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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페트병 일반쓰레기와 함께 라벨도 그대로..주민은 "몰랐다"

김민제 입력 2022. 01. 02. 11:46 수정 2022. 01. 0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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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 투명페트병 별도배출 현장 가보니
아파트에 이어 지난달 25일부터 단독주택으로 확대
혼합 수거·전용 선별시설 부족 문제도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주택가 한쪽에 투명페트병이 버려진 모습. 라벨이 붙은 채 비닐 등 다른 쓰레기와 섞여있다. 김민제 기자

투명페트병만 따로 모아 버리는 별도 배출 제도가 지난달 25일부터 단독주택으로 확대됐다. 그동안 아파트 등에서만 이뤄지던 게 모든 주택에서 본격화된 셈인데, 현장을 둘러보니 대다수 투명 페트병이 일반쓰레기와 섞여 버려지는 등 제도와 동떨어진 장면이 펼쳐졌다.

환경부는 지난달 25일부터 단독주택에서도 투명페트병을 의무적으로 별도 배출하도록 했다. 2022년 1년 동안은 계도 기간으로 뒀다. 투명페트병 별도 배출은 재활용률이 높은 자원을 모아 질 좋은 재생원료를 생산하기 위해 투명페트병을 다른 폐기물과 분리해 버리도록 한 제도다. 지난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만 시행됐는데, 단독주택으로도 그 범위가 넓어졌다.

시행 첫 주를 맞아 지난달 29일과 30일 서울 은평구와 마포구, 용산구의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을 돌아봤다. 이들 지자체는 투명페트병과 비닐을 특정 요일에 맞춰 버리도록 하는 ‘요일제 배출’을 적용 중인데, 해당 요일에 찾은 주택가에는 일반쓰레기와 투명페트병이 한 데 모여 버려져 있었다. 대문 앞이나 전신주 옆 등 40여곳의 쓰레기 배출 지점 중에서 확대된 제도에 맞게 투명페트병만 따로 배출한 경우는 4건에 불과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은평구 주택가에 버려진 쓰레기들. 투명페트병이 다른 비닐과 함께 담겨있다. 김민제 기자

투명페트병이 과자 포장지, 음료수 캔, 스티로폴, 종이컵 등 다른 쓰레기 더미에 묻혀 한 봉지 담겨있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투명페트병을 따로 분류해 내놓긴 했으나 겉면에 붙은 라벨과 함께 버린 이들도 더러 있었다. 지자체에서는 내부 식별을 위해 투명페트병을 무색 봉투에 담아버리도록 정했지만 대개 반투명한 유색 봉투에 담겨 있었다. 수거가 이뤄지는 어두운 밤에는 봉투 안에 투명페트병이 들었는지 한눈에 파악하기 더욱 어려워보였다.

주택 주민들은 관련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며 제도 자체가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은평구 다세대주택에서 거주하는 직장인 권아무개(30)씨는 “따로 버려야 한다는 걸 전혀 몰랐고 전단지 같은 홍보물도 접하지 못했다”며 “방법을 알았다면 따로 버렸을 텐데 주변 주택가를 둘러봐도 그렇게 버리는 사람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주택가의 경우 아파트처럼 전용 분리수거 공간이 없는 곳이 많아 제도가 정착되기 어렵다. 보다 수월한 분리배출을 위해 주택가에 재활용 거점시설을 설치해놓은 지자체도 있지만, 날씨 상황 등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되는 데다 주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지난달 30일 은평구 대조동의 재활용 거점시설인 ‘그린모아모아’ 현장을 찾았으나 한파로 운영이 일시 중단된 상태였다. 은평구 다세대주택 주민 류준호(23)씨는 “투명페트병을 따로 모아 버리고 있는데 아직 불편함이 많다”며 “마대가 따로 있는 게 아니고 분리수거장 같은 개념도 없다보니 주민들이 노력해도 완벽하게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주택가에 버려진 투명페트병. 지난달 25일부터 단독주택으로 확대 적용된 투명페트별 별도배출 제도에 맞게 배출됐다. 김민제 기자

배출 이후 수집·운반과 선별 단계에서도 투명페트병이 다른 쓰레기와 혼합되는 문제가 남아있다. 수집·운반 중에는 투명페트병과 다른 쓰레기를 한꺼번에 차량 안에 담는 일이 발생한다. 재활용 쓰레기가 급증한 터라 차량 내 공간 확보가 중요한데, 마대 째 수거하면 공간 효율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서울 구로구에서 재활용품 수집·운반 업무를 하는 김영수 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 환경분과장은 “마대를 통째로 넣으면 뜨는 공간이 생기고 그만큼 다른 쓰레기를 넣을 자리가 준다”고 말했다. 선별장도 준비가 미흡하긴 마찬가지다. 투명페트병 재활용에는 별도 선별 라인이 필요하지만 현재 전국 공공선별장 187곳 중 전용 시설을 구축한 곳은 13곳에 그친다. 민간선별장은 시장 점유율 기준 전체의 54%가 전용 시설을 갖췄다.

지난 9월 서울 은평구의 주택가 재활용 거점시설인 ‘그린 모아모아’ 현장. 주택 주민들은 이곳에서 투명페트병 등 쓰레기를 분리배출할 수 있다. 환경부 제공

환경부는 지자체 제도 정착을 위해 현장 점검과 홍보 활동을 지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환경부 생활폐기물과 담당자는 “주택 특성 별로 투명페트병 이용 비율에 편차가 크다”며 “300세대 이하 다세대주택, 1인가구 밀집 지역, 다중이용시설 주변 등 투명페트병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곳을 중점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자체와 함께 홍보도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또 혼합 수거와 선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혼합수거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별도 선별라인을 갖춘 선별장을 확대하기로 했다. 2022년 기준 공공의 경우 33곳으로, 민간선별장은 77%까지 늘릴 방침이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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