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5K 타고 삼성 평택공장 상공 초계비행해보니
지난 20일 오후 3시 5분 무렵 대구공군기지에서 관제사들의 이륙 사인이 떨어졌다. 공대공미사일로 무장한 F-15K전투기 4대가 엔진에서 굉음을 울리며 활주로를 질주했다. F-15K는 약 36.7톤(3만6700kg·최대이륙중량 기준)에 달하는 육중한 기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쏜살같이 창공으로 치솟았다.
공군이 20일부터 21일까지 실시한 '한국군 단독 및 한미 연합 초계비행'이 시작된 것이다. 취재진은 F-15K의 후방석에 각각 탑승해 공군이 이틀간 실시한 이번 비행에 동행했다. 첫날은 공군이 단독 비행하고 둘째날은 주한미군 F-16 전투기 4대가 우리 공군 F-15K 편대와 합류해 함께 날았다. 초계비행은 대체로 약 8000~1만 피트 (2438.4~3048m) 안팎 상공에서 실시됐다.
비행 첫날 대구 기지를 떠난 후 불과 6분만에 포항 상공에 진입하고, 다시 5분여만에 울산에 이르렀다. 부산 상공에 돌입한 것은 오후 3시 20분 무렵이었다. 대표적인 한류 해상관광 명소로 떠오른 광안대교를 비롯해 세계 8위 무역대국의 상징인 부산항 위를 지났다.
F-15K 편대는 부산~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 상공을 거쳐 거제도 조선소 위를 지나 경남 합천 상공까지 이동했다. 유네스코로부터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한민족의 국보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해인사 등 가야산 위를 날았다.
둘째날 합류한 미 공군 F-16편대는 우리 공군 편대와 불과 수십~100m 이내의 간격으로 다가와 팀워크를 과시했다.
한미의 편대기들은 평택 상공도 날았다. 후방석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시설인 삼성전자 평택공장의 전경이 들어왔다. 편대가 강릉 해안을 지날 때는 한반도의 등줄기 태백산맥의 준봉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비행코스는 대구기지→포항·울산→부산 거제도 일대→합천 해인사 일대→세종→평택→인천 월미도(21일 비행에서는 제외)->강릉→대구기지'로 구성됐다. 호국 보훈의달을 맞아 우리 영토내 주요 전적지 상공 등을 차례로 돌며 호국선열을 기리기 위한 경로였다.
일례로 평택은 6·25전쟁 당시 찰스 스미스 중령이 지휘하는 미군의 파견부대가 북한군과의 첫 전투인 죽미령 전투를 벌인 곳이다. 포항은 학도병들이 스스로 2개 소대를 편성해서 남하하는 북한군을 저지하기 위해 장렬히 산화한 포항지구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강릉은 6·25전쟁 당시 우리 공군 전진 기지가 있던 곳이다. 당시 공군은 유엔 공군 일원으로서 전진기지를 발판삼아 북한군의 중부전선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역사적인 단독출격 작전을 감행했고 '승호리 철교 폭파 작전', '평양 대폭격 작전' 등에 성공했다.
이번 초계비행을 맡은 11전투비행단 단장인 김태욱 준장도 첫날에 F-15K편대기에 탑승해 후방석에서 지휘했다. 엄중한 안보상황을 의식한 듯 장성이 이례적으로 초계비행을 이끌었다.
김 단장은 "조종사들도 국토의 주요 격전지들을 공중에서 이렇게 답사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며 "굉장히 자랑스럽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계비행은 300~400노트의 순항속도로 진행됐다. 다만 편대 4번기 조종사인 김동욱 대위는 "우리 공군의 F-15K전투기가 이처럼 순탄한 초계비행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평상시에는 실전 상황에 대비해 전술 및 전투훈련비행을 수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3만 피트 이상의 상공에까지도 치솟고 급가속과 감속, 급선회기동(일명 '브레이크턴')을 하는 고난도 비행훈련을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고속의 고난도 비행훈련 과정에서 F-15K 파일럿은 중력의 약 6~9배(9G)에 달하는 압박이 전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군이 전투기 비행에 기자들을 동참시킨 것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5년말 이후 약 7년만이다. 특히 우리 공군만의 단독 초계비행이 아닌 한미 공군이 함께 초계비행에 기자단이 동승해 취재한 것은 처음이라고 공군 관계자는 전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킬수록 한미동맹의 연합 방위태세가 한층 더 굳건해지고 있음을 드러내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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