으로 이들이 받아 간 2천17년 한해 치 급여만 5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주시로부터 용역비를 받는 것 말고는 별다른 매출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이 업체.

사후 정산서를 보면, 용역비로 받은 65억 원 가운데 한해 이윤으로 5억 6천만 원가량을 벌어들인 것으로 돼 있습니다.

[○○업체 미화원/음성변조 : "직원들 복지나 배려는 잘 이뤄지지 않았고. 저들만이 호화 생활을 누리고 있구나, 많이 속상했고…."]

심지어 가족들의 건강보험료를 용역비인 회삿돈으로 내기까지 했습니다.

[허옥희/전주시의원 : "그런 회사한테 또 일을 맡기겠어요? 자기 돈이라면. 말이 안 되는거죠. 시가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지 못했기 때문에. 비단 ○○ 뿐만 아니라, 12개 대행 업체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 봐야 할 필요가…."]

취재진은 업체 측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명확한 입장을 듣지 못했습니다.

[○○업체 대표/음성변조 : "제가 너무 힘듭니다. 나중에 이야기하겠습니다. 기자님. 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업체는 지난 2천8년부터 전주시 청소 업무를 맡아와 최근 4년 동안에만 3백억 원 가까운 용역비를 받았습니다.

세금을 내는 시민들과 현장에서 땀 흘리는 미화원들을 위해 쓰여야 할 돈이 업체 배만 불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철저한 조사와 함께 개선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안승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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