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 제국의 위기'.. 금융제국 앤트그룹 해체 수순 밟나

이귀전 2020. 12. 2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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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당국, 금융 상품 판매 제약
"지불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라"
'정부 비판 발언' 마윈 옥죄기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AP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중국 최고 부호인 마윈(馬雲)이 창업한 알리바바의 핵심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에 대해 ‘지불 본연’의 업무에 충실히 할 것을 명령하면서 거대한 금융 제국이 강제 해체 위기를 맞게 됐다.

28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인민은행 등 4대 금융감독 기관은 지난 26일 앤트그룹 경영진을 ‘예약 면담’(웨탄·豫談) 형식으로 소환해 “법률 준수 의식이 희박하다”고 공개 질타하면서 앤트그룹의 사업을 크게 제약하는 ‘5대 개선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5대 요구에는 △지불 본연으로 돌아와 투명도를 높이고 불공정 경쟁을 하지 말 것 △법에 의거해 영업 허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개인 신용평가 업무를 수행할 것 △위법한 대출, 보험·투자상품 판매 등 금융 활동을 시정할 것 △금융 지주사를 설립하고 충분한 자본금을 유지할 것 △규정에 따라 자산 유동화 증권을 발행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앤트그룹이 지불이라는 본업으로 돌아오고 규정을 위반한 대출·보험·이재(투자상품) 등 금융 상품 판매 활동을 하는 것을 엄격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사실상 강제한 것이다. 감독 당국은 각종 금융 관련 규정 위반 행위에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앤트그룹은 중국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전자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중국명 즈푸바오)를 운영하는 회사다. 알리페이의 연간 사용자는 10억명이 넘는다.

스마트폰에 깔린 알리바바의 전자결제 애플리케이션인 알리페이 하나만 있으면 중국에선 어디서나 쉽게 돈을 낼 수 있다. 알리페이 자체로는 물품 결제 외에 앤트그룹은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한다. 

앤트그룹. AP연합뉴스
앤트그룹의 핵심 수익창출원은 알리페이 애플리케이션 속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소액 대출과 각종 투자상품 판매다.

사려는 물건이 있는데 돈이 부족하면 알리페이 안에 있는 소액 대출 서비스 ‘화베이’를 이용해 즉시 신용 한도 안에서 제법 큰 돈을 대출받을 수 있다. 여윳돈이 있을 때는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금융투자 상품인 ‘이재’를 이용할 수 있다. 다양한 보험사의 상품도 한 번에 검색해 계약이 가능하다.

‘본업’인 전자결제 지불 서비스는 사용자를 끌어오는 효과가 클 뿐 수익성 자체는 높지 않다. 앤트그룹의 올해 상반기 매출에서 소액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40%를 차지하는 등 금융 상품 판매를 통해 앤트그룹은 많은 이익을 냈다. IT(정보기술) 기업이라는 이유로 낮은 기준으로 금융업에 진출해 거대 금융 기관들의 수익을 가져가 버린 셈이다.

금융 당국의 요구대로 ‘지불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고, 위법한 금융 활동을 시정할 경우 금융 부분 매출이 대부분 사라지는 앤트그룹은 사실상 존재의 이유가 약해진다.

또 합법적으로 개인 신용평가 업무를 수행하라는 것 역시 앤트그룹은 알리바바의 쇼핑몰 등에서 구매하는 고객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도를 자체적으로 평가했지만, 이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이어서 금융 상품 판매에 제약이 걸릴 수밖에 없다. 금융 지주사를 설립하라거나 자산 유동화 증권 발행을 엄격히 하라는 내용 역시 금융 상품 판매를 주력으로 하면서 은행 등 금융기관에 비해 제약이 적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앤트그룹의 경영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금융 당국은 무분별한 성장이 금융위험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세계 최대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이 금융 서비스 산업에 끼치는 영향력을 줄이도록 지시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의 알리바바그룹의 상황과 관련해 “마윈의 제국이 위기 모드에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중국 관영 매체들은 당국의 강력한 앤트그룹 규제가 금융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차원의 조처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경제 매체 제일재경은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소액 대출 신규 규제는 단기적으로 관련 회사들의 경영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장기적으로 시스템 위험을 낮출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윈의 도발적 당국 비판 발언이 중국 당국이 알리바바 그룹을 비롯한 인터넷 공룡 기업 옥죄기에 들어간 중요한 배경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이달 들어 당국에 보고하지 않고 인수합병을 해 반독점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알리바바에 벌금을 부과했고,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양자택일 강요’ 문제와 관련한 별도의 반독점 조사가 시작된 사실도 공개했다. 양자택일 강요란 알리바바가 타오바오와 티몰 등 자사 플랫폼 입점한 업체들이 징둥 등 경쟁 업체에 입점하지 못하게 한 것을 말한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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