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5도에 양말 신고 도망친 80대 할머니..노인학대 6천 건 넘어

김화영 2022. 1. 18.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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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80대 노인이 아들이 두렵다며 영하의 날씨에 양말만 신은 채 동네 슈퍼마켓으로 도망치는 일이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정 내 노인 학대 사건이 최근 늘고 있는데요.

한겨울 집에서 도망쳐 나온 노인 사연, 김화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8일 밤, 한 노인이 동네 슈퍼마켓으로 힘겹게 들어옵니다.

한겨울인데, 외투도 없고 신발도 신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가게 주인이 차갑게 언 노인의 손을 주물러 녹여주고, 슬리퍼도 꺼내줍니다.

[허태순/슈퍼마켓 사장 : "다리하고 손하고 막 벌벌 떨어서 뭘 먹고 싶냐 그랬더니 '박카스 좀 갖다달라' 그러더라고..."]

인근 아파트에 사는 80대 노인 A 씨가 함께 사는 50대 아들이 술에 취해 해코지 할까 봐 도망쳐 나온 거였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날 밤은 최저기온 영하 5도에 달하는 추운 날씨였습니다.

당시 A 씨는 신발도 신지 못한 채 집에서 도망쳐 이 마트로 들어갔습니다.

["오늘 밤 내가 (아들과) 같이 잘 수가 없다고 무서워 하셔가지고. 그냥 말씀하신 게 아니고 부들부들 떨면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셨어요."]

A 씨는 경찰과 사회복지사 도움으로 지금은 노인보호 쉼터에서 머무르고 있습니다.

노인은 아들에게 여러 차례 욕설을 듣고 위협을 당해왔다며, 따로 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고건/서울시 북부 노인보호전문기관 과장 : "물건을 '피해 노인'이 있는 주위로 던진다든지, 술을 마시고 피해 노인에게 아무 이유 없이 욕설을 한다든지..."]

노인 학대 사건은 2017년 4천6백여 건에서 해마다 늘어, 2020년엔 6천2백여 건이었습니다.

이 중 가정 내에서 발생한 사건이 90% 가까이 됩니다.

경찰은 A 씨의 아들을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화영입니다.

촬영기자:유성주/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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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영 기자 (hwa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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