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오늘] 알면 깜짝 놀라는 조선 왕 즉위식

2022. 5. 1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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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0시 타종 행사를 시작으로 새 정부의 공식 임기가 시작됐다.

조선시대에는 국가의 수장인 왕이 보위에 오를 때 즉위식을 치렀다.

조선 국왕의 즉위식은 왕조의 새 하늘을 여는 막중한 의식이었다.

조선 역사 600년을 통틀어 대한제국 황제 고종을 제외하고는 '화려하고 웅장한' 분위기의 즉위식은 한 번도 거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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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E.H. 카(Edward Hallett Carr)


지난 10일 0시 타종 행사를 시작으로 새 정부의 공식 임기가 시작됐다. 이날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는 33번의 종이 울렸다.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는 조선시대 33회의 타종으로 도성 8문을 열고 통행 개시를 알렸던 파루(罷漏)의 전통에서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은 국회 앞마당에서 열렸다. 윤 대통령은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국회로 이동했다. 이번 취임식에는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도 참석했다. 특히 김건희 여사의 첫 공식 석상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용산 집무실에서 외국 사절단을 접견했다. 취임식의 마지막 순서인 외빈 초청 만찬은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렸다. 외국 사절단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조선시대에는 국가의 수장인 왕이 보위에 오를 때 즉위식을 치렀다. 드라마나 영화 속 왕의 즉위식은 화려하고 웅장해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였다.

27명의 조선 왕들이 왕위에 오른 과정은 크게 4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선왕이 살아있을 때 보위를 물려받은 경우로 선위(禪位)라 한다. 정종, 태종, 세종, 세조, 예종, 조선의 마지막 임금 순종이 여기에 해당한다. 정종은 왕자의 난 이후 아버지 태조 이성계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았다. 그러나 동생 이방원(태종)의 기세에 눌려 2년 만에 자리를 내주었다. 계유정난을 일으킨 세조는 조카 단종을 압박해 자신에게 왕위를 물려주도록 했다. 고종은 헤이그 밀사 사건을 계기로 일본의 압력을 받아 순종에게 선위했다.

즉 왕의 즉위식을 화려하게 치를 분위기는 아니었다. 세종의 경우에만 아버지 태종의 배려와 관심 아래 비교적 성대하게 즉위식을 올렸다.

둘째는 선왕이 죽은 후에 임금 자리를 계승한 경우이다. 이를 사위(嗣位)라 한다. 대부분의 조선 왕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즉위식은 보통 선왕이 죽은 후 4~6일 뒤에 치러졌다. 그러나 선왕의 국상 중에 즉위식을 화려하게 치를 수는 없었다. 참석자들은 복장부터 최복(衰服)이라는 상복을 입어야 했다. 왕 또한 상복을 입었으며 즉위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만 예복인 면복(冕服)으로 갈아입었다.

조선은 유교 국가였다. 새 왕은 보위에 오른다는 기쁨보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드러내야 했다. 문종은 즉위식에서 아버지 세종을 기리며 옷소매가 다 젖을 정도로 슬프게 울었다고 전해진다. 할아버지 영조 사후 닷새 만에 왕위에 오른 정조도 옥새를 받고 어좌에 앉기까지 대성통곡했다고 기록돼 있다.

셋째는 임금을 무력으로 쫓아내고 왕위를 잇는 반정(反正)이다. 연산군의 뒤를 이은 중종과 광해군을 쫓아내고 왕위에 오른 인조가 대표적이다. 급한 상황 속에서 치러진 즉위식인 만큼 간단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마지막으로는 스스로 왕위에 오른 등극(登極)이다. 1897년 대한제국을 수립하고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른 고종이 유일하다. 고종은 지금의 소공동 조선호텔 자리에 있던 환구단에서 황제 등극을 알리는 고유제(告由祭)와 등극의(登極儀) 등의 행사를 6일 동안 치른 뒤 황제가 됐다.

조선 국왕의 즉위식은 왕조의 새 하늘을 여는 막중한 의식이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을 동원한 축제 분위기였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조선 역사 600년을 통틀어 대한제국 황제 고종을 제외하고는 ‘화려하고 웅장한’ 분위기의 즉위식은 한 번도 거행되지 않았다.

배규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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