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스쿨존 피해 가족은 부부교사.. 사고운전자 구속영장

장선욱 2020. 11. 1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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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사부부조차 막지 못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인명사고가 경종을 울리고 있다.

17일 오전 광주 운암동 벽산블루밍 아파트 1단지 정문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엄마와 자녀 3명 등 일가족 4명이 대형트럭에 치여 2살된 둘째 딸이 숨진 사고는 피해 영아가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초등학교 교사 부모를 뒀다는 점에서 더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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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광주 운암동 스쿨존 사고는 공공기관의 태만과 무사안일이 빚은 인재

초등학교 교사 부부조차 막지 못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인명사고가 경종을 울리고 있다. 평소 어린이들에게 스쿨존 횡단보도에서도 반드시 손을 들고 안전하게 건너야 한다고 가르치던 교사 부부의 자녀가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암동 벽산블루밍 아파트 1단지 정문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엄마와 자녀 3명 등 일가족 4명이 대형트럭에 치여 2살 된 둘째 딸이 숨지고 엄마와 큰 딸이 중상을 입었다. 이 사고는 피해 영아가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초등학교 교사 자녀라는 점에서 더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숨진 영아의 부모는 광주지역 초등학교에서 나란히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30대 부부 교사다. 금슬이 유난히 좋은 두 부부는 두 딸에 이어 지난 5월 득남해 세 자녀를 뒀고 엄마는 올해 들어 돌이 지나지 않은 아들을 돌보기 위해 육아휴직 중이었다.

만 4살 된 첫째 딸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기 위해 아파트 단지 정문 앞 4차로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너던 일가족은 갑자기 덤벼든 대형트럭을 차마 피하지 못하고 참변을 당했다.

사고가 난 도로는 9개 동 843세대가 거주하는 벽산블루밍 아파트 1단지 정문과 6개 동 615세대가 입주한 2단지 후문을 잇는 지점이다. 사실상 아파트 단지 내부도로나 다름없다.

좌우 측 70~100m 떨어진 거리에 신호등이 설치된 횡단보도가 있다는 이유로 현장에는 횡단보도만 있을 뿐 신호등이 없었다.

3단지 9개동 1295세대를 합쳐 3개 단지에 2753세대가 25~26층짜리 총 24개 동에 나눠 사는 벽산블루밍 아파트는 광주지역 최대 아파트 단지다. 평소에도 인근 광암고가로 진입하려는 각종 차량과 음식점 배달 오토바이 등이 얽혀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잦았다.

사고 당시 횡단보도 건너편에는 어린이집 교사가 첫째 딸을 맞이하기 위해 대기하던 중이었다. 숨진 영아는 엄마와 교사가 지켜보는 앞에서 대형 트럭에 목숨을 잃었다. 대형트럭 운전사의 안전불감증과 우리 사회의 부실한 대처가 한 가정의 삶을 파탄 낸 참변으로 이어진 것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여운 딸을 눈앞에서 잃은 엄마 역시 다리가 골절돼 사고 직후 응급수술을 받았다. 학교에서 제자들에게 교통사고의 위험을 강조하던 엄마는 막상 대형 트럭에 치인 자녀 3명이 숨지거나 크게 다친 불행 앞에서 할 말을 잃었다.

둘째 딸이 숨진 자책감과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으로 경찰에서 피해자 진술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두 딸과 신생아, 엄마 등 일가족 4명의 불행을 불러온 사고는 아파트 주민들의 신호등, 주정차 위반 단속 카메라 설치 요구를 외면한 공공기관의 태만과 무사안일이 빚은 인재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찰과 광주시는 인근에 신호등이 있다는 이유로 거듭된 사고에도 횡단보도만 달랑 설치하는 데 그쳐 사고 예방에 손을 놓고 있었다.

과속이나 신호위반 차량 등 교통상황에 더딘 어린 새싹들을 배려하지 않는 ‘한국형 운전자’들의 부주의도 이 같은 대형사고가 반복되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고 운전자 A씨는 병목 구간에서 차량 정체로 비상등을 켠 채 횡단보도 앞에서 잠시 정차하다 트럭 바로 앞에 서 있던 일가족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급출발하면서 사고를 냈다.

A씨는 경찰에서 “차체가 높은 데다 운전석에서 일가족이 보이지 않는 바람에 사고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사고가 발생한 운암동 횡단보도에서는 불과 6개월 전에도 유사한 사고로 7살 된 어린이가 중상을 입었다.

사고가 잇따르자 인근 초등학교 어머니교통봉사대는 18일부터 횡단보도 등에서 노란조끼를 입고 깃발을 든채 학교를 오가는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스쿨존 사고가 발생하자 “어린이보호구역에서조차 우리 아이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부끄럽고 슬픈 현실에 너무나 죄송하고 큰 책임을 느낀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시장은 “직접 현장을 방문해 근본적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고운전자 A씨에 대해 스쿨존에서 사고를 낸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치사상)로 일명 민식이법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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