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2] 소유냐 삶이냐

강헌 음악평론가 입력 2020. 8. 3. 03:12 수정 2020. 11. 2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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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넌, 〈Imagine〉 (1971)

“소유가 없는 삶을 상상해 보세요/상상하긴 힘들겠지만/탐욕도 굶주림도 없겠죠/온 인류가 형제애로 충만한 세상을/모든 이들이 세상의 모든 것을 공유하는 것을 상상해 보세요/당신은 내가 몽상가라고 말하겠죠/하지만 저만이 그런 것은 아니죠/언젠가는 당신도 우리와 함께하길 바라고 있어요/그리하여 세상은 하나가 되겠죠.”

비틀스가 해산한 뒤 솔로로 변신한 존 레넌이 발표한 발라드 〈Imagine〉의 주장은 지금 들어도 충격적이다. 그는 첫 절에서 '천국'과 '국가'가 없는 상상을 우리에게 제안했고, 둘째 절에 이르러서는 '소유'가 없는 세계를 제시한다. 그때 그의 나이 서른한 살, 이 장발의 청년은 이미 갑부가 되어 있었을 터이다. 그런 그가 반기독교적이고 무정부주의적이며 반자본주의의 과격한 내용을 아름답고 부드러운 선율에 담은 것은 다른 신은 인정하지 않는 보수적인 맹신, 마이너리티의 권리를 폭력적으로 응징하는 국가 권력, 자유와 계약의 이름으로 약자를 끊임없이 약탈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절망 때문일 것이다.

이 노래는 20세기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고요한 투쟁가이다. 그리고 이상주의를 향한 꿈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려는 어느 음악 청년의 담대한 선동이기도 하다. 팝 음악의 정론지 롤링스톤지는 2004년 이 노래를 팝 음악사상 가장 위대한 노래 4위로 꼽았다.

부동산 정책을 둘러싸고 여야의 공방이 연일 뜨겁다. 대한민국은 이미 10년 전인 2010년 주택 보급률이 100%를 돌파했지만 자가 점유율은 57.7%에 불과하다. 선진국 평균 65%대에 비하면 아주 낮은 편에 속한다. 경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부동산 파동의 근본적인 원인이 국토 불균형 발전과 불로소득에 대한 과잉 집착에 있음은 누구나 알 만한 상식이다.

나만이 편안하게 살겠다는 욕망을 어떻게 제거하겠는가? 그런 욕망 자체가 무의미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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