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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의 '빅픽처'..인구절벽 위기에 법무부 외청 '이민청 신설'

김민중 입력 2022. 05. 28. 05:01 수정 2022. 05. 2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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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5일 오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이민청 설립 검토를 포함하여 이민정책을 수준 높게 추진해 나갈 체제를 갖춰나갑시다.”(5월 17일 취임사)
“선진화된 이민법제와 시스템을 구축하여 우리 사회와 지역 경제에 동력이 될 수 있는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적재적소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외국인 정책을 추진하겠습니다.”(5월 20일 ‘세계인의 날’ 기념사)


생산연령인구 감소 현실화…외국인 이민 확대로 해결한다


27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17일 취임하면서 법무부 외청(外廳)으로 이민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외국인 이민 정책을 최우선 순위 정책 중 하나로 격상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고질적인 저출산 현상에 따라 인구 구조가 고령화하고 생산 연령 인구(15~64세)가 감소해 경제 규모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 목소리가 크다. 그 대안으로 법무부는 이민청을 신설해 생산 연령 인구로 편입할 수 있는 외국인 인재를 대거 유치하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기존에 펼쳐지던 출산 장려 정책 등만으로는 역부족인 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른바 ‘인구 절벽’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과거부터 꾸준히 이어져 오다 최근 고조됐다. 인구 절벽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자료 등에 따르면 생산 연령 인구는 2020년 3738만 명에서 30년간 1319만 명 감소해 2050년 2419만 명을 기록할 전망이다.

인구 절벽은 잠재 성장률을 갉아먹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60년까지의 장기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 성장률은 정책 대응 없이 현 상황이 유지된다고 가정한 ‘기본 시나리오’에서 2021년도 2.35%를 기록한 뒤, 2033년 0%대(0.92%)에 진입할 전망이다. 2047년에는 마이너스(-0.02%)에 진입해 2060년(-0.08%)까지 낙폭을 키우리라는 예측이다. 같은 기간 세계 평균 잠재성장률 하락 폭(2.62%→1.47%)과 비교하면 심각성을 더한다.

법무부는 이민청 신설을 통해 외국인 이민을 촉진하는 것 외에도 이미 국내에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에 이미 250만 명에 육박해 전체 인구의 4%를 넘어섰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15% 수준에 이르렀다.

현재 외국인 이민 정책에 관여하는 정부 부처는 법무부뿐만 아니라 외교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등 12개가량에 달한다. 그러나 콘트롤타워가 없어 정책 집행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예산 확보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문병기 한국이민정책학회장(한국방송통신대 교수)은 “정책의 중복과 사각지대 문제도 심각하다”라고 지적했다.

5월 26일 윤석열 대통령. 뉴스1

세계서 뒤처져…‘단일 민족’ 독일도 2000년대 ‘이민 국가’ 선언


전 세계적으로 보면 한국의 이민청 신설 움직임은 늦은 감이 있다. 특히 한국처럼 단일 민족 국가 성향이 강했던 독일도 2005년 이민법을 제정해 이민 국가임을 천명하고 외국인 이민 정책 담당 조직을 이민청으로 격상했다. 이후 국내 노동력 부족을 메꾸기 위해 외국인 전문 인력의 취업 이민을 활성화하는 방향의 정책을 꾸준히 폈다.

우리나라에선 김대중 정부때부터 이민청 신설 논의가 시작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엔 법무부가 “출입국 관리 행정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출입국관리국을 외청화해 2010년까지 미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이 운영 중인 이민청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라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민청 신설은 국내 여론의 반발에 떠밀려 동력을 잃었다. 이민청 신설을 통한 외국인 이민 촉진 정책에 대해 “일자리를 뺏는다”는 반대 목소리가 컸다. 국내에 외국인 유입이 활성화하면 불법 체류자 역시 많아져 각종 범죄 발생 등 문제가 불거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학계에선 “부작용 우려도 있지만, 한국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외국인 이민 활성화가 불가피하다”라는 제안이 나온다. 윤인진 한국이민학회장(고려대 교수)는 “캐나다나 뉴질랜드 등처럼 외국인 이민 희망자에 대해 점수화 제도를 도입해 우수한 인력을 받아들이면 부작용은 줄이고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외국인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 교수는 “일부 국민은 외국인 이민자의 범죄율이 높을 것으로 오해하는데 실제로는 내국인보다 현저히 낮다”라며 “정부는 이러한 인식을 바로잡는 일도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민청 신설을 위해선 국회와 다른 정부 부처의 협조가 절실하다.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 28일 오전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입장문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중앙일보 보도 이후인 28일 오전 입장문을 내고 “출입국 이민 정책은 인구·노동·치안·인권 문제, 국가 간 상호주의 원칙 등을 고려한 국가 대계 차원에서 원칙을 세워 체계적으로 추진하자는 것”이라며 “선진국에서 이미 운용 중인 전문성 있는 조정자 역할을 할 콘트롤타워 설립 등 선진화된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칙 없이 (외국인 이민 등의) 기준을 낮추자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정치적 유·불리 등의 관점으로 보고 있지도 않다”라고 강조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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