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침략당해 원조 받아놓고.." 韓 러시아 제재 지연에 쏟아진 비판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2. 2. 27.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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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동맹국 명단에서 눈에 띌 정도로 빠진 것 현명하지 않아"
"소심하고 미온적, 부끄러운 일"
"한국 고개만 숙이고 자체 경제적 이익만 집중"
바이든 대통령도 "장기적으로 한국도 (제재) 동참"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 가운데 유일하게 대러 제재 동참을 유보하다가 지난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기 직전에야 제재 동참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한국은 독자 제재엔 선을 그었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 등 등 국제사회가 추후 부과할 경제 제재를 이행하는 것을 ‘제재 동참’이라고 한 것이다. 한국 정부의 대처를 두고 미 전직 관리들은 26일(현지 시각)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소심’ ‘미온적’ 등의 표현을 쓰면서 비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가운데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이 26일 서울 마포구 성 니콜라스 정교회 성당에서 공동 기도회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뉴시스

미 국무부 핵(核)확산금지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마크 피츠패트릭은 이날 “한국의 소심하고 미온적(timid, tepid)인 접근은 솔직히 부끄러운 일이고 또 어리석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 명단에서 눈에 띌 정도로 빠진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라며 “이는 수치스럽기도(shameful) 하다. 왜냐하면 한국은 (북한 등) 과거 침략의 피해자로서 과거 대대적인 원조를 받았고 그런 일이 또다시 벌어지면 그런 도움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독자 제재 여부와 관련,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가 독자적으로 뭘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미국과 유럽이 제재를 하면 우리도 연결돼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동참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한국은 러시아보다 더 큰 경제 규모를 갖추고 있다. 한국은 이런 위기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가만히 앉아서 다자간 조치만을 취하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제사회의) 다자적 제재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미국의 다른 모든 동맹들 일부는 독자적 조치를 취했다”며 “한국도 나서서 똑같이 해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범한 지 이틀째인 25일(현지 시각) 폴란드 프셰미실 중앙역에 설치된 임시수용소에서 한 우크라이나 피란민이 피해 소식에 울음을 터뜨리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스캇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한·미정책국장은 “한국은 진정으로 물러서지 않아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고 했다.

한국 외교부는 지난 24일 오전 출입기자단에 발송한 문자메시지에서 “러시아가 어떠한 형태로든 전면전을 감행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대러 수출 통제 등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었다.

정부는 이 전날까지만 해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들어 제재 동참에 소극적이었는데, 하루만에 제재 동참으로 입장을 급히 선회한 것이다. 이를 두고 “미 정부가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공개 경고하는 등 군사행동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이 움직임에 주저하다가 등 떠밀리듯 뒤늦게 발표하는 것은 외교적 실수”란 비판이 나왔었다.

스나이더 국장은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과거 한국은 고개만 숙이고 자체 경제적 이익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라는 것”이라며 “이번 한국의 조치는 한국의 성장통과 더불어 현재 한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중요성에 부응해야 하는 일종의 도전을 드러내고 있다”고도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공개된 유명 유튜버 브라이언 타일러 코헨과의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내 목표는 모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나토를 분열시킬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러시아는 심각한 대가를 치를 것이며, 장기적으로 유럽 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일본과 한국, 호주에서도 그러하다”며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이 함께한다면, 혼란이 좀 더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대러 제재를 통해 한국 등 동맹국들이 뭉쳐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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