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찬스' 비판? '성별 갈라치기' 아닌가..윤석열 대선광고 논란

이주빈 입력 2022. 2. 20. 17:46 수정 2022. 4. 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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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남성 면접자 좌절앞서 '밝게 웃는 여성 면접자' 부각
국민의힘 "부모 찬스 피해보는 청년 묘사" 설명
"여성차별 채용 비리 현실 교묘히 왜곡" 지적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TV 광고 갈무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티브이(TV) 광고 속에서 묘사된 채용 면접 장면을 두고 “채용 시 발생하는 성차별 현실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기득권 자녀들에게 피해 보는 청년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해당 광고가 여성 면접관과 밝게 웃는 여성 면접자를 부각하며 남성 구직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윤 후보가 최근 공개한 ‘국민이 키운 윤석열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국민편’ 광고를 보면 한 남성이 채용 면접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여성 2명, 남성 1명으로 구성된 면접관들이 앞에 있고 남성 면접자는 옆에 있는 다른 남성 면접자를 쳐다보다가 반대쪽에 밝게 웃고 있는 여성 면접자를 바라본다. 이후 이 남성은 탈락을 예감한 표정으로 옷에 붙은 수험표를 뗀다. 이때 ‘무너진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라고’라는 자막과 내레이션이 나온다.

‘성차별 현실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장예찬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청년본부장은 페이스북에서 “(광고 속 남성은) 빽 없고 힘없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이다. 옆자리는 부모 찬스로 입시와 취업하는 내로남불 기득권의 자녀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집에 여성 혐오 표현 ‘오또케’ 반영’ 등 선거 과정에서 ‘성별 갈라치기’를 선거 전략으로 이어오다 보니 해당 광고도 ‘여성 혐오’를 통한 득표전략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해당 장면이 최근 몇년 사이 여성 지원자들을 대거 떨어뜨린 채용비리가 잇달아 발생한 현실을 교묘하게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TV 광고 갈무리

해당 광고를 본 직장인 여성 ㄱ(25)씨는 “최근 채용비리만 봐도 여성을 차별하는 비리가 많았다”며 “광고에 다분히 다분히 남녀갈라치기 하는 의도가 드러난다. 평소 윤 후보의 발언기조와도 일맥상통하니까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근 입사한 ㄴ(25)씨도 취업 준비 과정에서 실감한 ‘유리천장’을 언급하며 “무너진 공정과 상식의 예시로 나온 면접 상황에서 면접관 과반수를 여자로 설정한건 대체 무슨 저의인지 모르겠다. 실제로 면접 가면, 여초 회사조차 열에 아홉이 남성 면접관이었다. 이런 현실에서 대선 후보가 현실을 곡해한 광고를 내놓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기득권 자녀에 의한 채용비리를 보여주려 했다’는 국민의힘의 설명에 대해서도 직장인 여성 ㄷ(25)씨는 “이 장면을 낙하산 채용비리 다루려고 넣었다는 해명을 봤는데 그런 의미를 담고자 했다면 제대로 표현이 안 됐다고 본다”고 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은 여성 혐오에 기대어 한쪽 성별의 표를 받으려는 선거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전략이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성차별 현실을 왜곡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여성 면접자들이 구직과정에서 받는 차별은 ‘현실’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지원자를 탈락시켜 인사관계자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곳은 한국가스안전공사, 대한석탄공사, 케이비(KB)국민은행, 케이이비(KEB)하나은행 등이 있다. 2017년 킨텍스에서는 남녀 성비를 맞춘다는 이유로 40여 명의 여성 지원자를 탈락시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도 남성을 합격시키기 위해 여성을 부당하게 탈락시킨 사실이 2019년 감사원 감사 결과로 드러났다.

여성 면접관이 남성 면접관보다 많은 경우도 드물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보고서를 보면 공공기관과 지방공사·공단, 500인 이상 민간기업(대규모 기업집단 중 300인 이상 포함) 관리자 가운데 여성 관리자 비율은 20.9%였다. 상장기업의 임원 가운데 여성 비율은 5.2%에 불과했다.

여름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 활동가는 “해당 광고는 실제 면접 장면을 반대로 표현했다. 여성 때문에 남성이 힘들다고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대선 후보들이 마치 여성은 투표권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혐오를 조장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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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빈 기자 yes@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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