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한 위헌"

이정구 기자 2020. 12. 2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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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가운데) 헌법재판소 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정부 당시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특정 문화예술인이나 단체를 정부 지원 사업에서 배제한 것은 헌법에 어긋난 것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3일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문화예술인들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행위는 표현의 자유, 평등권을 침해한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국가가 개인의 정치적 견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서울연극협회,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윤한솔 연출가와 그린피그, 시네마달, 정희성 작가 등은 2017년 4월 19일 “지원 배제를 위해 예술인의 정치 성향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명단으로 관리한 것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청구인들은 “야당 지지 선언을 하거나 ‘세월호 참사’ 등 특정 이슈를 주제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지원에서 배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예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도 했다.

헌재는 이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주장을 받아들였다. 헌재는 “야당 후보의 지지나 세월호 참사 관련 시국선언에 동참하면서 표현된 것은 이미 공개된 정보이긴 하지만 정보의 성격이나 주체의 의도에 반해 지원 배제의 목적으로 이용됐다”면서 “아무런 법률의 근거 없이 문화·예술인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제한한 것”이라고 봤다.

또, 박근혜 정부가 야당 후보를 지지하거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비판한 의사표시한 문화계 인사들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 행위에 대해서는 “정부가 문화예술 지원 사업에서 배제할 목적으로 문화예술인들의 정치적 견해에 관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수권하는 법령상 근거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정보수집 등의 행위는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보수집 등 행위가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의사를 표현한 자에 대한 문화예술 지원을 차단하는 위헌적인 지시를 실행하기 위한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도 인정할 여지가 없어 헌법상 허용될 수 없는 공권력 행사”라고도 지적했다. 정치적 견해를 기준으로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지원을 배제한 것과 관련해서는 “자의적인 차별행위로서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헌재 관계자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정보수집과 지원 배제 지시 등의 행위는 종료됐지만, 동일 또는 유사한 기본권 침해의 반복을 방지하기 위해 선언적 의미에서 그에 대한 위헌 확인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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