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곳 가라고 친동생한테도 입양 안보냈는데.."

김주현 기자 입력 2020. 11. 1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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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6개월 영아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 입양 전(왼쪽)과 입양 후(가운데, 오른쪽) 모습이 담긴 사진이 공개됐다./사진=뉴스1


"잘살고 있을 줄만 알았어요. 가장 좋은 집으로 갔으면 해서 입양하고 싶다는 친동생도 말렸는데…"

지난 17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한 가정집에서 온몸에 멍이 든 채 사망한 16개월 영아 정인이(입양 전 이름)의 위탁모 신모씨(62)를 만났다. 신씨는 정인이를 생후 8일째 되는 날부터 7개월 동안 길렀다. 그는 입양전문기관에서 10년째 일하고 있는 베테랑 위탁모다.

"좋은 집으로 갔다고 생각했는데"…"오다리도 아니었다"
인터뷰를 자택에서 진행하게 되면서 아이방으로 꾸며진 안방으로 들어갔다. 매트 위에선 신씨가 키우고 있는 4개월 된 여자아기 지민(가명)이가 생글생글 웃으며 젖병을 빨고 있었다. 처음 보는 기자의 얼굴을 보고도 배시시 웃었다. 벽면에 걸린 커다란 액자에는 신씨가 키워 보낸 십여명의 아기들의 사진이 모여있었다. 가장 아래쪽에는 반달 눈을 하고 웃는 정인이가 있었다.

신씨는 양부모와의 만남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신씨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 입양을 보낼 때까지 총 5번 미팅을 했다"라며 "양모는 밝은 성격이었고 부부 모두 좋은 사람으로 보였다"라며 "결혼 전부터 입양을 약속했었다는 마음이 예뻐 보였고 조건도 좋았기 때문에 너무 좋은 곳으로 잘 갔다고 생각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오(O)다리 때문에 안마하다가 멍이 들었다는 얘기는 완전한 거짓말"이라며 "오다리가 아니었고 다른 아이들보다 몽고반점이 많은 편이긴 했지만 멍든 것과는 확연하게 달랐다"라고 했다.

신씨는 인터뷰 도중 식사를 마친 지민이를 껴안아 트림을 시켰다. 또 인터뷰를 함께 한 둘째 딸 연경씨와 번갈아 가며 아이를 안고 돌봤다. 그러면서 "이렇게 작고 예쁜 아이가 때릴 곳이 어디 있어서 온몸에 피멍이 들게 한 건지 치가 떨린다"라며 "만나게 된다면 똑같이 해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을 쏟아냈다.
또래보다 건강했던 아이…"체격도 크고 식성도 좋았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16일 서울 양천경찰서 앞에서 '16개월 입양 아동 학대 사망 사건 관련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부모의 지인과 정인이의 어린이집, 병원 등에서는 지난 5월과 9월, 10월 세 차례나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어린이집에서는 영양실조가 걱정된다며 병원에 아이를 데려가기도 했다.

신씨는 "정인이의 가장 최근 사진을 보는데 내가 알던 우리 아기가 아니었다"라며 "두 볼이 통통하던 아이가 광대뼈가 보일 정도로 핼쑥해졌고, 입에 염증이 생겼더라도 치료를 하면 금방 나았을 텐데 변명도 말이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유식 100g을 다 먹고 바나나와 간식을 물론 우유도 6번이나 먹을 정도로 식성이 좋던 아이"라고 회상했다.

정인이는 또래보다 유독 건강했다고 했다. 병원은 예방접종과 건강검진을 할 때만 갔지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다.

신씨는 "보채거나 잘 울지도 않았고 밝고 건강했다"라며 "같은 개월 수의 다른 아이들에 비해 체격도 크고 뭐든 빨라 7개월 때부터 뭐든 붙잡고 혼자 서기도 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입양을 보내면서 '두 번은 입어볼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옷을 사 보냈는데 입어는 봤을지 모르겠다"라고 말끝을 흐렸다.
입양하겠다는 친동생 말렸는데…"후회 또 후회"
이지혜 디자인기자 / 사진=-

신씨는 "정인이가 워낙 건강하고 예쁘다보니 친동생이 입양하고 싶다고 했다"라며 "동생은 맞벌이였고 나이도 40대였기 때문에 온전히 아기 입장에서 더 좋은 조건의 집안으로 입양되길 바라면서 반대했다"라고 했다. 또 "동생이 찾아와 우겨서라도 입양을 할 껄 그랬다고 말하는데 너무 후회됐다"라고 말했다.

신씨와 딸 연경씨는 "정인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답답했다"라며 "정인이가 좋은 곳으로 잘 갈 수 있고 양부모가 합당한 처벌을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인이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아동학대 관련 법을 강화해달라'는 청원에는 18일 오후 2시 현재 17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동의했다.

정인이는 지난달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병원 응급실에 멍이 든 채로 실려 왔다가 결국 숨졌다. 병원 측에서는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영아의 모친 A씨를 경찰에 신고했고 부검결과 사인은 외력에 의한 복부손상으로 밝혀졌다.

양모 장모씨는 지난 11일 아동학대 치사 등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양부는 방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만간 결론을 내고 송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정인이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경찰은 반복신고(2회 이상)와 멍·상흔 등 발견(또는 2주 이상 치료 소견)되면 부모와 즉시 분리 조치한다는 기준을 만들었다. 이와 함께 아동학대 신고가 2회 이상 접수된 가정을 전수점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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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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