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긴 호흡으로 바라보는 여행-위로의 풍경, 경주

입력 2020. 10. 11.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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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데가 없다. 불운의 코로나 시대를 맞은 우리에게 허락된 안전지대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도 어디로 떠나 이 한 몸 위로받을지 고민한다. 그 결과로 경주를 재발견했다. 깊은 이야기와 드넓은 풍경으로 우리를 위로하는 천년고도. 그 깊은 숨소리를 내면으로 받아들여 지금의 현실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기 위한 시간 여행을 시작해보자.

경주의 역사와 기운이 느껴지는 풍경. 통일신라 시대의 교각인 월정교를 품은 모습.

얼마 전 한 유명 패션지에서 ‘코로나 시대의 희망’을 주제로 한 화보를 공개했다. 거기엔 날 선 몸매의 톱 모델은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한평생 시골에서 농사를 지어온 100세 전후의 할머니들이 곱게 꽃단장하고 카메라 앞에 섰다. 환한 웃음 사이로 깊게 패인 주름과 그 안에 새겨진 수많은 세월. 그 시간이 품었을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수많은 곡절. 이 불온한 시대 역시 무연한 미소로 넘기실 우리의 할머니. 그 힘이 느껴져 콧잔등이 시큰했고 또 감사했고 또 위안을 받았다. 그녀들이 살아온 시간을 존경의 마음으로 읽어 내리며 마음을 조아리게 되는 건 자연을 앞에 두고 느끼는 경외심 같은 것이다. 그녀들의 주름은 세월을 간직한 지층과 같고 그 외연은 의연한 자연과 같다.

지금 우리는 그 할머니들처럼 우리를 품어줄 위로의 땅을 찾아 나선다. 한치 앞을 모를 세상이 버거워 위안으로 가득한 여행지를 찾아나서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주는 우리가 가야 할 곳이다. 이 도시는 마치 잔잔한 미소를 간직한 사연 깊은 할머니처럼 우리를 위로한다.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쯤 가봤을 신라의 도읍지. 심하게 유명한 곳이라 오히려 신비감이 제로인 그곳을 이 시기에 여행지로 추천하는 이유는 도시 전체가 위로를 건네기 때문이다. 마치 구석구석 주름진 할머니처럼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말이다. 게다가 이 오래된 고도는 그 어떤 환란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곱디고운 할머니처럼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득하다. 국사 교과서에 나온 온갖 유적지를 잰 걸음으로 둘러볼 생각이라면 이번 여행에 동참할 수 없다.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리의 목표는 고도의 깊은 속살을 천천히 느끼는 것이니까.

TIP감포항 근처의 즐길 거리

-해국길

일제강점기의 문화와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적산가옥 밀집 지역. 과거의 이야기가 길마다 흩뿌려져 절절하다.

-주상절리 트래킹

감포 해변의 절경은 지난 세월 동안 깎이고 깎여 완성된 주상절리 바위 군락을 마주했을 때 절정을 이룬다. 이 풍경을 따라 트레킹을 하는 것은 자연의 위대함을 깨닫는 최단 코스다.

-감포항 횟집

해변을 바라보며 활어회를 먹는 유유자적한 시간.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다. 감포항 주변에는 자연산 횟집이 즐비하다.

(위에서 부터) 할머니의 주름이 우리에게 위로를 주듯, 수백 년을 지나며 빛이 바랜 불국사의 단청 역시 그러하다. 소나무 언덕 아래로 보이는 푸른 바다. 감포 바다의 백미다. 조용하고 소박한 감포항. 마주하는 순간 경주 바다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감포 해수욕장. 바다는 푸르르고 해변엔 검은 몽돌이 반짝인다.
위안과 희망의 에너지

▶ 감포항과 해수욕장

경주와 바다를 연결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경주는 바다에 면해 있고 그 바다는 전율이 일 정도로 아름답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경주 바다의 위엄을 일찌감치 깨닫고 있었다. 국사 교과서에 등장했던 국내 유일의 수장묘, 신라 문무대왕릉은 경주 앞바다에 있지 않았나. 하지만 유명한 유적을 찾아 내륙을 돌다 보니 굳이 바다를 찾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 덕에 오히려 고즈넉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으니 요즘 같은 시절 경주 앞바다를 찾을 이유는 충분하다. 경주의 바다는 감포항과 감포해수욕장으로 대변된다.

소박한 풍경의 감포항은 예로부터 일출을 감상하는 주요 포인트였다. 우뚝 솟은 흰 등대를 배경으로 한 붉은 일출은 그 어떤 예술품 감상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곳에는 바다를 품은 재래시장,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간직한 적산가옥, 각종 횟집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 마음을 위로하는 것은 송대말(소나무가 펼쳐진 끝자락이라는 뜻으로 해송이 군집을 이룬 바다 절벽) 언덕 아래의 바다 그 자체다. 맑고 투명해서 바닥이 그대로 들여다 보이는 푸른 물은 아름답다 못해 희망차다. 세상의 온갖 나쁜 뉴스와 마음 속의 온갖 먼지들을 한 톨 남김없이 씻겨줄 것만 같다. 사실 이 바다엔 사연이 많다. 해신이 되어 외적을 막겠다며 수장을 자처한 문무대왕의 무덤은 피로 얼룩진 수많은 전쟁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그뿐인가. 일제 관료들을 위해 바다 바위를 막아 만든 수족관은 수탈의 역사를 담고 있다. 그런데도 이곳의 물은 유리처럼 맑고 투명하다. 지난 수천 년간 벌어진 추한 인간사를 품고도 말이다. 감포해수욕장이 그 어떤 바다보다 위로가 되는 건 그 때문이다. 이곳 해변은 몽돌로 가득하다. 귀퉁이가 다 닳아서 모난 곳이 없는 돌들은 동글동글하고 반질반질한 것이 해탈한 시간의 부산물 같다. 그래서인가. 몽돌 위에서 하염없이 바라보는 민트색의 푸른 바다는 위로를 넘어 삶을 살아갈 에너지를 흩뿌린다. 감포 바다에 우리가 가야 하는 이유다.

신비한 시간 여행

▶대릉원

대릉원을 향하는 길에서 만나게 되는 고분들. 도시 자체가 거대한 무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대릉원 산책로 초입엔 세월의 굴곡을 고스란히 간직한 소나무 숲이 있다.
이제 사연 많은 바다를 떠나 더 사연 많은 경주 깊숙한 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만약 경주 내륙으로 들어가 단 한 곳만 갈 수 있다면 무조건 대릉원이다. 그만큼 대릉원은 그 어느 곳에서도 느끼기 힘든 경외심이 가득한 곳이다. 사실 아무 정보 없이 경주를 찾는다면 누구나 이곳을 거대한 구릉의 도시라 생각할 것이다. 초록의 구릉(혹은 작은 산)들이 도시 중심을 너울대며 흐르는 모습이 압도적으로 다가오니까. 지역 전체가 추상화로 점철된 예술 작품 같다는 생각마저 드는 건 바로 이 정체불명 언덕의 리드미컬한 배치 때문이다. 경주 시내를 멀리서 바라보면 그 생각은 더욱 강렬해진다. 놀랍게도 이 구릉의 정체는 옛 사람들의 무덤, 신라시대의 고분이다.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경주라는 도시는 신비로운 이야기책이 된다. 신라 고분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거대하고 화려한 모습이다. 작은 산이라 여겨질 만큼 넓고 높다. 게다가 더욱 신비한 것은 이 거대한 무덤들이 초록 평원에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는 점이다. 국립경주박물관, 반월성, 황오동, 황남동, 노서동으로 이어지는 너른 평지에 이 많은 고분들이 우애 좋은 형제처럼 어우러져 있다. 그 모습이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그중 황남동의 대릉원이 으뜸이다. 약 3만8000평의 평지에 솟아있는 아름다운 무덤들은 마치 신이 빚은 순수 자연물처럼 경이롭다. 23개의 능이 어우러진 황남동의 대릉원은 고분군 중 그 규모가 경주에서 가장 크다. 역사 교과서를 통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천마총, 경주 고분 중 가장 큰 황남대총 등이 여기에 있다. 모두 신라의 소중한 유물과 역사를 품은 스토리텔러들이다. 이 고분 사이를 돌며 걷는 것만으로도 시공간을 초월하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사연과 역사가 아니라도 대릉원을 방문할 이유는 충분하다. 그건 바로 산책로의 극적인 미학이다. 정문을 들어서는 순간 펼쳐지는 소나무 군락은 하늘로 치솟은 그 모양새가 힘차 마음을 다잡게 만든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산책로에 입장하면 고분과 고분 사이에 버드나무, 배롱나무, 단풍나무 등 수많은 수목들이 방문객을 호위한다. 그 나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걸으면 시간은 느리고도 빠르게 간다. 선조들이 남긴 미지의 인간사를 친구 삼아 걷는 두 시간 남짓의 의미심장한 산책이다. 사람이 없는 평일 오전 시간이라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길을 지나면서는 대릉원의 그토록 아름다운 능선을 볼 수 없다는 것. 1970년대에 공원화하기 전에는 멀리서도 그 능선이 한눈에 들어왔다는데, 지금은 높은 담장에 가려 반드시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야만 그 자태를 감상할 수 있다.

▷INFO

개방 시간 매일 09:00~22:00(입장 마감시간 21:30)

입장료 어른 3000원, 어린이 1000원

추억을 곱씹는 거리

▶대릉원 옆 황리단길

황리단길에는 카페, 베이커리 뿐만 아니라 셀프사진관도 인기다. 대릉원 사진관. 한옥을 개조해 새로운 레시피를 선보이는 카페들이 황리단길의 정서를 이끌고 있다.
인적 드문 대릉원을 거닐다 보면 이상한 나라의 숲 속에 머무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하지만 문 밖을 나서는 순간 ‘이곳이 현실 세계’였음을 깨닫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경주 힙스터들의 성지라’는 황리단길과 몸을 맞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차가운 빌딩 숲은 아니라는 것. 경주에는 대형 몰이나 고층 빌딩이 없다. 도시 자체가 유적지인 까닭에 난개발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덕에 지금도 경주 시내는 나즈막한 건물과 오래된 정취로 우리를 품어준다. 황리단길은 경리단, 망리단, 송리단길처럼 오랜 구도심의 골목에 젊은이들이 트렌디한 정서를 입혀 카페나 레스토랑 등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2017년 이후 관광객들이 몰려 클래식한 아날로그 정서를 만끽하기 쉽지 않다는 평도 있다. 하지만 오래된 주택 사이에 손맛 좋은 감각쟁이들이 둥지를 틀고 있어 그냥 지나치긴 몹시 아쉬운 동네다. 특히 갓 구운 빵, 향 좋은 커피로 정서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대릉원에서의 긴 시간 여행 이후, 약간은 떨어진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황리단길로 접어드는 건 좋은 선택이다. 트렌디한 가게만 있는 건 아니다. 골목골목 70~80년대 정취가 그대로 남아있는 가옥들, 황남빵과 밀면으로 대표되는 경주의 음식 문화까지 즐길 수 있다.

TIP황리단길의 보석들

▶기와양과점

황리단길의 베이커리카페 기와양과점. 크로아상과 드립 커피의 성지다. 정해진 양만큼의 빵을 구워내고 다 팔리면 문을 닫는다. 맛집이란 증거다. 가게 인테리어도 맘을 사로 잡기에 충분하다. 기와 지붕 정문을 통과하면 커다란 마당이 있고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매장이 이어진다.

주소 경북 경주시 금성으로 182번 길 17-4

영업 시간 12:00~(빵 소진 시 마감)

▶황남주택

한옥을 개조한 황남주택. 늦은 저녁 문을 여는 분위기 좋은 술집. 맥주를 판다. 고택 구조를 그대로 살려 사랑방, 툇마루, 마당에서 술을 한 잔 할 수 있다. 분위기로 마신다. 어둠이 내린 황리단길을 안주 삼을 수 있는 곳이다.

주소 경북 경주시 첨성로99번길 23-4

영업 시간 평일 17:00~00:00, 주말 15:00~00:00

밤의 여행지

▶안압지

월정교의 밤. 루미나리에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환상적이다. 밤의 안압지. 과거의 영화로운 밤 연회를 상상하며 풍경을 음미한다면 그 어느 영화보다 감동적인 시간이 된다.
밤의 여행은 묘한 낭만을 선사한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낭만 여행은 무조건 밤이다. 경주에서 그 들뜬 감정을 느끼고 싶다면 안압지에 가야 한다. 안압지는 신라시대 궁궐에 딸린 별궁터다. 본래의 명칭은 동궁과 월지. 좀더 부연하면 왕자들이 거주하던 동궁과 연회를 베풀던 월지가 있던 곳이다. 이곳에 화려한 연회와 사람은 없고 오리와 기러기만 노닐고 있다는 뜻으로 조선시대부터 ‘안압지’라 불리게 되었다. 조금은 쓸쓸한 이름이다. 오랜 세월이 흐르며 대부분의 건물이 소실되고 터만 남아 있던 이곳을 복원했는데, 그 아름다움이 남다르다. 큰 연못 가운데 3개의 섬을 두었고 북쪽과 동쪽에 12개의 봉우리를 조성했다. 신선이 노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구성이다. 낮에 이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풍경을 감상해도 좋겠지만 밤이 드리운 후 하나둘 조명이 밝혀지면 그 신비함과 아름다움이 최고조에 이른다. 밤의 산책로는 첨성대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밤이 돼야 그 기능이 발휘되는 별 관측소 첨성대를 지나 연못 안쪽으로 들어가면 안압지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곳의 점등은 일몰 시간을 기준으로 하는데 해가 완전히 지고 난 후 연못에 비친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느리게 이 풍광을 즐기지 않는다면 한낱 포토 스폿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과거의 영화로운 밤 연회를 상상하며 풍경을 음미한다면 그 어느 영화보다 감동적인 시간이 된다. 이번 여행은 사진을 찍기 위한, 혹은 유적지 도장깨기에 도전하기 위한 여행이 아니다. 천년 고도의 깊은 숨소리를 내면으로 받아들여 지금의 현실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기 위한 시간 여행이다. 불빛을 받은 안압지의 물그림자 속에서 과거의 영화가 흘러간 자리를 물끄러미 직시하며 세월의 주름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인 것이다. 사람의 시간이란 이렇게 유한하니 현재의 영화나 비루함에 매여 살지 않아도 좋다는 깨달음을 얻기 위한 밤의 불빛 속 명상의 시간이다. 감동을 마음에 품고 안압지에서 나와 인근 교촌마을의 월정교까지 느리게 걸어보자. 검은 물 속에 비친 역사의 다리를 바라보며 하루를 마감한다면 세상의 잡스러운 일들이 하찮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INFO

주소 경북 경주시 원화로 102 안압지

개방 시간 매일 09:00~22:00(입장 마감시간 21:30)

입장료 어른 3000원 어린이 1000원

그림과 건축으로 승화된 경주

▶솔거미술관

솔거미술관을 내려다본 항공 사진. 미술관은 건축가 승효상의 작품이다. 솔거미술관을 돌아본 후 그 옆 경주타워 전망대에 올라 경주를 한눈에 바라보는 코스 역시 추천.
과거의 시간을 배경으로 지어진 현대적인 건축물이 있다. 바로 경주솔거미술관이다. 통일신라시대의 천재 화가 솔거를 기리는 이 건축물은 건축가 승효상의 작품이다. 경주의 아름다운 산하를 담아내는 그릇인 이 공간은 건축의 구조, 차경을 위한 창, 자연을 리드미컬하게 받아들이는 정원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2015년 문을 연 솔거미술관은 경주 최초의 공립미술관인데 작품 전시로써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여행객들에게는 공간이 주는 매력이 더 강렬하다. 건축가 승효상이 사람, 공간, 자연의 경계를 허물어 하나가 되도록 설계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곳의 시작은 한국화의 대가 박대성 화백이 수백 점의 작품을 기증하면서부터다. 솔거미술관의 시작점인 박화백의 작품은 그 자체로 역사다. 수묵으로 구축한 그의 작품 세계는 그 스토리를 알면 알수록 드라마틱하다. 그는 독학으로 작품 세계를 구축했는데 자신의 깊은 정신적 성찰을 지필묵으로 표현한다. 원초적인 몸놀림으로 완성한 그의 그림은 구도하는 종교인의 기도문 같다. 1990년대 이래 화백은 경주 남산자락에서 작품 활동을 하며 경주의 풍광을 화폭에 담았다.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불국사, 석굴암을 바라보는 일은 눈으로 문화유적을 보는 것 만큼이나 감동적이다. 화폭에 옮겨진 경주를 바라보는 일, 특별한 힐링타임이다. 건축가 승효상의 공간에 담긴 수묵화 거장 박대성의 작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INFO

주소 경북 경주시 경감로 614 입장 시간 10:00~17:00 입장료 수시 변동(홈페이지 참조)

경주의 테이크아웃 & 배달 먹거리

경주는 유별난 맛집이 없는 편. 있다 해도 코로나 와중엔 들리기 버겁다. 그럴 때 경주 명물을 테이크아웃 하는 것도 방법이다.

▶황남빵

사실 황남빵은 KTX, SRT 역사를 필두로 경주 시내 어디에서든 눈에 띈다. 그래도 황남빵이니 황남동에서 먹어야 원조의 포스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믿음으로 테이크아웃하면 후회 없을 듯. 첨성대, 대릉원 근처에 경주빵집 거리가 있다. 맛은 거의 비슷하니 갈등하지 말고 들어가 한 팩 포장해 오면 된다.

▶교리김밥

김밥이 뭐라고 그렇게 줄을 서서 먹을까 싶지만, 막상 먹어보면 또 당긴다. 포실포실한 계란 지단 더미가 식감을 살려 먹을 때마다 매력적이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포장 주문을 하면 일 초 만에 봉투에 담긴다. 가게는 본점, 보문점, 황성직영점 등 경주에만 몇 군데가 있다.

▶밀면

경주의 대표 메뉴는 뭐니뭐니해도 밀면이다. 흡사 냉면 같은데 면이 밀가루다. 국물은 담백하고 시원하다. 시원한 맛이 일품인데 사계절 상관없이 인기다. 경주 시내와 중앙 시장 근처에 유명한 밀면 집이 모여있는데 굳이 거기까지 안가도 된다. 중국집에서도 밀면을 배달해주기 때문에 숙소에서 편히 주문해 맛보면 된다.

[글 우주엔(여행작가) 사진 우주엔, 경주시, 솔거미술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49호 (20.10.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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