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파가 李욕설 조작" "이핵관이 탈당 권유"..친이·친문 갈등 양상

김경화 기자 2022. 1. 2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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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문재인계·이재명계 심상치 않은 갈등 양상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과 이재명 후보 지지층이 편을 갈라 충돌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후보 선대위 대변인이 ‘문파’(강성 친문 지지층)가 이 후보를 음해할 목적으로 이 후보의 욕설 영상을 조작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고, 불교계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친문 정청래 의원은 ‘이핵관(이재명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이 찾아와 탈당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낙연 후보를 지지했던 강성 친문 지지층의 이반도 심상치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후보의 ‘문재인 정부 차별화’ 전략에 당내 주류인 친문 세력이 반발하면서 파열음이 터져나오는 것이다.

이 후보 선대위 현근택 대변인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른바 ‘문파’들이 이 후보가 욕설하는 딥페이크 영상(특정 인물의 얼굴, 목소리를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합성하는 편집물)을 제작해 배포할 것이라는 음모론을 공유했다. 친문계가 이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가짜 동영상을 제작·유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친문 성향 당원들은 “선대위 대변인이 나서 수준 낮은 정치공작 음모론을 유포하고 있다”며 크게 반발했다. 논란이 일자 현 대변인은 페이스북에서 해당 글을 삭제했다.

그러나 방송인 김어준씨는 19일 자신의 라디오 방송에서 이 음모론을 거듭 언급했다. 김씨는 “유력 유포 루트 중 (하나가) 소위 ‘대깨문’이라고 하는 ‘친문재인’을 내걸고 ‘반이재명’ 활동을 하는 그룹”이라고 했다. 그는 AI(인공지능)가 이 후보의 극단적인 욕설을 흉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상에서 강성 친문 진영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정청래 의원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핵관’이 찾아왔다”며 “이재명 후보의 뜻이라며 불교계가 심상치 않으니 자진 탈당하는 게 어떠냐고 (했다)”라고 썼다. 국민의힘 ‘윤핵관 논란’에 빗대 민주당에서도 이재명계 인사들이 권력을 행사하고 있고, 자신이 피해자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정 의원은 해인사 사찰을 ‘봉이 김선달’이라고 표현했다가 불교계로부터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정 의원은 “여러 달 동안 당내에서 지속적으로 괴롭힌다. 참 많이 힘들게 한다”면서도, 탈당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후보 선대위는 “이 후보나 당이 정 의원의 탈당을 결정하고 종용한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도 “정 의원에게 누가 뭐라고 했는지는 아는 바 없다”고 했다. 한 중진 의원은 “이핵관이라는 표현은 불필요하게 당내 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발언”이라며 “정 의원의 잘못으로 이 후보와 당 전체가 곤욕을 겪고 있는 것이 본질”이라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재명 비토’ 성향이 강한 친문 당원들이 끝내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하는 현상이 겉으로 드러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친문계 인사는 “민주당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지지층이 이 후보의 ‘문재인 정부 차별화 전략’에 분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영길 대표가 최근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탄압받던 사람”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도 친문계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송 대표의 사과를 요구하며 반발한 바 있다. 한 친문계 중진 의원은 “이 후보는 단 한 번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넘은 적이 없다”며 “이 후보의 지지율이 30% 중반대 박스권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우리 지지층도 제대로 아우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원 4000여 명은 지난 17일 이 후보의 당원 자격, 후보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일부 당원은 민주당이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 제보자 이모씨 사망 사건을 대하는 태도에도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조의금을 보내거나 조문을 다녀온 친문계 당원도 꽤 많다”면서 “소송까지 불사하며 이 후보를 인정하지 못하는 소수 강성 친문들의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제보자 이씨도 강성 친문 당원 출신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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