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23개 해운사 불법담합 결론..과징금 8천억→962억원(종합)

이보배 입력 2022. 1. 1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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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도 과징금..해수부 미신고 등 절차 위반 판단
수입항로 부과 대상서 빠져 과징금 대폭 축소..'정치권 눈치보기' 지적도
공정위원장 "허용범위 넘어서면 엄정히 법 집행"..해운협회, 행정소송 추진
HMM 드림호 [HM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려해운 등 23개 국내외 해운사가 15년간 한국∼동남아 항로의 해상운임을 담합한 것이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결론 내고,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당초 공정위 심사관은 최대 8천억원의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공정위 전원회의는 산업 특수성 등을 고려해 과징금 규모를 8분의 1 수준으로 대폭 깎았다.

한국해운협회는 "공정위가 절차상 흠결을 빌미로 해운기업들을 부당공동행위자로 낙인찍었다"며 공정위 판단을 바로잡기 위한 행정소송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립위 설치해 합의 위반 감시…시차 두며 담합 은폐 시도

공정위는 23개 컨테이너 정기선사(12개 국적선사, 대만·싱가포르·홍콩 등 11개 외국적 선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962억원을 부과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들이 2003년 12월∼2018년 12월 총 541차례 회합 등을 통해 한∼동남아 수출·수입 항로에서 총 120차례 운임을 합의했다는 게 공정위의 조사 결론이다.

이들의 담합을 도운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동정협)에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6천5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고려해운, 장금상선 등 주요 국적선사 사장들이 2003년 10월 한∼동남아, 한∼중, 한∼일 3개 항로에서 동시에 운임을 인상하기로 교감하면서 담합이 시작됐다.

이후 동정협 소속 기타 국적선사, IADA(아시아 항로 운항 국내외 선사들 간 해운동맹) 소속 외국적 선사도 가담했다.

이들은 최저 기본 운임, 부대 운임의 도입과 인상, 대형 화주에 대한 투찰 가격 등을 합의하고 실행했다.

합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서로의 화물은 빼앗지 않기로 하고, 자신들이 정한 운임을 준수하지 않는 화주에 대해서는 선적을 거부했다.

세부 항로별로 주간 선사·차석 선사를 정하거나 중립위원회를 설치해 합의 위반을 감시하기도 했는데, 합의를 위반한 선사들에게는 총 6억3천만원의 벌금을 물렸다.

또 대외적으로는 '개별 선사의 자체 판단으로 운임을 결정했다'고 알리며 담합 사실을 숨겼다. 의심을 피하려고 운임 인상 금액은 1천원, 시행일은 2∼3일씩 차이를 뒀다.

공정위가 확보한 2017년 3월 16일 당시 선사 영업팀장 단체 채팅방에서 동정협 관계자는 화주 측 신고가 들어왔다는 해수부 연락을 받았다며 '운임회복은 철저히 개별선사 차원의 생존을 위해 시행한 것으로 대응해달라'고 요구했고, 일부 선사들은 화주에 대한 '보복'을 거론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20차례 합의 해수부에 미신고…화주와 협의도 생략

해운법은 공동행위를 인정하고 있지만, 공정위는 23개 선사의 행위가 절차상 요건을 갖추지 않아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제재하기로 결론 내렸다.

해운법에 따른 공동행위로 인정되려면 선사들이 공동행위를 한 후 30일 이내에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신고하고, 신고 전에 합의된 운송 조건에 대해 화주 단체와 서로 정보를 충분히 교환·협의하는 절차적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일부 선사들은 18차례 운임회복(RR) 신고를 해수부에 했고, 이 안에 공정위가 문제 삼는 120차례의 운임 합의 내용이 포함되는 만큼 별도 신고를 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두 개의 신고는 전혀 별개의 것이고, 18차례 신고에 120차례 합의가 포함된다고도 볼 수 없는 만큼 선사들이 해수부에 제대로 신고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선사들이 실제로 A라고 합의했으면 A라고 신고하고 (화주들과) 협의해야 하는데 전혀 다른 것으로 포장해서 포괄적으로 한 번 신고한 것뿐"이라며 "(선사들이) 억지 논리를 편 것"이라고 말했다.

선사들은 120차례 운임 합의에 대해서 신고 전 화주 단체와 충분히 정보를 교환·협의하지도 않았다.

선사들은 18차례 운임회복(RR) 신고 전에 그 내용을 일회성으로 화주 단체 측에 통보했는데, 통보 내용은 실제 선사 간 합의 내용과 달랐다.

화주 단체 측에 전달한 문건에는 운임 인상의 구체적인 근거도 적혀있지 않았다.

해운사 측은 일본 선사를 비롯해 20여개국의 외국적 선사가 조사 대상에서 빠진 점에서 '역차별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는데, 공정위는 처분 시효에 따른 기준선인 2011년 이후에는 공동행위에 가담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한-동남아 수출입 항로에서 운임 합의한 정기선사에 과징금 부과' (세종=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3개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한-동남아 항로 해상운임 담합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2.1.18 kjhpress@yna.co.kr

수입 항로 빠져 과징금 대폭 축소…정치권 눈치보기 지적도

애초 공정위 심사관은 최대 8천억원의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공정위 전원회의는 8분의 1수준인 총 962억원만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해수부 국장이 직접 참고인으로 심판정에 출석해 충분히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줬고, 관계부처 의견을 주의 깊게 청취할 수 있었다"며 "조치 수준을 결정하면서 산업 특수성 등을 충분히 감안했다"고 밝혔다.

전원회의는 담합으로 인한 영향이 제한적인 점 등을 고려해 수입 항로는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회가 공정위 제재를 무력화하기 위한 해운법 개정을 추진한 점에서 공정위가 '정치권 눈치보기'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는 정기선사들의 운임담합에 대해 최초로 제재한 이번 사건이 불법적으로 이뤄진 선사들의 운임담합 관행을 타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 위원장은 "해운협회의 반발, 국회에서 해운법 개정 추진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며 "허용범위를 넘어서는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해서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하겠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알린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법적인 운임 담합으로 우리나라의 24만개 정도의 화주 기업들과 소비자 피해가 예방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해운당국인 해수부가 더 철저하게 운임담합을 관리·감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이 적용되는 선사들의 공동행위를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해운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해수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중 항로, 한∼일 항로에서의 운임담합 건에 대해서는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하고 심의할 계획이다.

한국해운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공정위가 절차상의 흠결을 빌미로 애꿎은 해운기업들을 부당공동행위자로 낙인찍고 말았다"고 유감을 표시하며 행정소송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표] 사업자별 과징금 부과 내역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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