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되고 유럽은 안 되는 이유, '가디언'의 적나라한 지적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임상훈 입력 2020. 10. 26. 07:39 수정 2021. 1. 2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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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훈의 글로벌 리포트] 코로나19 2차 대유행, 다시 한국 방역에 주목하는 나라들

[임상훈 기자]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주 나폴리에서 상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야간통행 금지령에 항의하며 촛불 시위를 벌이고 있다. 캄파니아주는 이날부터 코로나19 재확산 차단을 위한 야간통금에 들어간다. 시간대는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다.
ⓒ 연합뉴스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4천 3백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유럽에서는 2차 유행이 현실화되면서 피해규모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에 따라 해당 지역 방역당국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유럽 언론들이 한국을 비롯한 모범적 방역 국가들의 코로나19 대응에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난 봄 1차 유행 당시와는 다른 이유 때문이다.

2차 대유행

지난 3~4월 1차 유행 당시 유럽은 효과적인 방역 모델을 갖추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각국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장세는 방역당국의 통제 규모를 훌쩍 넘어서 버렸다.

무엇보다 정책적 판단 착오가 아쉬웠다. 마스크 논쟁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정부는 자국이 마스크 수급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실을 국민들에게 숨겼다. '의무진을 제외하고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는 부적절한 지침도 내려졌다. 심지어 마스크 판매금지령까지 나왔다. 유럽 국가들이 얼마나 팬데믹 상황을 안일하게 생각했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들이다.

시민들도 세기적 전염병의 심각성을 초기에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 동아시아의 마스크 착용 습관을 이해하지 못했고 이색적인 문화 정도로 치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록에 따르면 100년 전 스페인 독감 창궐 당시 유럽인들에게도 마스크 착용이 일반화됐었다. 과거의 경험이 매뉴얼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다.

그러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모델이 혁신적이고, 무엇보다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서 유럽이 주시하기 시작했다. 영국과 스웨덴처럼 방임 수동적이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중국처럼 강압적이고 권위적이지도 않은 새로운 방역모델에 관심이 모아졌다. 이 모델이 서구사회에 적용 가능한지 논쟁도 이어졌다.

▲방역당국의 공격적인 검사와 추적 ▲이를 위한 대대적 진단키트 생산 ▲첨단 정보기술(IT)의 활용 ▲정부의 투명한 프로세스 공유 ▲시민들의 능동적 참여. 이 요소들이 어우러진 것이 한국식 방역 모델이다. 이를 위해서는 선진적 의료체계와 첨단산업,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정부와 주권의식을 발현하는 시민의식이 필수적이다.

한국형 모델에 눈 뜬 여러 나라에서 이를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도 1차 유행 당시 초반에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던 진단키트와 마스크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수급되기 시작했다. 방역당국은 좀 더 적극적 검사에 돌입했고 시민들의 마스크 착용도 점차 일반화를 거쳐 의무화 단계까지 이르렀다.

국가 차원의 집단봉쇄까지 경험한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서유럽 국가들은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되자 점차 봉쇄를 해제했다. 특히 여름철 바캉스 시즌에 맞춰 대부분의 엄격한 조치들이 완화됐고, 시민들은 모처럼 코로나19의 피로감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2차 유행에 대한 경고는 늘 제기돼 왔고, 9월을 지나면서 그 경고는 현실화됐다. 가을철이 되면서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신규 확진자가 급증가하기 시작한 것. 정부, 방역당국, 전문가 그룹은 역학분석과 대책마련에 나서지만 둘 중 어느 것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계절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같은 북반구에서 한국과 같은 나라는 오히려 8~9월보다 10월 들어 신규 확진자가 줄었다.
 
 유럽대륙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유행이 가속하는 가운데 10월 5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임금인상과 노동여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물론 한국의 코로나19 역학관계를 유럽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우선 규모가 다르다. 그리고 8~9월 신규 확진자 급증 이유에는 정부 지침에 반하는 종교행사, 대규모 집회의 상관 가능성이 열려 있다. 어떻든 가을 들어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유럽과 달리 한국에서의 계절 영향은 현재까지는 크지 않다.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일본에서는 여전히 하루 신규 확진자가 4백~6백 명 발생하는 등 한국보다 피해규모가 크다. 한국에 비해 누적 확진자는 네 배 가까이, 사망자는 세 배 이상 많다. 하지만 일본 역시 7~8월에 피해가 더 컸고 가을 들어 오히려 신규 확진자는 줄어드는 추세다. 결국 유럽의 확진자 급증 요인을 계절에서만 찾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왜 한국처럼 안 되지?

그렇다면 유럽발 2차 유행의 원인은 무엇일까? 물론 코로나19에 대해 발생경로를 포함해 관련 정보가 현저하게 부족한 현 상황에서 병리학적 원인규명은 불가능하다. 현재로서는 방역당국의 정책적 판단과 시민의 생활방역으로 수렴되는 결과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을 벤치마킹한 나라들의 경우 한 동안 선방하는 듯 보이다 왜 다시 악화되는지 이유를 파악하는 게 해당국에게도 또 한국에게도 중요하다. 어쨌든 우리는 생활방역으로 2차 유행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구 언론들이 한국에 다시 관심을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같은 모델을 사용한다 해도 결과에 차이가 난다면 그 원인을 알아야 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지난 13일 영국의 <가디언>은 영국이 코로나19 관련 검사와 추적을 했음에도 미미한 효과밖에 얻지 못한 이유를 분석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영국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진단검사와 추적 프로그램을 가동하는데 120억 파운드(약 17조 7천억 원)가 소요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왜 미미한 효과밖에 얻지 못했을까?

한국과 달리 영국에서는 사생활 침해에 대한 불신이 끝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라는 동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이 신문은 지적한다. 세계적 대유행 확산 초기에 앱이나 하드웨어를 통한 모니터링을 포함해 진단과 추적이 큰 화두로 떠올랐지만 영국에서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두려움이 효과적 방역을 막았다는 것.

게다가 앱 다운로드와 사용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 신문은 지적하고 있다. 격리 수칙 준수 문제 역시 영국의 효과적 방역을 방해하는 문제로 제기됐다고 이 신문은 밝히고 있다.

정부 역량에서도 문제가 지적됐다. 이 신문은 영국의 검사 인력이 부족해 진단검사를 하고 결과를 받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하는 까닭에 검사·추적 시스템의 유용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한다.
 
 지난 13일 영국의 <가디언>은 영국이 코로나19 관련 검사와 추적을 했음에도 미미한 효과밖에 얻지 못한 이유를 분석했다.
ⓒ 가디언 기사 캡처
 
외신들의 지적

<가디언>은 영국이 검사와 추적에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이유와 관련해 이 모델로 성공한 가장 대표적인 나라로 한국을 꼽고 있다. 왜 같은 모델이 한국과 달리 영국에서는 실패했을까? <가디언>의 지적과 앞서 언급한 한국형 방역모델의 다섯 가지 요소를 비교하면 몇 가지 문제점이 노출된다.

우선 영국에서는 충분한 검사를 위한 인력이 부족했다. 정부의 책임에 귀속되는 문제다. 그리고 역학조사에 필수적인 추적을 실패했다. 첨단 정보기술이 충분히 사용되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 문제는 사생활 침해 우려 문제와 관련된다.

이와 관련해서 <가디언>은 한국의 경우 사생활 침해 우려 문제는 재난상황을 규정한 해당 법률이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위기에 대응하는 정치권의 순발력이 요구되는 문제인데 이 역시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에 해당한다.

정부와 시민 사이에 수준 높은 주권민주주의 프로세스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해야 한다. 사생활 침해 우려 문제도 관련이 되지만 정부는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공개해야 하고 시민은 이에 대해 감시를 전제로 하는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 <가디언>은 란셋 보고서를 인용해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정부가 내놓는 공중보건 지침이 명확한 나라들이 검사와 추적을 잘 활용한 나라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한 나라는 독일, 뉴질랜드, 노르웨이, 스코틀랜드, 한국이었다고 밝혔다.

그 밖에 마스크 착용 여부가 방역 성공 여부의 차이였다고 지적하는 언론도 있다. 미국의 월간 <애틀랜틱>(The Atlantic)은 10월호 기사 'The COVID-19 Fall Surge Is Here. We Can Stop It.'에서 '한국은 광범위한 봉쇄를 실시하지 않고도 코로나19 대응에 매우 성공적'이었다면서 대신 보편적인 마스크 착용과 감염 의심자 식별을 위한 추적, 핀셋 격리 등의 조합을 활용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역시 미국의 <시엔엔>(CNN)은 13일 '코로나19에 대한 서구의 많은 국가, 특히 미국의 실패가 아시아인들의 관점에서 놀라운 것처럼 보이지만 마스크 착용만큼 코로나19 대응 방식의 차이를 부각시키는 것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밖의 많은 서구 언론들도 유사한 지적을 하고 있다. 결국 문제는 '어떤' 모델을 적용하느냐 못지않게 '얼마나 철저하게' 적용하느냐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원론적 이야기임에도 세계적 대유행과 같은 엄중한 상황에서마저 지켜지기 쉽지 않은 명제다. 하지만 백신과 치료제가 원활하게 공급되기 전까지 이번 겨울을 생활방역으로 이겨내야 하는 이상, 지속적으로 반복할 수밖에 없는 명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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