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도는 '비만약 보험 적용' 논쟁.. '수술 불가' 환자들은 운다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 5. 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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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치료 불가피.." 인지 장애 등 비만 치료 '사각지대' 존재
고도비만환자 중 수술 치료를 받기 어려운 사람은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비만치료제는 비급여라 경제적 부담이 따른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선천적으로 뇌전증(간질)을 앓고 있는 A씨는 초고도비만 환자다. 항간질약이 살을 찌운 것. 그러나 A씨는 비만대사수술을 받을 수 없다. 뇌전증으로 인지기능이 저하됐기 때문이다. 수술 후 관리 등에 스스로 대응할 수 없는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자는 비만대사수술 금기다. A씨는 차선책으로 약물 치료라도 받아야 하지만, 보험처리가 안 돼 금전적으로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코로나19보다 더 먼저 나타나, 오래 퍼지고 있는 질병이 있다. 바로, 비만. 이미 우리나라 30~40대 남성 두 명 중 한 명이 비만일 정도다. 비만도가 높아지면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지방간, 심장 질환, 당뇨병, 암 등 전신에 갖은 합병증을 동반할 위험이 매우 커진다. 이 때문에 2년 전, 비만대사수술이 급여화(보험 적용)됐다. 그러나 사각지대가 있다. 위험한 고도비만환자 중 수술 금기에 해당하는 환자는 적극적인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비만 치료 중 수술만 보험 적용돼, 이 환자들은 경제적 부담에 허덕여야 한다.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고혜진 교수는 "경제적 부담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급여화된 비만대사수술, 고도비만 환자 치료에 매우 효과적

비만은 질병분류코드를 부여받은 명확한 질병(E66)이다. 비만은 천식, 수면무호흡증, 위식도 역류질환, 불임, 우울증, 심혈관질환, 고혈압, 당뇨병, 지방간, 암 등 각종 전신 합병증을 유발해, 사망률을 높인다. 실제로 비만한 사람은 비만하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률이 약 20%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도 비만 환자(체질량지수·BMI 35㎏/㎡ 이상)는 이미 여러 합병증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큰데, 식이요법, 운동 등으로는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

효과적으로 치료하려면 비만대사수술을 받아야 한다. 비만대사수술로는 위조절밴드술(위를 밴드로 조이는 수술), 위소매절제술(위를 바나나모양으로 자르는 수술), 루와이 위우회술(위 공간을 조금만 남긴 뒤 소장을 위로 끌어다 붙이는 수술) 등이 있다. 위 용적을 아예 줄여, 섭취 절대량을 줄인다. 비만대사수술을 받으면 대부분 1년에 걸쳐 수술 전 체중의 25~30%가 감량된다. 대사질환, 당뇨병, 고혈압 등 합병증도 눈에 띄게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 위험 대비 치료 효과가 높아 지난 2019년 1월 이후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BMI 35㎏/㎡ 이상이거나 ▲BMI 30㎏/㎡ 이상이면서 합병증이 동반됐거나 ▲BMI 27.5㎏/㎡ 이상이면서 잘 조절되지 않는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수술비의 20%만 부담해 수술받을 수 있다.

◇비만대사수술 못받는 사람은?

여기엔 사각지대가 있다. 수술을 받을 수 없는 고도비만환자 얘기다. ▲심각한 인지 장애·식욕항진증 등이 있는 정신질환자 ▲최근 스텐트 삽입술을 진행한 환자 ▲난치성 심혈관질환자 ▲성장이 끝나지 않은 소아 환자 ▲유전 질환에 의한 비만 환자 ▲중증 위질환자 ▲문맥압 항진증을 동반한 간질환자 ▲전신마취 고위험군 등은 비만대사수술 금기 사항에 해당한다.

비만 수술 후에도 관리가 필요한데, 조현병, 심한 우울증, 인지장애, 식욕항진증 등 정신질환자는 자발적인 대응이 어렵다. 성장 중인 소아 환자는 수술 이후 잠재적 영양결핍으로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 여러 학회에서 최소 만 14세 이상, 골 성장이 완성되고, 이차 성징이 발현된 이후 수술을 권장한다. 바렛 식도(지속적인 위산 역류로 식도 조직이 위조직으로 변한 질환) 등 특정 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도 수술받지 않는 것이 좋다.

이 외에도 수술 자체가 어렵거나, 비만대사수술을 받았을 때 부작용이나 사망률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을 때는 수술이 어렵다. 고혜진 교수는 "수술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수술이 무서워 받고 싶어하지 않는 환자에게 약물 치료는 중간 단계가 될 수 있다"며 "실제로 영국, 스위스, 노르웨이 등 해외에서는 비만 치료를 급여화 했다"고 말했다. 약물치료는 수술보다 효과는 덜하지만, 위험부담이 낮아 수술받기 어렵거나, 수술이 두려운 고도비만 환자에게는 좋은 차선책이다. 고혜진 교수는 "삭센다, 제니칼 등 현재 시판 중인 비만치료제는 수술보다 효과는 덜해도 위험부담이 낮고, 아직 국내 허가되지 않은 해외 신약 중에는 수술에 준하는 체중 감량 효과를 낸 것도 있다"며 "고도비만 환자 중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 많기 때문에, 약물 치료 급여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계(대한비만학회)에서는 보건복지위원회 최종윤 의원에 요청해 약물치료 급여화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고혜진 교수는 비만치료제 급여화를 발제해 발표했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김경곤 교수는 토론회에서 "비만을 미용으로 간주해 규제가 없어 삭센다 등 비만치료제 가격은 의료 현장에서 처방하는 것과 제약사 공급 가격 차이가 심하다"며 "급여화로 가격 규제가 있어야 정말 약이 필요한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비만 치료제 약제화, 오랜 시간 걸릴 듯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다른 얘기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제약회사에서는 비만 치료제 급여화를 크게 고려하고 있지 않다. 토론회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보건급여과 조영대 사무관은 "비만 치료제 급여화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실현 여부는 고민해봐야 한다"며 "비용효과성 편익을 따져봤을 때 다른 질환과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시급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조 사무관은 "약제 급여화는 기본적으로 제약사의 신청에 따라 이뤄진다"며 "제약사에서 신청이 들어와야 검토할 수 있으나, 제약사 측에서 급여화에 대한 원동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삭센다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치료제 환자 접근성 강화를 위해서 노력할 예정"이라면서도 "다만 급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얘기하기 어려운 점을 양해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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