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호의 현문우답] 선악과를 '성적 타락'으로 본다..이단 원조는 '신령파' 김성도

백성호 입력 2020. 11. 1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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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와 뱀의 간통이 원죄의 시작
선악과는 육체적 정조 상징" 주장
'신령파' 족보가 이단 종교의 뿌리
종말 시대 설정해 구원 논리 펼쳐

이단 신흥종교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그들 뒤에는 뿌리가 있고, 사연이 있고, 계보가 있다. 이단 신흥종교 창시자들은 대부분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이 한때 다른 신흥종교에 몸담았다는 사실을 부인한다. 대신 어느 날 느닷없이 하늘에서 ‘계시’를 받았다며 신비 체험을 주장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그들의 교리와 주장, 그리고 신비체험까지도 ‘족보’가 있다. 다시 말해 ‘이단이 이단을 낳고, 다시 그 이단이 이단을 낳는’ 계보의 연장 선상에 놓여 있다는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초기 집단 감염지가 됐던 신천지의 성경 공부 수료식 모습이다. [사진 신천지증거장막성전]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집단 감염지가 되면서 이단 신흥종교 신천지가 이슈의 중심이 됐다. 신천지에서 말하는 말세와 영생의 주장들도 기존에 있던 이단 신흥종교의 주장과 무척 닮았다. 한반도에 기독교가 전래된 이후에 싹 트기 시작한 ‘기독교 계열의 이단 신흥종교’는 대체 어떤 뿌리를 가지고 있는 걸까. 그들의 성경 해석에는 어떤 공통분모가 있는 걸까. 또 거기에는 어떤 모순이 있는 걸까.


선악과는 하와의 육체적 정조 상징
기독교에는 ‘원죄’가 있다. 아담과 하와(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은 이후로 인류는 원죄를 안고 태어난다. 기성 기독교인들도 종종 묻는다. “선악과는 아담과 하와가 따먹은 것이지. 내가 따먹은 게 아니다. 그런데 왜 내게 원죄가 있는가?” 이단 신흥종교들은 이 물음을 틀어쥐고서 ‘그들의 논리’의 막을 연다. 대답은 뜻밖이다. 다름 아닌 “피 때문”이라고 답을 한다. 에덴동산에 살았던 하와(이브)의 타락한 피가 우리 몸속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아담과 하와가 뱀의 꼬임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먹고서, 에덴동산에서 추방되는 이야기를 그린 미켈란젤로의 작품. [중앙포토]


결론부터 들으면 당황스럽다. 정통 기독교에서는 최초의 인류 아담과 하와가 뱀(사탄)의 꼬임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먹었다고 본다. 선악과는 영어로 ‘fruit of the tree of the knowledge of good and evil(선과 악을 알게 하는 지식의 나무 열매)’이다. 그 선악과로 인해 ‘선과 악을 나누는 에고의 분별’이 생겨났다고 풀이한다. 그래서 하나님과의 단절이 생겼다고 본다.

상당수 이단 신흥종교의 관점은 전혀 다르다. 그들은 선악과를 ‘성적인 타락’으로 해석한다. 우선 뱀을 하나님을 배신한 천사장(누시엘 혹은 루시퍼)으로 본다. 그리고 에덴동산에서 하와에게 먹인 선악과는 ‘하와의 육체적 정조’로 풀이한다. 다시 말해 남편 아담을 배신한 하와가 천사장(뱀)과 간통했다고 주장한다. 그런 음란의 결과로 생겨난 혈통이 ‘인간의 원죄’라고 설명한다.

이단문제연구소 심영식 이사장은 “선악과를 성적 타락으로 푸는 것은 성경을 왜곡하는 해석”이라며 “이단 신흥종교의 교주가 원죄 문제에 대한 해결자로 개입할 여지를 만들기 위한 일종의 포석”이라고 지적했다.


기독교 계통 이단 신흥종교에도 원조가 있다

기독교계 이단 신흥종교의 원조급으로 평가 받는 새주파의 김성도. 당시 평양 일대에서 활동하며 직통 계시를 내세웠다. [중앙포토]


정통 기독교계에서 ‘이단의 원조급’으로 분류하는 사람이 있다. 일제 강점기 때 주로 활동했던 김성도(1882~1944)라는 여성이다. ‘평양 일대의 신령파’로 꼽히던 그는 입신(入神)한 상태에서 예수와 대화도 나누었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직통 계시’를 내세웠다. ‘새 주님’을 강조하며 당시 ‘새주파’로 불리었던 김성도는 “죄의 뿌리가 음란”이라고 강변했다. 김성도와 교류하며 강한 영향을 받은 김백문(1917~90)은 “선악과는 ‘하와의 육체적 정조’를 뜻한다. (간통을 통해) 뱀의 피를 받고, 그 혈통을 번식한 게 인류 역사”라며 그들만의 이론적 틀과 교리를 정립했다.

이렇게 생겨난 성경 해석의 관점이 훗날 등장하는 숱한 기독교 계열 신흥종교들의 기본 틀이 됐다. 어떤 신흥종교는 “하와가 뱀과 간통해 아들을 낳았고, 그 아들이 카인이다. 인류는 카인의 후손이다”고 주장한다. 또 통일교는 “뱀(천사장)은 영적인 존재다. 하와와 뱀의 성적 타락은 육적이 아닌 영적인 타락이다. 하나님이 약속한 나이가 되기 전에 하와가 아담을 꼬셔 성관계를 가지면서 둘이 육적으로도 타락하게 됐다”고 풀이한다. 어쨌든 ‘선악과=성적 타락’으로 해석하면서 원죄의 이유가 ‘음란’이라고 보는 관점은 동일하다. 통일교 문선명(1920~2012) 총재는 젊었을 적에 김백문 밑에서 주일학교 교사를 지낸 적이 있다.

새주파의 김성도와 교류하며 '원죄의 이유는 음란'이라는 성경 해석 관점을 교리로 정리한 김백문. 그는 이단 신흥종교 단체인 이스라엘수도원을 설립해서 활동했다. [중앙포토]


구약과 신약, 그리고 말세로 시대를 나눈다
이단 신흥종교들의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그들은 시대를 셋으로 나눈다. 구약(old testament) 시대와 신약(new testament) 시대, 그리고 성약(final testament) 혹은 말세 시대다. 구약 때는 유대인의 할례를 통해서, 신약 때는 예수를 통해서, 그리고 마지막 성약 때는 신흥종교의 교주를 통해서 구원이 성사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식의 시대 구분은 19세기 초 영국 형제교회 지도자 존 넬슨 다비(1800~1882)에 의해 처음 주장됐다. 그는 “인류 역사는 6000년이다. 구약 4000년과 신약 2000년. 지금은 종말이 임박한 마지막 시대”라고 피력했다. 그렇지만 다비의 주장은 당시 영국에서도 주류 교단으로부터 외면당한 소수파의 견해였다.

신천지에서는 이만희 총회장이 젊었을 적에 신흥종교였던 전도관에 몸을 담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전도관의 후신인 천부교측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박하고 있다. 이만희 총회장은 "구약과 신약에 이어 지금은 성약의 시대, 말세의 시대"라는 신천지 교리를 세우고 있다. [신천지증거장막성전]


이런 뼈대를 한국의 이단 신흥종교 교주들이 그대로 가져왔다. 그리고 마지막 시대인 말세의 구원자로 자신을 끼워 넣는다. 실제 신천지의 이만희 총회장도 “마지막 때가 되면 하늘에서 내려오는 예수 그리스도의 영과 나의 육신이 결합해 영생하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젊은 시절 이만희 총회장이 10년간 몸 담았다(전도관 측에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함)고 하는 신흥종교 전도관의 창교자 박태선(1917~90) 장로도 자신을 하나님이라 칭했다. 이 밖에도 스스로 ‘하나님’ 혹은 ‘재림예수’를 자처하는 이단 신흥종교 교주는 많다.

1960~70년대 통일교와 함께 신흥종교의 양대 축이었던 전도관의 창시자 박태선 장로가 집회에서 설교하고 있다. 박 장로는 스스로 하나님이라고 칭했다. [사진 천부교]


이단종교 연구가인 탁지원 현대종교 소장은 “정통과 이단을 나누는 기준은 ‘교리의 변개(變改, 바꾸고 고침)’라고 본다. 정통 기독교는 성경에서 일점일획 더하지고 말고, 빼지도 말라는 입장이다. 성경의 핵심을 목숨보다 중시하며 지킨다. 반면 상당수 이단 신흥종교들은 기존에 있던 이단 교리를 가져와 계속 변개하면서 성경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색을 입히고 살을 더한다”며 “정말 하늘의 계시를 받았다고 스스로 믿는 교주도 있지만, 이단 신흥종교 교주들의 상당수는 종교로 사기를 치는 확신범에 더 가깝다“고 비판했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 중앙일보 2020년 4월 3일자 23면 “이단종교, 선악과를 ‘성적인 타락’으로 본다” 제목의기독교 이단 기사에 대해 천부교는 “천부교는 해당 기사에서 보도한 이단과 관련이 없으며, 말세론이나 선악과를 성적인 타락으로 보는 피갈음 교리와도 관련이 없다”고 알려 왔습니다. 이 보도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 성폭력 사건 바탕에 이단 종교 ‘피갈음’ 교리

「 이단 신흥종교 단체에서는 종종 교주에 의한 여성 신도 성폭력 문제가 발생한다. 단순한 위압에 의한 폭력만은 아니다. 여기에는 ‘피갈음’이라는 이단 특유의 교리 혹은 정서가 바탕에 깔려 있다.

이단 신흥종교의 상당수가 하와와 뱀의 간통에 의해 인류의 피(혈통)가 더럽혀졌다고 믿는다. 그들은 ‘선악과 이전의 혈통’으로 돌아가는 것이 구원이라고 본다. 그래서 이단 계보사에 등장한 것이 ‘마리아 이후의 동정녀’다.

'대성모'라 불리었던 여성 정득은은 '성모 마리아 이후 제2의 동정녀'를 자처했다. [중앙포토]


실제 1940년대 후반부터 김백문과 교류했던 신령파의 정득은(1897~1980년대 말)이란 여성은 ‘제2의 동정녀’를 자처했다. 그녀는 “이미 재림한 주님이 동정녀를 찾아야 인류가 영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동정녀와 특별한 종교의식을 거치면 타락한 피가 거룩한 피로 바뀐다고 했다고 한다. 정통 기독교계에서는 “정득은의 특별한 종교의식은 다름 아닌 혼음”이라고 비판한다.

실제 1950년대부터 등장한 여러 신흥종교의 교주들이 정득은과 교류를 가졌다고 한다. 이들 신흥종교에도 타락한 피를 바꾼다는 ‘피갈음’ 혹은 거룩한 피를 나눈다는 ‘피가름’ 교리 혹은 정서가 있었다. 지금은 이단 신흥종교들이 피갈음 교리를 부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수시로 터져 나오는 이단 신흥종교 교주에 의한 성폭행 사건에는 이러한 피갈음의 정서가 짙게 깔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단종교 연구가 탁지원 현대종교 소장은 “이단 신흥종교 교주에 의해 성폭행 피해를 당한 여성들과 면담하다 보면 공통된 이야기가 있다. 해당 교주가 ‘나와 잠자리를 같이 하면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이단 계보사에 등장하는 ‘피갈음 정서’가 직·간접적으로 녹아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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