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탄희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개혁 배신했다"

박재현 2020. 12. 2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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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판사들 탄핵 재추진"
"검찰개혁 집중에 사법개혁 못해"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의혹을 폭로한 판사 출신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개혁을 배신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작심 비판했다. 대법원이 2019년 5월 이후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판사들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직격한 것이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20대 국회 당시 추진했던 사법농단 판사들에 대한 국회 차원의 탄핵이 지금껏 실행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민주당의) 모든 정치적 자원이 검찰개혁에 집중되어 온 탓이 제일 크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탄희 “사법개혁 꺾은 건 ‘양승태 대법원’ 아니라 ‘김명수 대법원’”

이 의원은 23일 국민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대법원이 2019년 5월 다수의 사법 농단 판사들을 징계 면제해주고 난 뒤 지금까지 아무런 설명도 없다”며 “저로서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개혁을 배신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대법원이 슬금슬금 사법농단에 관여된 판사들을 재판부로 복귀시켜줬을 뿐”이라며 “지금도 여론조사를 해보면 국민 대다수가 (사법농단 판사들의) 재판부 복귀를 반대하고 있다.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했다. 이어 “(김 대법원장은) 본인이 왜 대법원장이 되었는지 이미 다 잊은 것 같다. 이대로 가면 우리 역사에 사법개혁을 꺾은 건 ‘양승태 대법원’이 아니라 ‘김명수 대법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개혁파로 알려진 김 대법원장이 개혁 성과는커녕 개혁에 대한 의지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김 대법원장이 그동안 보여준 태도는 ‘중립’과 ‘침묵’”이라며 “미안하지만, 개혁에는 중립이 없다. 중립은 다른 말로 하면 ‘이기는 편 우리 편’이라는 뜻밖에 안 된다. 김 대법원장의 개혁 의지가 사라졌다”고 했다.

이 의원은 국회의 사법개혁안에 대한 대법원의 반발이야말로 개혁 의지의 실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에서 사법개혁법안을 내놔도 대법원이 별 근거 없이 위헌이라며 반대로 일관한다”며 “오죽하면 지난 국감 때 여야 모두 ‘김명수 사법개혁 F학점’이라는 평가를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연루돼 재판 중인 이민걸 대구고법 부장판사와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법관 연임을 포기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지난 10월 법관 연임 신청 마감 시한까지 신청서를 접수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두 사람은 내년 2월 퇴직하고 변호사 개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정말 숯덩이를 삼킨 것 같이 속이 타들어 가는 심정”이라고 했다. 이어 “판사는 징계절차가 진행 중이더라도 연임 불희망을 하면 퇴직도, 변호사 개업도 막을 방법이 없다”며 “서초동에선 그동안 퇴직한 사법농단 판사들이 전관예우 효과로 사건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풍문이 돌고 있다. 이것이 말이 되는 상황인가. 국민이 보기에 법원과 법조계가 어떻게 보이겠냐”며 한탄했다.

그는 사법농단 의혹 판사들에 대한 탄핵이 지연된 데는 민주당의 책임도 일부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의) 모든 정치적 자원이 검찰개혁에 집중된 탓이 제일 크다”며 “180석 거대 정당이라고는 하나 개혁 전선을 동시에 여러 개 만드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1년간 사실상 당이 전력을 다해 싸워서 공수처법 하나 처리하지 않았느냐”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 의원은 사법농단 판사 탄핵을 위해 사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 현실과 일정을 따져보면 탄핵판결까지 받는 게 쉽지는 않다”며 “급한 대로 사법농단 판사 탄핵촉진 및 전관예우 방지법을 발의했다”고 했다. 그는 “나로서는 되든 안 되든 마지막까지 내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왜 국회의원이 되었나 하는 허탈감이 나를 괴롭힐 것 같다”고 했다.

20대 국회 때 “법관 탄핵” 외쳤던 민주당…지금은 “검찰개혁 전선 부담”

민주당은 20대 국회 당시 사법농단 판사들에 대한 탄핵을 추진했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2018년 9월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통해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 농단과 법원의 수사 방해 행위를 철저히 파헤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을 담당할 특별영장전담 법관과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안 등이 거론됐다.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를 중심으로 사법농단 연루 의혹 판사 명단을 작성하는 등 구체적 논의에 착수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법관 탄핵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법관 탄핵 추진은 2018년 말 예산안 심사 등 다른 정국 현안에 슬그머니 밀리더니 2019년 초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재판 청탁 거래 의혹’이 불거지며 멈춰섰다. 정의당은 탄핵 대상 법관 명단을 공개하며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민주당은 명단을 정리해놓고도 결국 공개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당 지도부 내 입장차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홍 원내대표를 주축으로 몇몇 법사위원들은 법관 탄핵에 적극적이었지만 이해찬 대표를 포함해 다른 지도부 인사들은 생각이 달랐다. 당시 법관 탄핵에 부정적이었던 한 지도부 인사는 “당시 국회 의석수 문제도 있었고, 입법부가 사법부 탄핵을 시도할 경우 국가권력 체계가 상당히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부담과 우려가 컸다”고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현 이낙연 대표 지도부도 법관 탄핵에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연이은 갈등과 공수처 출범으로 검찰개혁 전선이 확대된 상황에서 법관 탄핵은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 인사는 “현재 검찰개혁 국면에서 그 문제(법관 탄핵)를 거론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쌓여있는 문제들을 우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탄핵이라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에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이라며 법관 탄핵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범여권 ‘사법개혁 집단행동’ 변수 될까

다만 범여권 일부에서 시작된 의원들의 집단행동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날 이 의원과 같은 당 고영인 최혜영, 정의당 류호정, 열린민주당 김진애,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임성근·이동근 판사의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 부장판사는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기자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의 재판 개입을 인정했지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서 무죄를 선고했다. 현재 검찰의 항소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부장판사는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개입 등의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두 비위 법관의 탄핵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임 판사 등이 세월호 진상규명 분위기를 위축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재판에 개입한 행위는 이미 1심에서도 ‘헌법에 위반된다’고 인정했다”며 “위헌적 행위를 한 판사는 헌법재판소 판결을 통해 탄핵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 이 의원과 같은 판사 출신 이수진, 최기상 의원과 연대도 주목된다. 이들은 법관 탄핵 추진 등 김명수 대법원을 개혁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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