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고리로 中 견제.. 美 주도 '공급망 동맹' 뜬다 [스토리텔링경제]

황인호 입력 2022. 5. 20.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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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앞둔 'IPEF' 무역질서 새판
국민DB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사슬’ ‘공급망 동맹’이 떠오르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다자간 협의체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출범 회원국으로 참여키로 확정했다. 한국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유지하던 ‘전략적 모호성’을 벗고 미국을 중심으로 재편하는 공급망 사슬에 올라타겠다는 걸 의미한다. 미국은 반도체를 IPEF의 핵심으로 여긴다. 세계적인 공급난 상황에서 반도체는 특히 수요·공급이 어긋나고 있는 품목이다. 반도체는 미래 경쟁력을 좌지우지하는 ‘산업 자산’으로 급부상하고 있기도 하다. 동시에 미국은 중국이 아시아 전역을 무대로 일궈낸 무역협정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도 진하게 드러낸다. 통상 전문가들은 IPEF 가입으로 한국 기업들이 안정적인 공급망 사슬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다만, 중국의 반발이라는 반대급부가 우려된다.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하면 한국 경제에 직접적 타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

미국의 속내가 담겨 있는 ‘IPEF’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월 내놓은 통상정책 연례보고서에서 올해 중요 정책과제로 IPEF를 지목했다. 여기에는 목적이 있다. 드러내지 않지만, 미국은 IPEF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고 한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다. 대신 양자 무역협정을 자국에 유리하도록 개선·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중국은 이 틈을 노렸다. 미국이 빠진 다자간 관세 인하협정에 발을 담갔고 영향력을 넓혀갔다.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한 데 이어 ‘포괄·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CPTPP는 미국의 TPP 탈퇴 후 남은 참여국들이 일부 내용을 수정하고 바꾼 이름이다.

한 통상 전문가는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에 대항할 미국 중심의 무역질서를 꾀할 경제협의체가 없다는 비판이 미국 안에서 잇따랐다. 다급해진 조 바이든 대통령이 꺼내든 카드가 IPEF”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인도·태평양에서 새로운 판을 짜고 싶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공급망 동맹 핵심, 반도체 무게 중심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 이어 일본을 방문하는 오는 23일쯤 IPEF 공식 출범을 선언할 예정이다. IPEF는 핵심 소재와 산업(반도체)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 디지털 경제, 무역 원활화, 탈탄소·청정에너지, 인프라, 노동자 권리라는 6개 분야별로 참여국 합의에 기반을 둔 협의체로 만들어질 전망이다. 다만 IPEF는 기존의 국가 간 무역협정이나 경제협력과 차이가 있다. 보통 국가 간 경제협력은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없애고 무역자유화를 실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반면 IPEF는 이런 게 애초부터 빠져 있다. 이에 아세안 회원국들은 실익이 없다며 대놓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신 IPEF는 ‘공급망 협력’을 핵심으로 한다. 협정국 간에 강력하고 안전한 공급망을 공유하고, ‘공급망 고립’을 무기로 비협정국을 압박하는 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IPEF를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 방안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IPEF 공급망 협력에서 무게중심은 반도체에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주요국은 전 세계 반도체 산업 공급망의 핵심 참여자이기도 하다. 특히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한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역대 새 정부 출범을 봤을 때 최단 기간 내 방한인 점, 한국에 와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을 먼저 찾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다음 발걸음' 무엇일까 촉각

한국 기업들은 IPEF 출범 이후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서 한국 기업의 이익이 얼마나 반영될지 미지수라서다. 이미 일부 기업은 워싱턴에 사무소를 차리고 백악관·의회 분위기를 살피는 중이다. 박선민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한국 기업에는 한·미 공조 확대가 도움될 수 있다. 국제적 중요성이 높아지는 분야의 규칙을 만드는 논의에 참여해 우리 입장을 반영한다면 국익에도, 기업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리스크가 만만찮다. 중국은 수출을 성장엔진으로 하는 한국 경제에서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으로의 수출액은 1630억 달러, 대중 수출 비중은 25.3%에 이른다. 전체 교역국 중 1위다.

중국 정부는 IPEF 대응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미국의 ‘공급망 동맹’이 중국 경제를 압박하면, 수출규제를 맞대응 혹은 보복성 카드로 쓰겠다는 전략을 공공연하게 내비친다. 구체적 언급은 없지만, 수출규제 품목으로 희토류 같은 원자재·광물이 오르내린다. 희토류는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 등의 첨단산업에 쓰이는 핵심 광물이다. 이미 첫 번째 수출규제 품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심상렬 광운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급변하는 국제질서 재편 흐름에서 IPEF는 국익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IPEF 가입에 따른 중국의 조치가 뒤따른다면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입국이 한국 말고도 있기 때문에 한국만 콕 집어서 제재를 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은 중국 주도의 RCEP에도 가입해 있기 때문에 어떤 측면에서는 IPEF로 균형을 맞췄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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