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입양아 사망 사건' 눈물 쏟은 위탁가정.."너무 늦게 알아 미안"

유병돈 2020. 11. 1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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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16일 오후 서울 양천경찰서에 항의 서한 전달
"아이 죽음에 분노를 느끼고 진실을 파헤치려는 건 일반 시민들 뿐"
부실 수사 논란 경찰 비롯해 아동기관들에게도 비난의 화살
16일 오후 1시20분께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과 일반 시민들이 서울 양천경찰서 앞에서 16개월 입양아 사망사건 관련 경찰의 안일한 초동 대처를 규탄하고 있다./사진=유병돈 기자 tamond@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아이가 나한테 딱 붙어서 안 떨어지려고 하더라니….”

생후 16개월 영아가 입양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사망한 사건을 두고 경찰의 초동 대응을 강력히 규탄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16일 오후 1시20분께 서울 양천경찰서 앞에서 16개월 입양아 사망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경찰 측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과 일반 시민 등 20여명이 참석해 경찰의 부실 수사를 비판하는 한편 가해자로 지목된 양부모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촉구했다.

위탁가정 “천사의 탈을 쓴 악마들인 줄 꿈에도 몰랐다”

아이가 입양되기 전 9개월가량 지냈던 위탁가정의 모녀도 이날 자리에 함께 했다. 마스크를 쓴 채 자리에 선 위탁가정 신모(62)씨는 “아이를 처음 본 양부모의 모습은 천사 같았다”면서 “아이 피부에 안 좋을 수 있다고 옷 소재까지 신경써서 입고 온 그들을 보고 어떻게 학대를 의심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신씨는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 몇날며칠을 기도했다는 양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참 좋은 부모를 만났다고만 생각했다”면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은 곳으로 입양 갔다고 늘 자랑하고 다녔는데, 그런 나쁜 사람들인 줄 몰랐던 것이 통탄스럽다”고 덧붙였다.

신씨의 딸 김연경(38)씨도 “학대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면서 “어떻게 아이를 그렇게 학대하고 아무렇지 않게 멀쩡히 생활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흐느꼈다. 이어 김씨는 “양모는 구속이 됐지만, 양부는 방임 혐의가 적용돼 구속조차 되지 않았다”며 “함께 아이를 키웠는데 어떻게 방임일 수가 있냐. 두 사람이 함께 학대한 것”이라고 양부에 대한 구속 수사도 함께 요구했다. 또 다른 위탁아동을 품에 안은 채 자리에 참석한 김씨는 기자회견 내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16일 오후 1시20분께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가 서울 양천경찰서 앞에서 진행한 16개월 입양아 사망사건 관련 항의 서한 전달 기자회견에 참석한 위탁가정 관계자들이 양부모들의 엄벌을 촉구하며 흐느끼고 있다./사진=유병돈 기자 tamond@

아동학대방지협회 “아기천사 애도…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위탁가정 관계자들에 앞서 나선 아동학배장지협회 회원 배문상씨도 이번 사건에 관련된 각 기관들의 부실했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배씨는 “입양부모의 끔찍한 학대 행위와 아기 사망 이후의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에 경악을 금하지 못했다”면서 “관련기관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아기를 보호했다면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배씨는 “아기의 죽음에 대해 분노를 느끼고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진실을 파헤치려는 사람들이 입양부모와 관련기관들이 아닌 일반 시민들이라는 현실이 매우 개탄스럽다”면서 “지난해만 3만건이 넘는 아동학대가 발생했는데, 언제까지 아이들이 고통받고 죽어가야 하는지 경찰과 관련기관에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해 엄마는 구속, 아빠는 불구속 수사…관련기관 부실대응 도마 위

아동학대방지협회는 경찰은 물론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입양기관의 대처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협회 관계자는 아동전문보호기관에 대해 “피해 아동이 의사표현이 어려운 유아임에도 불구하고 양부모의 거짓 진술에만 의존해 학대 여부를 판단했다”면서 “다수의 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고, 여러 의심 정황을 확인했음에도 적극적인 현장조사를 게을리 했다”고 강조했다.

입양기관에 대해서도 “입양 전 사전위탁제도인 ‘임시인도’ 제도를 활용하지 않았고, 학대 정황이 발견된 이후에도 20차례의 전화 통화만 시도하다가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사기관에 신고하거나 내용을 전달조차 하지 않았다”며 “심지어는 아기 사망 이후에도 친부모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16일 오후 1시20분께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가 서울 양천경찰서 앞에서 진행한 16개월 입양아 사망사건 관련 항의 서한 전달 기자회견에서 배문상씨가 관련 기관들의 안일한 대처를 규탄하는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유병돈 기자 tamond@

한편, 서울남부지법 성보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아이 엄마 장모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후 "도망과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씨는 친딸에게 동생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이유로 피해 아동을 입양했지만, 입양 한 달 후부터 방임 등 학대를 벌인 혐의를 받는다.

장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된 것이지만, 아직 검찰 송치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통상적으로 구속영장 발부 이후 일주일 이내 송치가 이뤄지는 점에 비춰볼 때, 구속된 엄마 외에 아빠의 혐의점도 확인해 함께 송치할 것으로 풀이된다. 초동 대응이 부실했다는 비판이 나온 뒤 경찰은 양부모를 피의자로 입건해 사망 이전 폭행 등 학대가 있었는지 조사했으며, 이들로부터 일부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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