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신사' 이낙연의 격노.."검찰 무모한 폭주 멈춰라"

박만원,정주원,류영욱 2020. 11. 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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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압수수색에 이례적 반응
"검찰이 정부 정책영역 침범
정치행위 좌시하지 않겠다"
박범계·이정옥 발언논란에
"공직자 말 골라하라" 질타
檢, 이틀째 한수원 압수수색
野 주호영 "여당이 수사방해"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발언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치 수사이자 검찰권 남용"이라며 날 선 비판을 했다. 이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감사원은 수사 의뢰도 하지 않았는데 야당이 고발한 정치공세형 사건에 검찰이 대대적으로 대응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작심한 듯 "에너지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중요 정책"이라며 "이에 대한 사법적 수사는 검찰이 정부 정책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수사지휘권을 둘러싼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항명'과 달리 이번 수사는 검찰이 청와대를 직접 겨냥하며 정치행위에 나섰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어 이 대표는 야당이 이 사건을 대전지검에 고발한 지 2주 만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전지검을 방문한 지 1주 만에 전격적인 수사가 이뤄진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 당은 일부 정치검사의 이런 행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검찰은 위험하고 무모한 폭주를 당장 멈추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검찰 비난에 가세했다. 김 원내대표는 "검찰의 국정 개입 수사 행태에 매우 유감"이라면서 "유감은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통상적으로 당대표와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동일 사안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는데 이날은 지도부가 한목소리로 검찰을 향해 공세를 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정치활동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 이후 윤 총장에 대한 염려를 표시해온 여당 지도부가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월성 1호기 안전성 평가와 운용 비용 등을 설명하면서 "권력형 비리가 있었던 것도 아니잖느냐"며 "(검찰 수사는) 위험 수위를 넘는 국정 흔들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단순 수사 이상이라고 볼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다"며 감사원의 수사 의뢰가 없었다는 점과 윤 총장이 대전지검을 방문한 뒤 1주일 만에 수사에 착수한 점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대전지검장은 세간에 윤석열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회의 직후 검찰 비판 발언 수위가 높았던 배경을 취재진이 묻자 "검찰이 하는 짓에 비하면 절대 센 수위가 아니다. 정치군인의 정치개입에 준하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검찰총장이 하라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수사"라면서 "이 사람들은 지금 압수수색을 가지고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검찰과 윤 총장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껴온 이 대표의 이례적 강경 발언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댓글 조작'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날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끈다. 그동안 친문진영에서는 이 대표와 함께 김 지사가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꼽혀왔고, 야권에서는 최근 윤 총장 지지율이 이 대표를 위협할 정도로 높아졌다. 검찰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6일에도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압수수색을 이틀째 이어갔다. 대전지검은 이날 경북 경주 한수원 본사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전날 한수원 본사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가스공사 본사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한수원 압수수색은 전날 밤까지 실시됐지만 검찰이 조사 대상 자료를 모두 확보하지 못해 이날까지 압수수색이 이어졌다. 압수수색을 통해 검찰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자료 파기 등 감사원 감사 방해 혐의와 관련한 자료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오히려 정부·여당이 검찰을 정치화했다며 공세를 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은 권력에 대한 수사를 하기 위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필요하다면서 윤 총장이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면 늘 방해하고 비판한다"며 "상태가 대단히 안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검찰을 정치 영역에 끌어들인 게 이 정권이고, 그중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가장 정치적 행보를 하고 있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당 소속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잇단 실언에 "공직자는 항상 말을 골라 가며 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 대표는 전날 박범계 의원과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발언에 대해 논란이 제기되자 이같이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박만원 기자 / 정주원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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