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숨지기 전 '세 번'이나 신고했는데..부모 말만 믿었다

손하늘 2020. 10. 1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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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이틀 전 서울 목동의 한 병원 응급실로 생후 16개월 된 아이가 온몸에 멍이 든 채 실려왔고, 결국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취재를 해보니까, 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가 최근 다섯 달 사이에 무려 세 번이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부모의 말만 믿고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결국 입양이 된 지 열 달 만에 아이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손하늘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16개월 된 여자 아기가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건 그제 낮 11시쯤이었습니다.

구급차도 부르지 않고 아이 어머니가 직접 데려왔는데, 이미 심정지 상태였습니다.

소아과 당직의사를 급히 호출해 심폐소생술을 벌였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온몸에는 여러 군데 피멍이 들어 있었고, 머리와 쇄골 등은 크게 다쳐 있었습니다.

1시간 뒤 병원 측은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당시 병원 관계자는 "아이 몸 여러 곳에서 골절 흔적이 발견됐다"며 "하루 사이가 아니라 수차례에 걸쳐 만들어진 골절로 보였다"고 진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단정할 순 없지만, 단순 실수나 넘어져서 생기기는 어려운 수준의 부상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MBC 취재 결과 숨진 아기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는 지난 다섯 달 사이 3차례나 더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숨진 아이가 지금의 부모에게 입양된 건 지난 1월.

이후 아기는 서울 양천구의 집 근처 어린이집 0세 반을 다녔습니다.

[어린이집 관계자] "어제 양천경찰서 가서 다 (참고인) 진술하고 왔어요."

지난 5월, 아이의 상태를 본 누군가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처음으로 아동 학대가 의심된다고 신고했습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이의 몸 곳곳에 멍이 발견된다"며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어린이집과 아이의 자택을 방문해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당시 경찰은 상처가 찍힌 증거 사진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아토피가 있고 아이를 안마해주다 보니 상처가 생겼다"는 부모의 말만 믿고 조사를 종결했습니다.

두 달 뒤인 지난 7월, 1차 신고 이후 아이를 지켜보던 전문기관이 다시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수십 분 동안 차 내에 방치된 흔적이 있고 뼈에서는 금이 목격된다"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포착됐지만, 이번에도 아이는 다시 부모에게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두 달 뒤 의심 신고는 또다시 접수됐습니다.

이곳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이를 소아과에 데려가 진료를 받도록 했는데, 아이를 본 병원 원장은 몸에서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했습니다.

"상처가 있고, 영양 상태가 좋지 않다"며 동네 소아과의 병원장이 직접 신고를 해 경찰이 출동한 겁니다.

하지만 이때도 "일부러 학대를 한 흔적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경찰은 부모에 대한 정식 수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경찰 관계자] "저희가 그때 관계 전문가들과 함께 조사도 하고 수사도 하고 했는데, 그 당시에는 그럴 만한 정황들을 발견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다섯 달 사이 구체적인 신고가 3번이나 반복됐지만 한 번도 부모와의 분리나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아이는 입양된 지 열 달 만에 온몸에 피멍이 들고 골절상을 입은 상태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경찰은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오늘 숨진 아이를 국과수에 의뢰해 부검했습니다.

[경찰 관계자] "멍이라는 게 맞아서 생길 수도 있고, 부딪쳐서 생길 수도 있고 골절도 여러 가지 원인이 있잖아요."

경찰은 아직까지는 부모를 입건하지 않았는데, 아동 학대 혐의에 대해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손하늘입니다.

(영상취재 : 김동세 / 영상편집 : 위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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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하늘 기자 (sonar@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desk/article/5942202_325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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