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석열 장모, 또 다른 100억 허위 잔고 증명도 있었다

이원석 기자 2022. 2. 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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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억 잔고 위조 유죄' 최씨, 사채업자 통해 다른 허위 잔고 증명 만들었던 정황 드러나
2016~20년 윤 후보 장모 최씨와 지인 A씨 간 대화·통화 녹취 입수

(시사저널=이원석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괴롭히는 여러 악재 중 이른바 '본부장 리스크'가 거론된다. 본인과 부인 그리고 장모와 관계된 리스크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중에서도 각종 사기 사건에 연루된 장모 최은순씨는 사법적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윤 후보 진영에서는 대선 전에 추가 돌출 악재가 발생할까 가장 조심스러워 하는 부분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등 각종 개발사업을 직접 벌이거나 관여해온 최씨는 그 과정에서 불법을 동원하거나, 동업자들을 속여 이익을 독점하려 했다는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최씨는 지난해 12월 사문서 위조,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2013년 경기도 성남 도촌동 땅 16만 평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최씨와 관련돼 제기되는 등의 의혹은 사법부의 판단조차 엇갈리는 등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씨는 파주에 요양병원을 불법 개설하고 운영하며 요양급여를 부정하게 수급했다는 혐의에 대해 지난해 7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올해 1월25일 열린 2심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현재 검찰은 이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이 외에도 경기도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토지 명의신탁 의혹, 감정가 1800억원대 납골당 사업 편취 등 최씨가 직접 연관되거나 간접적으로 엮인 다양한 의혹은 더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시사저널은 최씨가 자신의 동업자이자 측근으로 비교적 근래까지 가깝게 왕래해온 A씨와 2016년부터 2020년 사이 직접 만나 대화하고 통화한 녹취 다수를 입수했다. 사업관계를 이유로 A씨가 녹음한 것으로 알려진 두 사람 간 대화에는 최씨와 관련해 제기되는 여러 의혹에 대한 최씨의 속내 및 상황 설명, 추가적인 의혹 지점 등이 다양하게 담겨 있다. 

하지만 사업관계로 엮인 A씨는 200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최씨와 매우 가깝게 지냈던 인물이기는 하나,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수도 있다. 아울러 최씨의 동업자 등 주변 지인들은 최씨가 가까운 이들에게도 자신의 속내를 잘 드러내진 않는다고 증언한다. 시사저널은 입수한 녹취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두 당사자는 물론 녹취에 등장하는 인물과도 연락했다. A씨는 시사저널의 확인 취재에는 응했지만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는 것은 매우 꺼렸다. 최씨는 시사저널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 이렇듯 여러 복합적인 요인에도 시사저널은 최씨와 A씨 간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만한 부분들과 사적인 대화들은 배제하고, 핵심 의혹 관련 중 비교적 객관적인 정황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녹취 내용의 일부만을 대선후보 가족 검증 차원에서 공개한다.

윤석열 대선후보의 장모 최은순씨가 1월2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불법 요양병원 운영 관련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시사저널 임준선

잔고 증명 위조 사건 구체적 상황 담겨

최씨가 지난해 12월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사문서 위조 혐의는 구체적으로 최씨가 자신의 통장에 347억원이 있는 것으로 잔고 증명을 허위로 위조하고, 이를 행사했다는 내용이다. 재판 과정에서 최씨는 잔고 증명 위조 자체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안아무개씨(동업자)가 '정보를 얻어오는 데만 쓰겠다'고 부탁해 도운 것일 뿐 행사 등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의혹에 대해 검찰과 경찰 수사가 시작된 무렵인 지난 2020년 2월 최씨는 A씨와의 대화에서 이에 대해 "그쪽(안씨)이 혼자 다 했다"며 거듭 억울함을 표시했다. 최씨는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끌던 검찰이 자녀 입시비리 의혹 등으로 기소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배우자 정경심씨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게 무슨 이 잔고증명… 사람들은 무슨 뭐 심지어는 조국, 정경심이가 뭘 (사문서 위조 등) 뭐를 했는데 뭐 그거는 어쩠다고 그러고, (내가 한) 이거 300억짜리는 뭐 어쩠다고 이 지랄해가 아이고, 내가 그랬어. 아유 하룰 살다 죽어도 어떻게 저렇게 살다 죽냐, 내가."(2020년 2월 A씨와 대화 내용)

그러나 2년이 채 되지 않아 최씨는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다. 녹취엔 최씨가 위조뿐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허위 잔고 증명을 만들었던 정황도 들어 있다. 사채업자에게 수수료를 제공하고 돈을 잠시 빌리는 방식으로 잔고 증명을 떼 안씨에게 보여주는 용도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도촌동 사업 관련 동업자 안씨는 재판 과정과 언론을 통해 '최씨가 1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잔고증명서를 제시하며 100억원 한도에서 수익성 높은 공매 또는 경매 물건을 가져와 동업하자고 먼저 제안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씨는 2020년 2월 A씨와의 대화에서 "처음에 100억짜리(잔고 증명)는 내가 해준 거야. C 회장한테 뗐으니까"라고 말한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C 회장은 사채업자다. 2020년 5월경 최씨는 A씨와의 통화에서 "(C 회장한테) 내가 수수료를 많이 물었다"며 "100억짜리 하루 은행에 있는 거 증명했기 때문에 몇천만원 줬을 거야"라고 말한다.

동업자 안씨는 최씨가 처음 자신에게 접근하면서 100억짜리 잔고 증명을 보여줬다고 한다. 이는 사건에서 위조된 잔고 증명과는 다른 것이다. 안씨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서로 잘 알지도 못하던 시기에 100억짜리 잔고 증명을 보여주면서 내(최씨)가 이것뿐만 아니라 여러 군데 돈이 있으니까 동업하자, 이렇게 돈 있는 사람들과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래 같이 동업을 하려던 지인이 있었는데 그 사람을 빼버리고 자기와 사업을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위조가 아니더라도 허위의 잔고 증명을 자신의 것인 것처럼 타인에게 보여주고 이를 활용했을 경우 어떻게 활용됐느냐에 따라 추가적인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녹취엔 300억원 잔고 위조에 대한 구체적 정황들이 담겼다. 해당 사건에서 최씨에게 인정된 또 다른 혐의는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다. 도촌동 땅을 안씨와 함께 매입하면서 차명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당시 도촌동 땅은 ㅎ법인과 안씨의 사위 명의로 매입됐다. 재판 과정에서, 또 최근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최씨와 국민의힘 측은 '안씨가 토지매매 계약금을 차용해 구입한 것일 뿐'이라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최씨와 A씨의 2019년 9월경 대화 녹취엔 최씨가 해당 토지 구매의 주체였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 여럿 등장한다. A씨가 '도촌동 땅 그거 경매로 38억에 받았어요?'라고 묻자 최씨는 "맨 처음에는 나는 (땅을) 사기를 저기 자산관리 거기에서 사십 몇억에 샀지, 사기는"이라고 답한다. 의도적으로 차명 거래를 한 정황도 드러난다.

의도적으로 차명 거래한 정황도

최씨 : B가 그렇게 해서 대출을 받았는데 이게 이제 경기도에서 옮길 때… B네 법인하고 이제 D(안씨 사위)를 거기다 넣으니까 B가 가만히 생각하니까 돈도 1원도 안 들고 계약금도 우리가 냈고 다 가져가고 그랬는데 이 XX(D) 이름으로 했다가는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란 말이야.

A씨 : B가 똑똑하네.

최씨 : 아, 연대 법대 나왔어, 얘가. (중략) 나한테 얘(B)가 전화가 왔어. 회장님 D 이름을 빼고 그냥 하죠. 이래.(중략)

A씨 : 그때 B가 신안저축은행 직원이었어요?

최씨 : 직원은 아냐. (중략) 오히려 직원이면 그런 짓을 못 해.

여기서 등장하는 B씨는 잔고 위조 사건에서 최씨의 공범이다. 사건 당시 신안저축은행(현 바로저축은행) 건물에서 대출중개업을 했던 B씨는 최씨에게 잔고 증명을 직접 위조해준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대화에서 최씨는 B씨 관련 법인을 통해 도촌동 땅을 매입했다고도 말한다. 취재에 따르면 실제 ㅎ법인을 B씨가 최씨에게 소개한 것으로 전해진다. 녹취에선 B씨가 토지 매입 자금 대출을 도와줬을 뿐 아니라 차명과 관련한 여러 조언을 한 정황이 나타난다. B씨는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최씨의 딸)와 직접 연관이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B씨는 김씨와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EMBA) 2기 과정을 함께 다녔으며, 김씨의 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감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김씨와 관계가 깊은 B씨가 잔고 증명 위조를 비롯해 최씨의 도촌동 땅 투자 과정 전반에 조력한 정황이 최씨와 A씨의 대화에 분명히 담긴 것이다.

'신탁회사가 다 했다'던 공흥지구도 "우리 아들이 시공사와 계약"

녹취 속엔 최은순씨를 둘러싼 또 하나의 의혹인 경기도 양평 공흥지구 특혜 개발에 대한 설명이 등장하기도 한다. 의혹을 요약하면, 당초 공영개발로 계획됐던 공흥지구 개발이 무슨 이유에선지 양평군의 반대로 무산됐고, 최씨의 가족회사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사업자로 선정돼 막대한 수익을 얻었다는 내용이다. 개발 과정과 사후에도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있다. ESI&D가 인가된 기간 내 사업을 완료하지 못했는데도 양평군이 아무런 제재도 없이 스스로 시행 기간을 연장해 주거나 사업 완료 이후 '개발부담금'을 아예 부과하지 않은 점이다. 윤석열 후보가 2013~14년 양평군을 관할하는 여주지청장으로 근무했다는 점이 특혜의 고리로 제기되기도 한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양평군수를 지낸 김선교 의원은 현재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으로 경선 때부터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했다.

최씨와 국민의힘 측은 특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ESI&D 대표로 최씨의 장남이자 김건희씨의 오빠인 김아무개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양평 사업은 엄격히 말하면 저희가 한 게 아니다. 대한토지신탁에서 다 했다. 그걸 개발신탁이라고 한다"고 해명했다. 김씨는 신탁회사가 건설회사·분양대행사·개발부담금 용역업체 선정 등 모든 계약을 다 한다고 설명하며 "그래서 실제로 저희 ESI&D는 그 사업에 관여가 안 된다"고 했다.

최씨 : 처음에는 저기 저… 뭐야 저기 회사(시공사)에서 하려고 그랬어. 저기… 그… 요기 요기에.

A씨 : 한신?

최씨 : 한신은 나중에 한 거고. 그 앞에는 여기, 여기에 왜 제일 비싼 아파트 있잖아.

A씨 : 자이? 자이인가.

최씨 : 자이 말고 그 회사 있어. 그 회사하고 계약을 다 했었어, 우리 아들하고. 했는데 그 회사가 신문에 보니까 뭐 어쩌고저쩌고 이렇게 난 거야. 그래서 아니다 싶어서 다시 바꾼 게 한신으로 한 거야. 어? 그래서 한신으로 바꿔가지고 다 계약하고.

2020년 2월 A씨와의 대화 녹취에서의 최씨 설명은 장남 김씨의 해명과 정면 배치된다. 시공사 선정 등 계약을 장남 김씨가 진행했다는 것이다.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은 현재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도촌동과 공흥지구 의혹을 비롯해 최씨를 관통하는 한 단어는 '투기'다. 시사저널이 만난 최씨를 아는 지인들은 하나같이 '최씨가 부동산 등 돈이 될 만한 것엔 상당히 관심이 깊고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든다'고 전했다. 역시 2020년 2월 녹취에도 이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최씨와 A씨는 지인 E씨가 광주에 3만 평 정도 땅을 샀고, 막대한 수익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나눈다.

최씨 : 그것도 3000평도 아니고 3만 평을. 그게 그 광주 시내에 다 그거 되는 집을 바로 전철 그 옆에.

A씨 : 거기가 개발이 되는구나.

최씨 : 거의 길이 다 확정이 됐어.

A씨 : 그러니까. 이제 보상금 나올 것 아냐?

최씨 : 그러니까 우리 천안하고 똑같다고. 그런 걸 잡아야 돼.

여기서 최씨가 '우리 천안하고 똑같다'고 말한 부분이 주목된다. 최씨는 지난 2001년 천안의 아산신도시 부지를 경매로 30억1000만원에 매입했고, 이후 토지 보상금으로 130억원을 받아 3년 만에 100억원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100억원 허위 잔고 증명 의혹과 녹취 속 이야기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최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최씨는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바로 전화를 끊었다. 이후 문자 등으로 답변을 요구했으나 해명이나 답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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