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차 내려오면 "펑"..국산 '탱크 킬러'가 막는다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2. 5.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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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병사가 현궁 대전차미사일을 가상 표적을 향해 조준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제1차 세계대전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전차는 오랜 기간 국가의 지상 전투력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강력한 포와 기관총을 탑재하고 강철의 장갑까지 지닌 전차는 적 보병들이 쏘는 총과 수류탄을 무력화했고, 보병들은 공포에 빠진 채 도주했다.

전차의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던 보병을 위해 등장한 무기가 대전차미사일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산 재블린 등의 대전차미사일로 러시아군 기갑부대 진격을 저지했다. 

능동방호장치나 전장관리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러시아군 전차의 노후화도 한몫 했지만, 재블린은 ‘전차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러시아군 전차와 장갑차를 대거 파괴, 우크라이나에서 위력을 떨치고 있다.

한반도에서도 대전차미사일은 상당한 중요성을 지닌다. 북한군은 대규모 기계화군단을 운용하고 있으며, 전차 성능 개선도 이뤄지는 모양새다. 강력한 위력을 갖춘 대전차미사일이 필요한 이유다. 

시험요원이 현궁 대전차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1m 장갑도 뚫는 현궁 미사일

한국군은 6.25 전쟁 이후로 다양한 대전차화기를 운용해왔다. 베트남전쟁 당시 쓰였던 미국산 M72 로켓과 90/106㎜ 무반동총, 토우 대전차미사일과 독일산 판저파우스트3 등을 도입했다, 

러시아에 제공한 경제협력 차관 상환 차원에서 진행된 불곰 사업을 통해 들여온 러시아산 메티스M도 있다.

하지만 90/106㎜ 무반동총, 토우 대전차미사일 등의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이를 대체할 무기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보병용 중거리 유도무기(MRIM) 현궁은 이같은 소요를 충족하기 위해 개발됐다. 2002년 소요결정이 이뤄진 직후 2007년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 아래 1500억 원을 들여 연구개발을 진행, 2015년 개발을 완료했다. LIG넥스원은 미사일과 체계종합을 맡았다. 2017년부터 육군 전방부대와 서북도서 해병대에 실전배치가 이뤄졌다.

현궁은 유효 사거리 2㎞ 수준인 대대급 대전차미사일이다. 미사일과 발사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2~3명이 대전차 공격조로 구성돼 운용한다. 소형전술차량에도 탑재할 수 있다.

현궁의 가장 큰 특징은 관통력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활약한 재블린 미사일보다 20년 후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재블린보다 더 우수한 성능을 갖춰야 했다. 

현궁 대전차미사일이 전차 상부를 타격하는 모습을 묘사한 상상도. 세계일보 자료사진
특히 전차 외부에 반응장갑을 추가하는 등 전차의 방호력이 향상되고 있어서 관통력 증가는 필수적인 요소다.

이를 위해 ADD는 탄두의 형상설계에 새로운 개념을 적용했다. 성형작약탄두 2개를 직렬로 배치하는 탠덤(Tandem) 방식을 채택했다. 

발사기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적 전차에 근접하면, 미사일 앞에 있는 소형 탄두가 먼저 폭파되어 반응장갑을 무력화한다. 이후 주탄두가 전차의 본체를 타격한다. 이는 대전차미사일을 가로막는 반응장갑의 효용성을 없애고, 전차의 관통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같은 기술에 힘입어 현궁의 관통력은 1000㎜에 달한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현재 운용중인 대부분의 전차 장갑을 정면에서 관통할 수 있다. 정면 외에도 장갑이 상대적으로 얇은 전차 상부 공격도 가능하다. 

적외선영상탐색기와 탄두를 비롯해 미사일 측면에서 작동하는 추진기관 등 주요 구성품을 국산화해 국산화율이 90% 수준에 달한다. 

비용절감 효과도 크다. 미국산 재블린과 이스라엘산 스파이크MR 미사일은 단가가 3억~6억원 수준이다. 현궁의 단가는 2억8000만원. 수출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충분히 갖춰진 셈이다.

현궁은 사수가 전차의 열을 탐지해 조준·발사하면 미사일 스스로 적외선 이미지를 이용해 표적을 찾아가서 타격한다. 

운용요원들은 미사일 발사 후 신속히 이동해 적의 반격을 피할 수 있다. 유도기능이 없는 90/106㎜ 무반동총, 사수가 계속 조준해야 하는 토우보다 성능이 우수하다. 숙련된 사수는 정상사격은 3분 이내, 급속사격은 1분 이내에 할 수 있다.

◆신형 전차 만든 북한…현궁 성능개량 필요

북한은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전차를 공개했다. 기존 러시아산 전차의 영향을 받은 천마호는 냉전 시절 제작된 T62 전차를 개량한 것이었다. 

지난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처음 등장한 북한군 신형 전차.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신형 전차는 미군 M1 전차나 이란의 줄피카르 전차와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 단기간 내 놀라울 정도로 기술적 도약이 이뤄진 셈이다.

125㎜ 주포를 장착한 것으로 추정되며 대전차미사일 2발과 30㎜ 기관포를 장착했다. 적외선 차폐 연막탄과 레이저 경보 수신기, 전차장 조준경 등을 갖춰 3세대 전차의 기술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북한이 경제난 속에서도 신형 전차를 개발했다는 것은 북한군 기갑 전력 향상에 상당한 관심과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신형 전차가 순차적으로 생산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머무는 평양 일대를 지키는 수도방어부대에 우선적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해당 부대가 갖고 있던 전차는 전방 부대로 이관될 전망이다. 이른바 ‘밀어내기’다. 이를 통해 기계화부대의 전력은 한 단계 상승하게 된다.

북한군 기계화부대의 질적 향상에 맞서려면 현궁도 성능개량이 필요하다. 보병이 북한군 전차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미사일을 쏠 수 있도록 사거리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보병의 생존성과도 직결된 문제다.

시험요원이 현궁 대전차미사일을 사전에 설정한 표적을 향해 발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단가를 더욱 낮추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재블린은 단기간 내 수천발이 사용될 정도로 대전차미사일은 소모율이 높다. 사전에 충분한 수량을 비축해야 유사시 재고를 유지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단가를 낮춰서 대량생산이 쉽도록 해야 한다.

또한 발사 후 적 전차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미사일 속도를 더 빠르게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사일 속도가 더 빨라지면, 적 전차 승무원들은 그만큼 대응할 시간이 줄어든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서 대전차미사일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진 만큼 현궁은 한국군에서 핵심 장비로 사용될 전망이다. 또한 해외 시장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전망돼 수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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