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가중처벌 논란에도..잇따른 사고로 힘 실리는 '건안법'

배수람 입력 2022. 1. 21.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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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2월 임시국회서 건안법 제정 가능성 시사
산안법·중대재해법 이어 또다시 '겹규제'
"안전 관련 규제 필요..중복규제 걷어야 실효성↑"
장기간 국회에 표류 중이던 건설안전특별법(건안법)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뉴시스

장기간 국회에 표류 중이던 건설안전특별법(건안법)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건설현장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당정이 추가 규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21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2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이번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와 관련해 건안법을 제정하겠단 뜻을 내비쳤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995년 삼풍백화점 사고가 아직 뇌리에 남아있다"며 "27년 전 일인데 우리 건설현장은 그날 이후 한 걸음도 앞서가지 못했다. 건안법 개정안 통과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건안법은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처럼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해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현장 사고 이후 관련 논의가 이뤄졌으나 중대재해법과 중복 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해당 법안은 건설현장 특수성을 고려해 발주·설계·시공·감리자 등 참여자별로 권한에 상응하는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하고 사고 발생 시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한다. 발주자는 적정한 공사비용과 공사기간을 제공해야 하고 민간공사는 비용과 공기가 적정한지 인허가기관의 장 등에 검토를 받아야 한다. 건설종사자에 대한 재해보험도 의무 가입해야 한다.


건안법이 다시 언급된 것은 이달 초 평택 물류센터 화재,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등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잇따라 발생한 크고 작은 건설현장 안전사고로 추가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다.ⓒ연합뉴스

안전관리 의무 소홀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건설사업자,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 건축사 등은 1년 이하의 영업정지를 당하거나 매출액의 최대 3%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발주·설계·시공·감리자가 법을 위반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건안법이 다시 언급된 것은 이달 초 평택 물류센터 화재,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등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잇따라 발생한 크고 작은 건설현장 안전사고로 추가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다.


정부는 물론 건설노동자들도 건안법 제정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설노조는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로 ▲불법 다단계 하도급 ▲공기단축 속도전 ▲안전예산을 무리하게 줄이는 최저가 낙찰제 등을 꼽았다.


건설노조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잇단 참사에서 공통으로 불법 다단계 하도급, 무리한 속도전, 건설사 관리 감독 부실, 있으나 마나 한 감리 등이 근본 원인으로 꼽히지만 바뀌지 않는다"며 "책임을 떠넘기면 그만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건설현장은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불법 도급과 이로 인한 공기 단축, 위험이 만연해 정부 당국의 규제와 책임자 처벌은 필수적"이라며 "건안법이 조속히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선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 중이고 중대재해법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건안법까지 제정될 경우 전반적인 건설업 위축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안전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겹겹이 처벌 규제만으로 현장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단 견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안전사고에 대한 규제가 생기면 회사에서도 경각심을 갖고 좀 더 신경 써서 조직을 정비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측면도 있다"면서도 "현장에서 아무리 안전교육을 해도 근로자들이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도 굉장히 많다. 이중, 삼중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사업 추진에 대한 부담만 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관련 법 규정이 많다 보니 일선에 있는 안전관리자들이 해당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각각의 서류를 준비하느라 하루가 꼬박 간다. 오히려 현장을 더 챙기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같은 사고에 여러 번 처벌하는 것으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이준원 숭실대 안전보건융합과 교수는 "굵직한 사고가 이어지면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했다"며 "발주자 책임을 강화하도록 산안법인 2020년 초 전면 개정된 이후에도 사고가 발생했고, 중대재해법까지 만들어졌지만 사고는 멈추지 않고 있다”며 “안전에 대한 강력한 규제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교수는 "현장에서 중복되는 규제들은 조정하고 정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정교하게 법안을 다듬는 작업이 수반돼야 실효성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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