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옹 예 쿵, "소수의 백신 비접종자들이 다수의 접종자들에게 무임승차하고 있다"

김원장 2022. 2. 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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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적은 비율의 백신을 맞지 않은 국민들이, 백신을 맞은 다수의 국민들 사이에서 '무임승차(free-riding)'하고 있다"
-옹 예 쿵 싱가포르 보건부장관

싱가포르도 오미크론을 비껴가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잘 버티고 있고 오히려 해제된 규제도 있습니다. 인구 570만에 불과한 이 작은 나라는 코로나와 진짜 '화끈하게' 싸우고 있습니다. 마치 철판 규제와 나무판규제, 비닐규제 수십여 개를 설치해놓고, 때가 됐다 싶으면 뭐든 하나씩 밑장을 빼는 방식입니다. 인류의 작은 '코로나 실험실' 같습니다.

'확진자도 사흘만에 외출 가능'
하루 확진자가 5천 명을 넘었습니다. 보름만에 6배가 급증했습니다. 그런데 중환자실에는 지난달 29일 현재 '13명'만 입원해 있습니다(자료 MOH). 전체 코로나 입원환자도 모두 656명에 불과합니다. 지난 1주일간 일평균 사망자는 '1'명입니다.

싱가포르는 여전히 '79세 이하 백신 접종자는 재택 진료 우선'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백신 정책은 계속됩니다. 인구의 92%가 백신을 2번 맞았고, 53%는 3차 접종을 완료했습니다. 오미크론 확산세가 분명해진 지난 1월 초, 싱가포르 정부는 과감한 대책 하나(프로토콜2)를 또 발표합니다.

프로토콜2
1)PCR검사로 확진 판정을 받아도 2)의사가 증상이 경미하다고 판단되면 3)집으로 돌아가 4)사흘째 되는날 ATK검사로 음성이 나오면 5)외출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내용넣어주세요

그동안(프로토콜 1)은 증상과 나이, 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병원 또는 지역케어센터(CCF)나 집에서 치료를 했습니다. 집(Home Recovery Program)에서 격리기간도 10일에서 7일로 줄었습니다.

대신 강력한 '백신 패스' 도입
그러면서 백신을 맞지 않은 12만 명에 대한 규제는 더 강화됐습니다. 사실상 내놓고 차별입니다. 2월 1일부터는 호텔도, 대학교도, 스포츠시설도, 장례식장도 VDS방역패스(Differentiated Safe Management Measures)가 도입됐습니다.

식사도 5명까지 가능하지만, VDS식별 장치가 없는 식당은 2명만 가능합니다. 요양원의 부모님 면회도 당연히 백신 접종자만 가능합니다. 심지어 백신 미접종자가 확진판정을 받으면 치료비도 본인 부담입니다. 최대 1만 8천 달러(2,300만 원 정도)가 나온 확진자도 있습니다.

20여 개국의 대해 무격리 입국을 허용하고 있는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와의 육로 여행길(VTL)도 다시 개방했다.오미크론 확산세를 피하기 어려워지자, 아프리카 국가들의 입국 금지도 전격 해제했다.


"왜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가?"
그러자 "이제 사망자도 거의 없는데, 왜 모두 백신을 맞아야 하는가?" 라는 불만이 이어졌습니다.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이 죄인인가?" 반발이 커졌습니다. 다음은 이에 대한 옹 예 쿵 보건부 장관의 답변입니다. (작정한 듯 강한 어조로 발표했습니다)

1. 지난해 기준, 싱가포르에서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이 중환자실에 입원하거나 사망할 가능성은 30대는 50배, 80세 이상은 7배나 높았다. 80대는 예방 접종을 하지 않은 확진자는 사망률이 24%였지만, 접종을 완료한 확진자는 사망률이 3%에 불과했다.

2. 현재 예방접종을 맞지 않은 전체 인구의 연령 프로파일을 토대로, 비접종자들이 델타 바이러스의 중증화율이나 사망 비율에 따라 실제 감염됐다면, 약 5,800명이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하거나 사망했을 것이다.

당시(지난해 10월) 델타바이러스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우리는 176석의 중환자실만 남아 있었다.

3. 만약 그랬다면 중환자실에서 수많은 암환자나 만성 중증질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백신 맞은 사람들이 이 사람들을 다 살린거야" 처럼 들립니다). 그 당시에도 중환자실의 2/3는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4. 아직도 20세 이상의 12만 명이 백신접종을 하지 않고 있는데, 이중 (건강 등의 이유로) 백신을 맞기 어려운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결국, 미접종자 대부분이 자신의 선택으로 백신을 맞지 않고 있다.

옹 예 쿵 싱가포르 보건부장관(오른쪽)이 부스터샷을 맞은 86세의 시민과 카메라앞에 섰다. 사진 옹 예 쿵 장관 페이스북


오미크론은 치명률이 낮은데?
싱가포르 보건부는 오미크론의 누적 통계에서 모두 강한 전파력과 낮은 치명률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싱가포르에서 오미크론 확진자 중 산소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비율은 0.3%에 불과합니다(델타는 0.8%였습니다)

그러니 최근엔 프로토콜 1보다 프로토콜 2(증세가 경미해 집에서 격리후 사흘 뒤 음성이면 격리 해제)에 해당되는 확진자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러자 이제 방역패스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다음은 이에 대한 옹 예 쿵 장관의 설명입니다.

1. 우리는 아직 오미크론에 대해 정확히 모른다. 소수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모든 싱가포르 국민의 건강을 걸고 도박을 할 수는 없다.

2. (비접종자의 수가 매우 소수이며, 그래서 이들이 이제 의료시스템에 미칠 영향도 미비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하지만 그 영향이 백신을 맞은 다수에게 미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3.우리 국민 상당수는 (부작용이) 걱정됐지만, 그럼에도 가족과 사회를 위해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로 결심했다. 만약 다수가 백신을 맞은 사람들에게 '무임승차'할 생각이었다면, 우리는 오늘과 같은 높은 회복력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Boat Quay의 식당가. 식사는 백신을 맞은 사람에 한해 5명까지 가능하다. 사진 로이터

뱀과 사다리의 게임
싱가포르는 확진자가 최대 1만 5천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병상과 특히 중환자실을 빠르게 확충하고 있습니다. 옹 예 쿵 장관은 '우리는 좋은 위치에 있다'며 상황을 낙관하면서도, '뱀과 사다리 게임(기성세대는 어릴 적 모두 경험했던)에 비유했습니다.

차근차근 올라갈 수도 있지만, 언제든 한 번에 추락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방역 패스는 강화하고, 백신을 맞은 확진자는 스스로 검사해 사흘만에 사회에 복귀하도록 했습니다. 코로나 확진자를 더이상 정부가 지켜보지 않고, 국민을 믿고 감시의 손길을 놓아버린 겁니다.

싱가포르의 실험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에 앞서가기도 하고, 벼랑끝까지 밀리기도 하지만, '의료시스템을 중증환자에게 집중하고, 백신을 맞은 국민은 한계단 한계단 일상으로 돌아간다(WITH COVID)'는 원칙은 변한 게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오미크론 파도를 헤쳐나가는 것은 뱀과 사다리의 게임과 같은 겁니다. 우리는 전진할 수도 있고 후퇴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곧 답을 알아낼 것입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우리는 의료 종사자들을 믿고, 우리의 역할을 다하면 됩니다"

참고>
이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미국에 사시는 교민분이 지역 종합 병원의 코로나 환자 상황을 담은 그래픽을 댓글로 보내주셨다. 포틀랜드 Oregon Health & Science University Hospital에 입원중 코로나환자중에서 1)입원중인 모든 코로나 환자와 2)중환자실환자, 3)산소치료가 필요한 코로나 환자들 중 백신을 맞지 않은 환자의 비율이 월등하게 높다. 누군가 “어차피 다들 돌파감염되는데 백신을 왜 맞아요?”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매우 비과학적인 질문이다.

김원장 기자 (kim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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