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뛰자 건설코리아] 싱가포르서 우뚝 선 '삼성물산'..독보적 기술력·안전관리

문제원 2020. 12. 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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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싱가포르 인프라 공사 강자
2015년 5개 경쟁사 제치고 T307 수주
입찰가격 높았지만 기술력과 역량 인정
도심 지하에 대형 터널 뚫어야..고난도
최신 기술로 민원, 사고 없이 공사 진행
탁월한 안전관리도 강점..현지서도 인정
삼성물산이 수주한 싱가포르 지하철 공사 T307 현장 전경. 이 현장은 싱가포르 북부 우드랜즈 지역과 창이국제공항 인근 지역을 연결하는 총 연장 43㎞의 톰슨 이스트-코스트 라인 지하철 공사 구간 중 일부다. (사진=삼성물산)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준비된 기업이 기회를 잡는다.' 2015년 11월 싱가포르 지하철 공사 구간 중 한곳인 T307 현장 입찰에서 5개 경쟁사를 제치고 수주를 이뤄낸 삼성물산의 이야기다.

당시 삼성물산은 경쟁사보다 높은 입찰 금액을 써냈지만 발주처인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은 T307공구 시공사로 이 회사를 선택했다. 가격보다는 고난도 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기술력과 안전관리 역량을 더욱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가격이 아닌 신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뤄낸 이 수주를 두고 "매출액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삼성물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건설업계 전반이 힘들어진 상황 속에서도 안전하게 공사를 수행하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삼성물산이 수주한 T307 현장은 싱가포르 북부 우드랜즈 지역과 창이국제공항 인근 지역을 연결하는 총 연장 43㎞의 톰슨 이스트-코스트 라인 지하철 공사 구간 중 일부다. 수주 금액은 3억9300만 달러로 우리 돈으로 약 4500억원에 달한다. 공사기간은 총 88개월이며, 2023년 2월 준공 예정이다.

독보적 기술력… 공기 줄이고 지역사회 부담도 최소화

T307 공사는 뛰어난 기술력과 안정적인 수행능력이 필요한 고난도 현장으로 분류된다. 고급 오피스와 주택가가 밀집한 싱가포르 동남부 마린 퍼레이드에 위치해 안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삼성물산은 이곳 지하에 대형 터널 굴착기(TBM)로 약 2.7㎞를 뚫는 작업을 해야 한다. 여기에 343m 길이의 개착식 터널과 305m에 달하는 대규모 정거장 1개도 건설해야 한다.

삼성물산은 2015년 입찰에 참여한 회사 중 유일하게 대안설계를 제시했다. 지하철을 깔기 위해 기존 도로를 이설한 후 다시 복구하는 공사가 당초에는 12단계로 이뤄져 있었지만 삼성물산은 이 과정을 7단계로 줄여 진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펌프 시스템 등 기반시설에도 대안설계를 반영해 공사과정을 간소화했다.

여기에는 삼성물산 만의 독보적인 기술력이 바탕이 됐다. 개착식 터널 공사는 톱-다운(top-down) 방식을 적용했는데, 이는 지하철 천정 쪽 공사를 먼저 끝낸 후 하부 공사를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는 방법이다. 초기 공사만 마무리하면 지상의 도로를 이설하지 않아도 돼 공사가 수월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공사 현장 인근에 있는 백화점과 호텔 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지역 사회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고민이 반영된 결과다.

대형 터널 굴착기로 지하터널을 뚫는 공사에서도 자동 펌핑 시스템을 활용해 단 한 건의 문제 없이 주어진 공기 내에 굴착을 완료했다. 특히 삼성물산은 이 공사에 자체 개발한 빌딩정보시스템(BIM)을 활용했다. 이 BIM시스템에는 공사 진행 상황은 물론 특정 지점에 대한 공사 진행 유무와 필요자재 등의 주요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표시된다. 삼성물산은 BIM시스템을 이용해 도로를 여러 번 옮기고 복구하는 작업 단계를 줄여 공정을 앞당기고 주변 민원을 최소화했다.

싱가포르 T307 현장 근로자 단체사진 (사진=삼성물산)

'안전 제일주의'…발주처 신뢰의 밑거름

삼성물산의 또다른 강점 중 하나는 현장 안전관리 역량이다. 삼성물산은 싱가포르 지역에서 기존에 수행하던 T213 지하토목 현장에 안전 체험장을 설치해 운영한 바 있다. 안전 체험장에서는 근로자들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안전사고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스스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T213에서 시작된 안전 체험장은 T307, T313 등 다른 토목현장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최근엔 가상현실(VR) 등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안전사고 체험과 안전모ㆍ안전화 충격방지 실험 등도 진행된다. 삼성물산의 이 같은 안전 제일주의는 현지 발주처의 신뢰를 얻어 사업을 확장하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삼성물산의 현장관리 능력도 장점 중 하나다. T307 현장은 매립 지역에 지하 토목공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시공과 안전 관리뿐 아니라 사전 작업이 중요하다. 현장 인근은 대형 빌딩과 고급 주택들이 밀집해 있고 교통량도 많아, 공사구간을 확보하고 기존에 매설된 전선 등을 확인하는데 관련 기관들과의 원할한 소통이 필수다. 삼성물산은 T307 현장에 주민, 유관기관 등 이해 관계자들과의 소통을 담당하는 전담팀을 꾸렸다.

공사 초반에는 통행이 불편하고 소음도 심해 인근 주민들을 중심으로 공사 반대 민원이 빗발쳤지만 삼성물산의 이 같은 소통 노력에 현재는 민원인들이 먼저 행사에 초청하고 지역구 국회의원도 나서 공사 진행에 도움을 줄 정도로 관계가 좋아졌다.

싱가포르 T307 현장에 비치된 근로자용 개인 건강관리 키트 (사진=삼성물산)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사업장 보건관리의 중요성이 커져 T307 현장에 근로자들이 편안히 쉬고 즐길 수 있는 힐링센터도 만들었다. 이 곳에는 근로자가 스스로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각종 위생 물품들이 비치돼 있다. 또 근로자 숙소의 집단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단독 근로자 숙소를 확충했다. 출퇴근 시간 조절과 작업조별 식사, 휴게공간 분리 등 코로나19 예방활동에 노력 중이다.

이철행 T307 현장소장은 "현장 직원과 근로자 모두가 원팀이라는 마음으로 다 같이 관심과 정성을 쏟아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며 "때문에 건설현장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안전을 지키는 동시에 공정과 손익도 잘 관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안전관리는 공사나 안전팀만의 의무가 아닌 전 직원의 의무"라고 덧붙였다.

삼성물산은 1996년 주롱섬 매립공사 2단계 프로젝트로 싱가포르 토목시장에 진출한 이후 지하철 북동부라인 307, 도심라인 908, 남북라인 연장 156, 톰슨-이스트코스트라인 307ㆍ313, 마리나 해안고속도로, 남북 고속도로 등을 수주하며 싱가포르 인프라 시장의 강자로 자리잡고 있다.

삼성물산은 "기술력과 수행능력, 안전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고객의 신뢰를 높여 나가고 있다"며 "T307 현장 역시 준공 때까지 철저히 준비하고 노력해 양질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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